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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하늘(창녀촌의 하늘) - 1부
소라넷 0 26,467 2023.11.30 15:52

야설:

1부 신포동








경상남도 마산에 뭇 남자라면 한번쯤 찾아드는 창녀촌이 있다.




그곳은 날이 어두워지면 여기저기 빨간 불빛이 밝혀지며(일명 정육점 불빛) 거리엔 보기에도 매혹적인 여인들이 지나가는 남자들에게 야릇한 시선을 보네며 호객행위를 한다.




나는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자랐으며 앞으로도 이곳에서 살아갈 것이다.




우리 엄마는 한때는 잘나가는 창녀였다고 한다. 물론 아빠는 어떤 놈인지 아무도 모른단다.




내가 이곳에서 21년간 살아오며 보고 배운 것은 욕과, 여자와, 그리고 싸움질뿐이었다.




이곳은 낮에는 일반 다른 골목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아니 어쩌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




낮엔 이곳은 거의 사람들의 왕래가 없다. 너무 조용하다. 그러나 밤이 되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여기저기서 남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혈안이 된 여인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런 여인들을 구경하며 지나가는 남자들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여자의 비명소리와 술에 취한 남자들의 고함소리...




오늘도 어김없이 이곳은 시끌벅적한 밤이 다가왔다.








“아~악.”.








“이런 씨팔년을 봤나. 야 이 가수나야 와 뒤로는 와 몬 하는데? 돈 더 준다안하나?”








“아씨... 딴 년이랑 하소. 난 뒤로는 안 한다 안하요.”








“아따. 고년 사람 열 받게 만드네. 이런 시팔 것 와 몬 한다는 기고?”








술에 취한 사내가 한사코 뒤로 하겠다며 여자를 험하게 다루었다.




나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해 달려갔다.




왜냐고? 바로 내가 하는 일이 그런 놈을 처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삼촌. 와 이제오노. 아씨... 저놈 좀 치아도.”








“와? 뭔 일이고?”








“아씨. 자꾸 뒤로 하자 안하나. 하기 싫다는데도 한사코 저라네. 삼촌 미치겠다.”








“일마이건 뭐꼬? 바라 고마 꺼지라 안 그래도 열 받아 죽것는데.”








“보소 아제요. 싫다는데 고만 하소.”








“허... 니는모꼬?”








“내요? 내는 야들 관리하는 삼촌인데요.”








“삼촌이고 뭐고 나는 해야겠으니 니는 고마 꺼지라. 돈은 더 줄 테니까.”








“하~ 아제 괜히 맞고 고향생각 난다 하지 말고 고마하소.”








언제나 이런 일은 말로 끝나질 않는다.




몇 대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건 어른이나 애나 다를 게 없다.








“니 지금 뭐라했노? 맞는다고? 이자슥 완전히 미친 거 아이가? 인마. 내는 뱃사람이다. 니같은건 한주먹거리도 안된다. 괜히 맞고 치료비 달라 하지 말고 고마 가라.”








“거참 말 많네. 보소 아제 고마 하라면 고마하소. 괜히 성질 건드리지 말고.”








그러자 뱃사람이라고 한 사내가 바지를 주섬주섬 집어 입더니 삼촌이란 사내에게 다가왔다.








“안되것다. 니는좀 맞아야겠다.”








그렇게 말한 뱃사람이라 한 사내가 주먹을 휘둘렀다.




덩치답게 주먹을 휘두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주먹에 맞을 내가 아니다. 고개를 숙여 피하며 안으로 파고들어 상대의 명치를 가격했다.








‘퍽’








“으~헉.”








뱃사람이란 사내는 저녁에 먹은 술과 안주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런 사내를 질질 끌어 길바닥으로 패대기 친후 한마디 한다.








“보소. 아무리 돈 내고 한다고 하기 싫은 것 까지는 강요 하는 게 아니라요. 담에 올 때는 그리 하지 마소.”








그러곤 뒤돌아 가계 안으로 들어갔다.








“삼촌 우찌됬노?”








“뭘 우찌대? 잘 타일러 보냈지.”








“키키. 잘했다. 아씨. 아파 죽겠네?”








“와? 어데 맞았나?”








“아니. 맞은게 아니고 아까 그 새끼가 하다말고 미자바리(항문)에 쑤셔가꼬 아직도 아파죽겠다.”








