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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르시온] 두개의 달 외전1~2
최고관리자 0 40,085 2023.08.21 13:57


       [네르시온] 두개의 달 외전1~2












      에스는 중앙국의 신황제 돔이 보낸 문서를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안의 내용을 끝까지 몇번에 걸쳐서 정독한 그는 기가 막히다는 듯 입가를 올리며 누
      워있던 침대에서 일어났다. 잠들어 있는 것을 깨우기 싫어 커튼 만 열어 둔 것인지 
      눈부신 빛에 눈쌀을 찌뿌리던 그는 근처에 있던 가운을 걸치며 테이블에 앉아 다시
      금 내용을 흩어 보기로 했다. 

      "...대담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야 할지."

      알수가 없다. 지금의 신왕의 정치는- 
      이건 무턱대고 참신한 통치 체계다-라고 찬사를 할수도 현실감각이 결여된 꿈같은 
      생각이다-고 일방적으로 비하할수도 없다. 
      이 것에 동참하는 자들의 수에따라 그의 정치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 질 것이다. 
      종이를 접은 그는 그것을 품속에 잘 갈무리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하인을 부르기 위
      해 줄을 잡아 당겼다. 곧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하녀에게 눈길을 주며 인사를 한 에스
      는 이 일에 대해 다른 일행들이 알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먼저 연락을 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까. 
      집안이 운영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저택을 비울수 없는 지라 여러 일이 있고난 후 다
      시 남의 본가로 돌아온 에스는, 바로 곁에 없는 일행들이 이럴 때 생각나는 군 싶었
      다. 
      차가운 물에 손을 넣은 에스는 먼저 노웬에게 연락을 해보기로 한다.

      "일어 난거니?"

      세수를 하고 입안을 깨끗하게 하는 잎을 물고 있던 에스는 들어오는 에즈에게 인사
      를 하며 갈아입을 옷을 체크한다. 그런 그에게 다가가 이런저런 옷을 추천해주던 에
      즈는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묻는다. 
      누이에게 걱정을 끼치게 하고 싶지 않은 에스는 별거 아니라고, 걱정할 일은 없다고 
      말하며 그녀가 챙겨준 옷가지를 들고 자리를 뜬다.

      "그런데 왜 노웬님께 연락이 왔는지 모르겠다."
      "연락이 왔나요?"
      "그래, 어서 옷 갈아입고 밑으로 내려오렴." 
      "..직접 오신 겁니까?"

      놀란 듯 입을 벌리는 에스의 모습에 입가를 올린 에즈는 젤도 함께 왔다고 말하며 방
      을 나선다.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 남아 있던 에스는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허겁지겁 
      밑으로 내려간다. 
      뒤에서 아침은 어쩔거냐는 소리가 들려 왔지만, 그런것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 
      됐다며 손을 흔든 그는 두계단씩 뛰어 내려 손님 접대용으로 쓰이는 방으로 들어갔
      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은발의 노웬과 금발의 젤의 모습에 화색을 지은 그는 정말
      로 반갑다는 듯이 오랜만이라는 인사를 하며 그쪽으로 다가간다. 
      에스가 들어가자 마자 다과를 준비해 온 에즈가 문을 열고 나타나 장난스런 미소를 
      지어 보인다.

      "에스가 어지간히 급했나 본데요? 저보다 먼저 내려오다니."
      "몇달만에 만나는 건데 당연히 반갑지요."

      눈을 가늘게 휘어 보이는 에스의 모습에 노웬은 한결 기분이 가벼워 진다. 
      자리에 앉자마자 칸이나 다른 일행에 대해 묻는 에스에게 그들의 생활에 대해 대충
      이나마 알려주던 노웬을 그렇게 까지 걱정할 만한 일은 없다고 말한다.

      "요즘은 칸님과 다른 일을 꾸미고 있어서... 조금 뭔가 복잡하긴 하지만, 잘 해결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무슨 일을 하고 있길래.."
      "글쎄요. 무엇일까요?" 

      전에는 일행 사이에 도는 정보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 반대구나 싶
      다. 씁쓸한 느낌에 안색을 굳히던 에스는 이어지는 노웬의 말에 표정을 굳힌다.

      "중앙의 황제에서 통보를 받았습니다. 뭐랄까, 좀 당황스러운 느낌이랄까요?"
      "역시.. 받았군요. ...신황제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아직 어려서 무모한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그 반대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 ? "

      노웬의 말에 에스는 얼굴을 들어 그의 얼굴에 시선을 주었다. 

      "능력있는 자들을 중앙의 새로운 관직에 올리겠다-라는 관리 도용제는, 어찌보면 무
      모하지요. 성내 권력이 없는 왕이 그런 명을 내렸다간 실권을 잡은 자들에 의해 관직
      이 채워질테고, 그 반대의 경우 황제의 독재로 인해 자리가 채워 질 테죠. 어느 쪽이
      든 그리 좋지않은 사례로 실제로 그런 일들이 현실이 된 경우도 빈번하고요. 
      사람들은 그 이유 때문에 신왕의 명에 반발을 하는 것 같지만- 글쎄요. 
      돔 황제가 둘중 어느쪽에서 속하지 않는 다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러게 된다면, 보내어진 문서대로 정말로 능력 있는 자들이 중앙의 관직을 맡게 된
      다면- 확실히 굉장한 일이다. 

      "무척이나 어려운 패를 들었지만, 지금 저희들이나 저들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가장 
      효과적인 제압정책이라 볼수 있겠죠. 뭐랄까, 과연 호랑이에게 고양이는 태어나지 
      않는구라-라고 실감했습니다."

      노웬의 말을 들으며 에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현 중앙의 황제인 돔의 뜻대로 된다면 중앙의 정치는 그야말로 민주적인 방법으로 
      이루어 질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또다시 피바람이 불 것인가- 
      그런 폐해를 막기 위해선 정책을 추진하는 황제의 곁에 든든한 아군이 있어야 한다. 
      이자키엘의 천거가 있다하나, 칸크빌레의 아들로 알려져 있는 그의 제위에 불만을 
      지닌 귀족들의 수가 만만치 않다. 
      그런 상황에서 그의 뜻이 옳곧게만 이루어질 것인가. 
      미간을 찌뿌리는 에스의 표정을 확인한 노웬읜 곁에 앉은 젤에게 시선을 주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뭔가 꿍궁이 속이 있는 듯한 그 모습은 유감스럽게도 에스에게 보
      이지 않았다.

      "에스"
      "네? 아, 잠시 생각을 다른 곳에 두고 있었군요."

      손을 저으며 멎쩍은 표정을 짓는 에스를 바라보며 노웬은 입을 열었다.

      "칸크빌레님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어떤?"
      "하고 싶은 대로 해라-입니다."

      노웬의 말에 에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는다. 
      노웬의 옆에 앉은 젤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동안 당신이 칸님과 저희들에게 많은 도움이 주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충분
      히 차고, 넘치도록 많은 도움과 지지를 받았지요. 그러니 그분은 이제라도 당신이 자
      유롭게 살기를 바라는 겁니다."
      "........난-"
      "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꼈습니다. 적이었던 이자키엘 황
      제는 중앙에서 물러나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대륙을 떠돌고 있고, 서로를 받쳐주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길로 빠져 나갔죠. 그런 상황에서 전처럼 이를 들어내고 싸우
      기만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지요."
      "에스, 난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제는 각자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

      젤과 이어지는 노웬의 말에 에스의 표정이 묘하게 변한다. 

      "십여년 동안 해왔던 일들이 지금의 말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들의 지나
      온 행적에 많은 사람들이 웃고, 울고, 죽고 그리고 살아왔지요. 그렇기에 전에 해온 
      일들을 부정할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전같은 방법은 더이상 먹히지 않는 것이 현
      재 우리들의 눈앞에 드리워진 현실이죠. 너무도 갑작스럽게 쥐여진 무기가 달라진 
      겁니다. 우리들은 새로이 생긴 무기를 바로 사용하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에스는 마주잡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노웬과 젤의 말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자신이야 말로 몇번이나, 생각하고 고민한 일이지 않는가- 
      하지만, 혼자서 고민할 때 가슴에 엮어져 있던 자물쇠가 지금 두사람의 말에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진 기분이다.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걸까-하고 자신은 스스로의 발목을 죄고 있었던 걸까. 
      많이 풀어진 에스의 얼굴을 바라보던 노웬은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집었다.