“키키키. 내가 호 해줄까?”








“미칬나? 에효.. 내가 삼촌 니한테 무슨 말을하노.”








이것이 나의 일중 하나다.




내 이름은 남성현. 현제 나이 21세 직업 삼촌(남들이 다 그렇게 부른다.)




이곳에선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모두 나에게 삼촌이라 부른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에게 진짜 삼촌은 아니다. 그냥 의래 이곳 여자들은 함께 일하는 남자들은 모두가 삼촌이라 부른다.




내가 돌보고 있는 가계는 모두 세 곳으로 한 가계당 몸을 파는 여자들이 대략 8명 정도씩 된다.




그러니 내가 봐주는 여자가 스물 네 명인 셈이다.




그들은 언제나 일이 터지면 나부터 찾는다.




나는 그들이 부르기 전엔 그저 세 가계 중 한곳에서 놀고 있으면 된다.








“미연인 아직 안 왔나?”








“미연이 안에서 화장 할 낀데. 들가 봐라.”








그 말에 가계 안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장사를 위해 여자들이 화장을 하고 있었다.




그중 한명이 미연이란 아가씨다.




그녀는 이제 나이가 22살로 이곳에선 제법 영계에 속한다.




유일하게 나에게 삼촌이 아닌 이름을 불러주는 여자였다.




내가 방문을 열자 안에 있던 여자들이 모두 나를 쳐다봤다.




미연 역시 나를 보곤








“어. 성현이 왔어? 잠깐만 나 화장좀 끝내고.”








“어. 그래 천천히 해도 된다.”








다른 여자들도 내게 인사를 건네 온다.








“삼촌 우리는 안보이나? 항상 미연이만 찾네.”








“와? 질투나나? 그람 느그들도 미연이 만큼 이뿌문 안되나. 하하.”








“켁. 말을 말아야지. 삼촌 문 닫아라. 옷갈아 입을란다.”








“언제부터 그런거 따졌노. 고마 갈아입어라 간만에 구경좀 하게.”








“내참. 저게 어려서 코 찔찔 흘리던 성현이 맞나? 이젠 능구렁이 다됐다.”








“맞다. 완전 능구렁이다. 키키키”








그렇게 할일 없이 여자들과 노닥거린다.




어느새 미연이 화장을 다하곤 밖으로 나왔다.








“너 어제 일끝 나고 부산 갔다 왔다며?”








“어? 아... 그게...”








“속일 생각마. 도대체 왜 그래?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하려고 그러는 거야?”








“젠장... 누가 그세 꼰질렀노? 재민이가 그라드나?”








“왜? 재민이 삼촌이 말했으면?”








“개자슥. 머스마가 입이 그리 싸노.”








“지금 그게 중요해?”








“또 그럴 거야?”








“알았다. 내 이제 부산 안 갈게. 됐제?”








“이번 한번만 봐주는 거다.”








미연은 내가 부산에 가는 이유를 정확히는 모른다. 그저 부산에 있는 건달들을 만나는 줄만 안다.




사실 내가 부산에 내려가는 이유는 칠성파의 일 때문이다.




나는 칠성파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완전 똘마니는 아니다. 나름대로 조직 내에선 행동대장 정도의 위치에 올라있다.




어제는 상대조직인 이십세기파의 세력 다툼으로 나를 비롯해 행동대원 십여 명이 상대 세력의 업소 중 한곳을 급습하는 일 때문에 내려간 것이다.




이런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기에 미연을 그동안 속여 올수 있었다.








‘젠장. 이제 정말 그만 둬야 되나.’








“일 끝나고 다른 일 없제?”








“왜?”








“응... 그냥.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그래... 알았어.”








나는 그렇게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방에는 여자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한창 화투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삼촌도 할래?”








“얼마짜린데?”








“쩜백.”








“쩝~ 뭐 할 짓도 없는데. 내 패도 돌리라.”








일과 중 하나가 이렇게 손님을 기다리는 여자들과 고스톱을 치는 게 일이다.




앞에 앉은 숙영이 나를 바라보곤 윙크를 해온다.




이곳에선 나름대로 내 인기도 높다.




한번쯤 내 품에 안기기를 바라는 여자들이 꽤나 많이 있다.