      "칸님은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실 겁니다."
      " ? "
      "동과 북 사이에 있는, 작지만 옥토가 비옥한 곳이지요. 그곳에서 우리들은 새로운 
      목표를 세울 겁니다. 그러니 에스."
      "..........."
      "당신은 이곳에서 그대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나중에 저희들에게 도움을 주십시오."
      "...노웬."
      "이번에야 말로 모두가 행복해 질수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겠죠."

      눈을 가늘게 휘는 노웬의 모습에 에스는 가슴이 답답해 지는 것을 느낀다. 
      묘하게 표정을 구긴 에스는 고개를 숙이며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칸과 노웬과 나머지 일행들과 자유로운, 행복한 나라를 세우는 것은 그동안 자신을 
      지탱하던 단 하나의 꿈이었다. 
      그 꿈에서 떨어져 다른 길로 도움을 줘야 하는 자신의 입장이 많이 슬펐다. 그와 동
      시에 이런 일을 바라고 있었던 마음 한 구석의 바램이 점차 고개를 드는 것에 알수 
      없는 울렁거림이 느껴진다. 
      입술을 앙물고 양손에 얼굴을 묻은 에스를 바라보던 노웬은 옆에 앉은 젤에게 고개
      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여전히 앉아있는 에스를 바라보며 그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긴다.

      "다른 곳에 있더라도 우리들은 동료지요. 그것만은 잊지 말도록 합시다."
      "............"
      "언제든지 온다면 환영해준다- 칸크빌레님의 마지막 전언입니다."
      "..........후."

      그다운 말에 입가를 올린 에스는 손을 치우고 얼굴을 들었다. 
      반짝이는 마력 잔조량이 공기를 떠돌고 서있던 노웬과 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뒤로 젖힌 그는 노웬과 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천천
      히 되뇌어 본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일들. 
      그리고 하고 싶었던 일. 
      욕심이 나는 것에 대해-

      "...전보다 더 복잡해 졌잖아."

      헛웃음을 터트린 에스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에즈의 이름을 불렀다. 
      자의든 타의든 한번 불타오른 불꽃이 꺼지기 전에 이 결심을 확고히 해야 한다. 
      더디면 더딜수록 믿고 있는 의지는 점차 약해 질 것이 분명하기에. 
         





      카일은 몸을 덮고 있는 중앙국의 제복을 다소 낯선 듯 몇번 몸을 움직여 본다. 
      몸을 죄는 하얀 제복은 십년동안의 공백을 직접적으로 알려주기라도 하듯 낯설기 
      그지없다. 입맛을 다신 그는 답답하게 죄여진 목을 집어 손가락으로 흩어 보지만, 그
      걸로 새옷이 늘어 날리가 없다. 
      혀를 찬 그는 손을 내리고 앞서 했던 대로 팔장을 낀채 아래를 바라본다. 
      기다리고 있는 그가 온다면 당장에 끌고 배정된 방으로 끌고 갈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중앙의 관리로 들어온 다는 건지. 머리속을 스쳐 지나가는 금발의 주근깨
      를 지닌 동안의 사내를 떠올린 그는 혀를 찬다. 
      한동안 그렇게 중앙의 성으로 들어가기 전에 거치는 계단의 위에 올라가 있던 그는 
      일렬로 서있는 기사들과 끝에 창을 든채인 병사들에 시선을 주다 묘한 표정을 짓는
      다. 
      새삼스레 십년전의 그때가 떠오른다. 
      다른 곳에 있던 칸크빌레가 적룡에 의해 억지로 소환되어 계단아래 저 공터에 나타
      나고, 엄청난 화살이 그를 향해 쏫아졌다. 
      그리고 그 화살을 맨몸으로 막았단 청년. 
      에스의 형이자 가문의 계승권을 지닌 자이기도 했던 그의 이름을 떠올리던 카일은 
      성문 사이로 나타난 익숙한 마차의 모습에 눈을 크게 뜨고 다급히 아래로 내려간다. 

      덜컹

      "다 온건가?"

      멈춘 마차의 문을 열고 한걸음 밖으로 내디딘 에스는 성으로 들어가기위해 지나쳐
      야 하는 거대한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하얀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사내를 발견하고 
      미간을 찌뿌렸다. 
      저 녀석은 도대체 어떻게 알고 이렇게 나타나는 건지- 
      혀를 차며 미간을 찌뿌리지만, 내심 반가운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몇주전까진 줄기차게 저택으로 얼굴 도장을 찍던 녀석이, 근래에 발길을 멈춘 것이
      다. 마차를 몰고 사라지는 시종에 시선을 주던 에스는 바닥에 있는 가방을 들었다. 
      중앙의 황제인 돔의 새로운 정책인 능력있는 관리로 뽑히기 위해선 시종없이 혼자
      서 시험을 보고, 통과해햐 하는 거다. 

      "에스!!"
      "귀 안 막혔어. 도대체 너란 녀석은-"

      그의 얼굴만을 확인하고 짜증스럽게 내뱉은 에스는 카일이 입고 있는 하얀 제복을 
      보고 숨을 들이킨다. 
      그런 그의 모습을 미쳐 확인하지 못한 카일은 그의 어깨를 잡으며 앞뒤로 흔든다.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관리가 되겠다고 시험에 응하는 거야?!! 그게 얼마나 힘든건
      지 알기나 해?!!"
      "............너."
      "혼자서 온건가? 되돌아가는 마차는 저것밖에 없는 거야?!!"
      "너..... 언제부터 이런 제복을 입은 거야?"
      "그게 무슨 문제라고..!!"

      윽박스러던 카일은 에스의 심각하게 굳은 얼굴을 확인하곤 입을 다문다. 
      어깨를 잡던 손을 놓고 뒤로 물러난 카일은 자신이 입고 있는 제복이 그리도 이상한
      가 하고 생각해 보지만, 입고 나오기 전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다지 이상하지 않았
      다. 오히려 색다른 매력이 느껴졌는데. 에스는 아닌건가? 
      그답지 않게 불안한 시선으로 에스의 굳은 얼굴을 보려니 에스가 붉은 입술을 열어 
      언제부터 중앙국의 기사로 등록한 거냐고 묻는다. 

      "아아- 뭐.. 그게.."

      십년전 칸크빌레 사건을 계기로 카일은 기사직으로 물러나 고국으로 들어가 사절단
      의 명목으로 중앙에 머물렀던 것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기사복을 입고 날뛰니 의아한게 당연할 것이다.

      "고국으로 돌아가 재후로 입명되는게 아닌가? 어째서 이런 복장으로 이곳이 있는..."
      "네가 중앙의 관리가 되겠다는데, 내가 고국으로 돌아가 제후 짓거리를 할 것 같은
      가?!!" 

      카일의 윽박에 에스의 표정이 묘하게 굳는다. 

      "이런 중앙의 관리가 되겠다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음모와 비책의 달인이 되겠다는 
      거야! 물론 돔은 그런 것을 바꾸겠다고 관리모집이니 뭐니 하는 것을 벌이는 것이지
      만, 그런게 손쉽게 흘러 갈리가 없잖나! 지닌 권력을 뺏기기 싫은 썩어빠질 귀족들이 
      눈 시뻘겋게 뜨고서 온갖 방해를 해댈텐데, 넌 그것도 모르고 관리가 되겠다고- 이
      런 곳에 이렇게, 이런 모습으로 있는데 내가 돌아갈리가 없잖아!!"