그러나 나는 미연을 알고 난 뒤로 다른 여자와 잔적이 한번도 없다.




그 이후로 이런 일이 가끔 생긴다.




숙영이 윙크를 하고는 짧은 치마를 입은 다리를 살짝 들어올려 그 안이 보이게끔 한다.




훤히 들어나는 붉은 팬티가 보인다.




이젠 저런 짓도 하도 당해서 그리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호호. 삼촌 이제 당황하지도 않네. 많이 컷네.”








그 말에 옆에 있던 혜자와 채연도 함께 웃는다.








“히히히.”








“젠장. 널린 게 팬티 고마 그거 본다고 꼴리것나?”








“어머! 그럼 삼촌 그 안에 꺼 보면 꼴리는가보네.”








“글쎄 모르지 함 보이바라 꼴리는가 보구로.”








“켁. 삼촌 이제 선수 다됐네. 이젠 우리가 당하겠다. 호호.”








그렇게 시간을 때우고 몇 군데 일을 처리하면 새벽이 밝아오고 아가씨들의 일이 끝이 난다.








“많이 기다렸지? 잠시만 기다려 옷 좀 갈아입고 올게.”








“어.”








미연은 6개월 전 이곳에 들어왔다.




나는 처음 이곳에 있는 여자들은 모두 납치를 당하거나 빚을 져서 팔여 오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미연은 그런 이유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다.




미연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오빠는 어려서 가출을 해 소식이 끊기고 여동생과 둘이서 살고 있다.




여동생은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며 그녀는 그런 동생을 위해 특별한 재주도 없고 오로지 가진 거라곤 그래도 남들이 혹 할만한 몸뚱아리 하나밖에 없기에 이곳에 온 것이다.




난 차에 시동을 걸어놓고 그녀가 나오길 기다렸다.




가계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옷차림의 그녀가 문을 열고 나온다.




유난히 청바지가 잘 어울린다.








“어디로 갈 거야?”








“뭐 특별히 갈 때 있나? 고마 해운대나 가서 회나 한사라 먹고 오자.”








“그래. 근데 나 지연이 학교보네야 되서 일찍 돌아와야 돼. 알지?”








“안다. 7시까지 오면 안 되나?”








“응. 가자.”








차에 오른 미연은 연신 내 옆모습을 처다 본다.








“와? 내 얼굴에 뭐 묻었나?”








“아니. 그냥 널 보고 있으면 집나간 오빠가 생각나서...”








“.........”








그녀는 가끔 나를 보고는 오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젠장. 집 싫다고 가출한 놈 뭐가 그리 보고 싶다고.’








욕지기가 치민다.








“소식 없제?”








“................”








“느그 부모 돌아가신 건 아나?”








“모를 거야. 알면 왔을 테니...”








“그 얘긴 고만 하자. 요즘 지연인 공부 잘하나?”








“응. 우리 지연인 한번도 전교 1등을 놓쳐 본적이 없어. 기특하지?”








“그래야지. 니가 그리 고생하는데...”








“............”








한동안 말없이 차를 몰아 해운대에 도착을 했다.




미연은 유독 바다를 좋아한다.




특히 이렇게 인적이 드문 새벽바다를...








“아~ 좋다. 난 돈 많이 벌면 이런 바닷가에 집을 짓고 살고 싶어.”








“............”








“후~ 과연 그런 날이 올까?”








“올끼다. 니는 착하니까.”








“치~”








“진짜다. 함 두고 봐라.”








“됐어. 나 배고파.”








“가자. 내 회 사주께.”








우린 횟집에 들어가 회를 시키고 더불어 소주도 한 병 시켰다.








“운전하면서 왜 술을 시켜?”








“괘않다. 얼마 안 마실껀데뭐. 근데 언제까지 이일 할 끼고?”








“왜?”








“나는 니가 이일 그만 뒀으면 좋겠다.”








“안하면?”








“그냥... 내랑 같이 살문 안 되나?”








“호호...”








“웃지마라.”








“미안...호호호.”








“고마해라.”








“아~ 정말 미안...”








그러곤 미연은 다시 어두운 얼굴을 한다.








“넌 내가 좋니?”








“...... 어....”








“왜?”








“왜가 우뎄노. 고마 좋으면 좋은 기제.”








“호호호.”








항상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미연은 웃음으로 대답을 회피한다.