      그답지 않게 말을 길게 하는구나 싶었다. 
      그보다 성문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길게 서있는 기사들이 카일과 자신의 행보에 귀
      를 기울기고 있는데 저런 말은 좋지않다. 카일의 기세에 몸을 굳히고 있던 에스는 안
      색을 굳히며 그의 입을 막고 손을 잡은채 계단으로 끌고간다. 
      어디를 가느냐고, 당장에 돌아 가라는 카일의 음성이 들렸지만, 그의 팔을 잡아끄는 
      에스의 행동은 막무가내다. 
      전부터 알고 있었던 계단이 왜 이리도 긴지에 대며 투덜대던 에스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겨우 다오른 계단의 위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에스 도대체 왜 이런..."
      "조용히 하고 얌전히 따라와."

      그에게 말을 걸려던 카엘은 그 서슬퍼럼에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문다. 
      잠자코 있는 카일의 모습에 코웃을 친 에스는 팔을 잡고 근처 으슥한 곳으로 그를 잡
      아끈다. 
      이내, 시녀들조자 잘 다니지 않는 장소에 선 에스는 몸을 돌려 카일을 올려다 본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황제의 이름을 멋대로 부르고, 새로운 시행령
      에 대해서나 귀족에 대해 험담을 하려면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해야 되는게 아닌가. 
      이제 넌 이자키엘 황제가 있을 당시의 그 권력자가 아님을 제발 좀 알아차리라고."
      "권력이라는 건 조만간 생길텐데, 무슨 걱정인가."
      "카일!"

      확실히 이자키엘 황제가 있을 당시와 같은 호사를 바랄수는 없는 입장이지만, 카일
      은 그라센 여왕의 남동생이고, 후작이다. 
      그런 그가 기사라지만, 중앙에 소속된 입장이라해도 함부로 대할 간큰 자는 없다. 
      저 신왕인 돔도 카일에 대해선 한수 접어 줄정도인 것이다. 
      이제는 사라진 루드빌의 제멋대로의 행동에 대한 문제도 있어 그에 대한 사과의 의
      미로라도 지금의 돔은 대륙에 있어 함부로 강압책을 쓸수없는 거다. 그런 입장이기
      에 카일이 기사로 복직하는 것에 승낙을 했지만, 일단은 말단으로 했을 뿐 작위를 높
      히지 않았다. 
      그러나 카일같은 실력자가 조만간 기사단장이나 부단장이 될수 있는 것은 자명한 
      일. 이렇게 지척에서 눈 가리고 아웅대는 일이 벌어지는 중앙인데 에스가 관리가 된
      다는 것을 가만히 볼수는 없다. 
      에스의 기세에 말이 중간에 세기는 했지만, 제대로 잡아 주어야 한다. 
      카일은 에스가 더 이상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신왕의 이번의 정책은 좋아. 확실히 획기적이지. 하지만 어느 정책이라도 초반엔 문
      제가 있기 마련이다. 난 네가 그 문제의 첫번째 희생양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아."
      "카일 너에게 나는 어떤 존재야?"
      ".......뭐?"
      "너에게 나라는 인간은 하고자 하는 일에 위협이 있다해서 몸을 사리는 그런 비겁자
      인가?"
      "..............."
      "그렇다면 너는 사람보는 눈이 지독히도 낮다는 거군."

      에스의 서늘한 시선에 카일의 입이 다물어 진다. 
      카일의 굳은 얼굴을 바라보던 에스는 기억속에 묻어져 있는 한 청년의 얼굴에 눈가
      가 뜨거워 지는 것을 느낀다. 
      눈앞의 남자를 한없이 바라 보았지만, 단 한번도 보답받지 못한 사람. 
      지키던 황제를 대신해서 그 짧은 생을 마감했던 가여운 사람. 소중했던 형제. 

      "난 중앙국의 관리가 될거야. 그래서 신왕의 뜻을 이루도록 돕겠어. 난... 난 형이 잠
      들어 있는 이곳에서 그가 이루고자 하는 일을 대신 이룰거야."
      ".....에르겐..인가."

      칸크빌레에게 쏫아졌던 수십개의 화살을 대신 받고 쓰러졌던 청년. 
      ...........이제서야 떠오른다. 마지막 순간 자신을 바라보던 녹색의 눈동자는 죽어도 
      잊지 못할 것이다. 에스를 닮은 그 눈동자는- 
      형의 이름이 카일의 입에서 나오자 에스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진다. 
      한참동안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이지만, 고개를 숙인 에스가 기운없이 고개를 끄
      덕이고 몸을 돌리는 것으로 그렇게 말이 끝난 것으로 보였다. 
      천천히 멀어지는 에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카일은 조용히 입을 연다.

      "에르겐이 날 사랑한다는 건가."
      ".............."
      "그래서 죽은 그를 위해서 넌 나에게 마음을 줄수가 없는 거고."
      "............난!!"

      카일의 말에 확하고 얼굴에 열이 오른 것을 느낀 에스는 몸을 돌리지만, 자신을 기다
      리는 것은 한없이 서늘한 눈동자로 이쪽을 바라보는 카일이다. 
      그답지 않은 어두운 검청색으로 물든 눈동자로 에스를 바라보던 카일은 입가를 올
      리며 조소한다.

      "웃기지마." 

      확실히 꺼지기 전에 그 눈동자는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나 지금, 이 순간 자신을 바라보는 저 눈동자와 바꿀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주먹을 쥔 카일은 손을 뻗어 에스를 향해 내 뻗는다. 살짝 얼굴을 기울인 그는 서늘
      한 음성으로 에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그런 사내따윈 지금부터 잊을 거다. 그러니 너도 그렇게 해."
      ".............."
      "너와 나의 일이다. 그런데 감히 누가 끼어들수 있다는 말이지?"
      "카일..."
      "관리가 되고 싶다면 그렇게 해. 난 기사가 되어 널 지켜주마. 황제가 아닌 널 지키겠
      다는 말이야."
      "..............."
      "그리고 반드시 네가 날 사랑하게 만들테니깐.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가져 주겠어."

      할말을 마친 카일은 에스에세 뻗은 손을 끌어 입술에 누른다. 
      한동안 쥐여진 주먹에 입을 누르던 카일은 눈동자를 열어 에스를 죽일듯이 노려보
      다 미련없이 몸을 돌려 그와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멀어지는 카일의 뒷 모습에 에스의 입술이 반쯤 열리다 그대로 닫힌다. 그렇게 아무
      도 없는 복도에 가만히 서있던 에스는 어깨를 늘어 뜨린채 복도를 걸어간다. 
      그가 걸어가는 복도 끝 금발을 늘어뜨린 장신의 사내가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
      껴진다. 하지만 에스는 그 자를 못본채 그냥 지나칠 뿐이다. 
      그리고 투명한 모습을 띄운 그 사내를 지나치기 전에 걸음을 멈춘 에스는 어두운 눈
      동자를 들어 눈앞의 청년을 바라본다. 
      그 초록색의 눈동자를 바라보자니 가슴에 날카로운  칼날이 스치고 지나감을 느낀
      다. 

      "....................난."

      뭔가가 막힌 듯 목소리가 갈라져 나온다. 
      그것에 바보같은 기분이 든 에스는 헛기침을 하지만, 혀로 입술을 축이고 다시 입을 
      연다.

      "더이상 당신을 생각하지 않을 거야."

      당신의 그림자를 좇지 않을 거야.
      더 이상 당신을 생각하고, 마음을 죽이지 않을거야. 
      당신이 그토록이나 바라던 사람을 가질거야. 그와 행복하게 될거야. 
      대신, 당신이 이루고자 했던 것은 반드시 이루어 보일테니. 
      제발.

      "..........용서해 줘."

      뜨거운 숨이 목구멍으로 올라온다. 
      눈가에 열이 오른다 싶더니 오른쪽 눈동자에 한줄이 투명한 물줄기가 흐른다.
      그것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눈앞에 서있는 사내를 바라보던 에스는 청년의 입가가 
      조금 올라가고 따뜻하기만 한 눈동자가 가늘게 휘어지는 것을 마지막으로 짐을 들
      던 손을 놓고 양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빛이 가려져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진 복도에 에스는 혼자서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서있었다. 

