오늘은 기필코 대답을 들어야 겠다.








“웃지 말고. 같이 살자.”








한동안 말없이 날 바라보던 미연은 진지한 얼굴로 말을 한다.








“성현아.”








“와?”








“우리 지연이랑 나랑 먹여 살릴 수 있어? 우리 지연이 대학까지 보네 줄 수 있냐고.”








그 말에 난 말문이 막히고 만다.




집도 한 칸 없는 내가 그녀의 말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턱이 없다.




물론 어떻게든 먹고 살기야 하겠지만 아직 어린 나로선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호호... 그렇게 심각한 얼굴 하지마. 농담이니까.”








오늘 역시 그녀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자 우린 서둘러 마산으로 돌아 왔다.




미연의 집 앞에 도착하자 그녀는 차에서 내리곤 말을 했다.








“가계로 갈 거야?”








“그래야지. 내가 어디 갈 때가 있나?”








“들어와. 밥 먹고 가.”








“됐다. 고마 갈란다.”








“들어오라니까.”








미연은 차 문을 열고 나를 강제로 끌어 내린다.




못이기는 척 그녀를 따라 집으로 들어가자 지연이 어느새 일어났는지 씻고 있었다.




조그만 부엌이 딸려 있는 단칸짜리 방이다.




살림살이라곤 이불과 책상이 달랑 한개 그래도 여자들이 사는 방이라 그런지 방에 들어서자 향긋한 향기가 콧속을 맴돈다.








“어~ 성현오빠 왔네.”








“지연이 오랜만이다.”








“그러게. 왜 요즘 놀러 안와?”








“어~ 좀 바빠서.”








“그래? 언니 나 오늘 일찍 가야대. 밥 못 먹고 가겠다.”








“그래도 밥은 먹고 가야지.”








“됐어. 가서 빵 한개 사먹지머.”








“어제 말하지. 이렇게 일찍 갈 것 같았으면 언니가 일찍 들어오는 건데.”








“괜찮아. 나 다녀올게.”








“그러지 말고 조금이라도 먹고 가지.”








“아냐... 오빠 자주 놀러와.”








“어. 그래. 다녀온나. 그리고 이거...”








“이게 모야?”








“가서 빵이라도 사 먹으라고.”








“됐어. 나 돈 있어.”








“인마. 오빠가 주고 싶어서 그니까 받아라.”








“그래. 지연아 그걸로 가서 빵이라도 사먹어.”








그제서야 지연이 받아든다.








“고마워. 그럼 다녀올게.”








그렇게 지연이 나가자 미연은 나를 위해 밥상을 차리려 한다.








“밥 차리지 마라. 좀 전에 회 먹어서 밥 생각 없다. 차나 한잔도.”








“그럴래?”








그렇게 차를 한잔 마시고 멀뚱하니 있자니 자꾸만 어색해져 왔다.




아마 이렇게 한방에 있어서 그런 듯 하다.




어색한 시간이 흐르자 미연이 머뭇거리며 말을 한다.








“자고 갈래?”








그러고는 이내 이불을 꺼내어 편다.








“자고가. 가계에서 자기도 불편 할 텐데.”








아직 한번도 미연 이와 함께 자본적이 없다.




그래서 미연의 말이 더욱 실감이 나질 않는다.




전에 몇 번 함께 자자고 해도 한사코 거부를 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자고 가란다.








“니 뭔 일 있나?”








“왜?”








“내가 자자고 할 때는 그리 싫다더만 오늘은 웬일이고?”








“그냥....”








그러곤 옷을 벗고 돌아눕는다.




미연의 유난히 하얀 피부가 오늘따라 더욱 눈부시게 보인다.




난 옷도 벗지 않고 그녀의 옆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옷 구겨져. 벗고자.”








돌아누운 채 그렇게 말하곤 눈을 감는다.




난 일어나 옷을 벗고 다시 누웠다.








“자나?”








“응.”








“...............”








그녀 쪽으로 돌아누워 어깨에 손을 얹는다.




미연의 부드러운 피부가 손끝에 전해지자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손을 그녀의 브래지어 위에 얹자 그녀가 말을 한다.








“그냥 자.”








난 말없이 손을 빼내고 돌아누웠다.




그렇게 그녀와의 처음으로 함께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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