      ________



      카일과 에스편입니다.
      러브러브를 바라시는 분들이 계셨을 지도 모르지만.... 
      일단 두 사람을 막고 있었던 인물을 치우는 것과  앞으로 에스가 할일이나
      중앙의 모습에 대해 언질을 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합니다;; 
      돔은 무모하지만, 의욕있게 저런 엄청난 정책들을 해나갈 겁니다.
      에스와 카일, 그 외에 새로이 나타나는 좋은 인물들에 의해 잘 통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뭐냐?;;]
      칸크빌레는 새로은 나라를 건설중에 있고요, 그 내용은 다음편에..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새로운 글을 썼더니 외전을 쓰려는 의욕이 생기지 않아서..ㅜ.ㅠ;;;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외전에서 뵙겠습니다. 








      "어지간히도 초조한 모양이야."
      "아무렴, 지금의 당신만 할까요?"

      유헌의 손길에 고개를 젖히고 있던 칸은 눈을 슬그머니 들어 그의 연인의 손에서 빛나는 
      가위의 모습에 입꼬리를 올린다. 

      "예쁘게 잘라 주세요."

      꼬리만 있다면 영락없이 주인에게 재롱 부리는 강아지다. 
      피식하고 웃은 유헌은 허리에 매어진 시트자락이 흘러 내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칸의 흘러
      내린 검청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모았다. 미끄러질 듯 윤기나는 머리결에 감탄을 하던 
      그는 가위를 세우고 조심스레 끝을 다듬는다. 
      너무 길어져 조금 불편하다는 그의 말에 따라 다듬어 주기는 하지만, 역시나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지만 자신이 잘라주기를 원하는 칸덕에 유헌은 팔자에도 없
      는 미용사 흉내를 내고 있었다. 
      어제 그와 무리를 해서인지 허리가 조금 결리기는 했지만, 되도록이면 정신 바짝 차리고 
      머리 자르는데 심혈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못 잘랐다 해도 칸은 좋다며 친창을 해댈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그런데.. 초조한 거겠지.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그렇겠죠."

      처음의 대화로 돌아간다. 
      칸이 말에 헤츨링의 부화를 기다리는 융텐과 유크렌의 모습을 떠올리던 유헌은 피식하고 
      웃으며 들고 있던 머리카락을 내려놓고 칸의 머리에 턱을 기댄다. 왜 그러는 듯이 올려다 
      보는 칸의 턱을 부드럽게 쓰다듬던 유헌은 다소 슬픈 듯한 눈동자로 그를 내려다 본다. 
      뱃속에서 융텐의 기를 받아 성장한 용의 알이 얼만큼 자라나자 유크렌은 그 알을 밖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다시 3년동안 그 알을 부화할수 있도록 곁에서 지극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유크렌은 그렇다 치고, 알에게 매달리는 융텐의 모습은 무척이나 이질적인 것이라 다소 
      즐거운 기분으로 둘을 바라보던 유헌은 그러나 부러운 듯이 알을 바라보는 칸의 시선에 
      마음이 무거워 지는 것을 느낀다. 그에게 도움이 되고 곁에서 연인으로 사랑을 주고 있지
      만, 남자인 자신은 칸에게 아이라는 존재만은 줄수가 없다. 
      단순히 융텐과 유크렌에 대해 말하는 칸이지만, 그들에 대해 들을 때마다 유헌은 어깨가 
      경직되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인간의 옹졸함이란.. 
      혀를 차는 유헌의 행동에 칸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얼굴에 흘러내린 검은 머리카락을 잡
      아 이에 댄다. 몇년동안 유헌의 머리카락은 꽤나 자라서 허리 안저리까지 닿는다. 
      유헌은 길어진 머리카락을 불편해 하는 것 같았지만, 칸은 그의 긴머리채가 너무도 좋아 
      자르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유헌."
      " ? "
      "난 그대만 있으면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이미 알고 있겠지만...당신은 간간히 그것을 잊
      을때가 있는 것 같아서 말야."
      "..........칸."

      양반다리를 하고 장난스럽에 위를 올려다 보는 칸의 모습에 입가에 미소를 지은 유헌은 
      허리를 숙여 그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부드럽고 말캉한 그 느낌에 허리부근이 욱씬거리는 것을 느끼며 손에 들고있던 가위를 바
      닥으로 떨어뜨린 유헌은 등을 쓰다듬는 칸의 손길에 몸을 그대로 맡긴다. 
      그러나-

      탕!!

      "아이가 부화했다!! !"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오브의 존재에 그대로 몸을 굳힐수 밖에 없었다. 





      "...아..바."
      ".........."
      "어..마......하하."

      묘한 감동이다. 
      자신을 바라보며 검은 눈동자를 가늘게 휘는 작은 아이의 모습에 융텐은 멍하니 입을 벌
      렸다. 그것은 유크렌도 마찬가지라 알을 반쯤 깨고 나온 아이가 커다란 눈을 뜨고 여기저
      기 바라보다 손가락을 입에 물고 웅얼거리자 손을 들어 입에 물려진 손을 가만히 때주는 
      행동밖에 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손안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체온에 얼굴을 붉히며 융텐을 올려다 보는 것이다. 
      유크렌의 아이의 손을 잡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 시선에 용기를 얻은 융텐은 한쪽 무릎을 
      굳히고 부드러운 천에 올려진 알에 손을 집으며 고개를 숙인다. 
      하얀 몸을 감싸는 머리카락도 움직일때마다 떼록거리는 소리가 들릴것 같은 저 눈동자도 
      자신과 같은 검은빛이다. 
      적색이 아닌 검은 빛. 

      ".........욱."

      가슴이 복받치고 올라오는 감격에 융텐은 손으로 입을 막고 고개를 돌렸다. 

      ".....아버..바?"

      아직 인지능력을 키우지 못한 어린 용은 고개를 돌리는 융텐의 감정에 예민히 반응하며 
      손을 들어 그의 검은 머리채를 잡는다. 

      "괜찮아- 아버지는 괜찮단다."
      "..아우?"
      "그래. ..................정말 예쁘구나."

      고개를 살짝 갸웃하는 모습에 유크렌은 저도 모르게 미소가 맺혀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도저히 다물어 지지 않는 입에 다소 쑥쓰러움을 느끼며 허공에 손을 저어 투명한 
      재질의 천을 소환한다. 그리고 조심스레 알에 안아있는 아이의 몸에 둘러 그대로 품에 안
      아보는 것이다. 
      인간의 나이로 10세정도 되는 이제 막 깨어난- 선악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순수하기만 한 
      존재다. 하얀 얼굴과 검은 눈동자가 오뚝한 코, 작고 붉은 입술 작지만 날씬한 몸. 그리고 
      팔 다리에 엉켜있는 검은 머리카락이 더없이 사랑스럽다. 
      지금껏 단 한번도 느끼지 못한- 융텐의 아이를 베고 있다는 것은 인식할 때 잠시 느껴졌
      던 그 감각이 사라지지 않고 몸속에 잔재하는 것을 느끼며 유크렌은 자신이 낳은 헤츨링
      을 가만히 안아 보았다. 
      그리고 융텐의 옷자락을 잡아 아이를 안아보라 하는 것이다.

      "....괜찮을까?"
      "그럼, 우리들의 아이잖아. 이것 봐. 검은 눈동자에 머리카락 영락없이 너의 모습을 빼다 
      박았군."  
      "..널 닮아서 사랑스러워."
      "그래, 어서 안아봐."

      융텐이 왜 머뭇거리는지 알수 있다. 
      그는 불안해 하고 있었다.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흑룡인 기를 받고 있어 당연히 검은 빛을 띄고 태어날 것임을 
      알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적룡의 빛을 띄지는 않을까하고 말이다. 
      원하지 않지만, 융텐은 처음 루드빌의 아이로 그녀의 기를 받았다. 
      중간에 그녀가 떠나고 나서 모친의 친우인 흑룡의 기를 받아 무사히 태어날수 있었지만, 
      알게 모르게 내부에 잔재된 적기가 그의 아이에게 나타나면 어쩌나 하고 초조해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아이는 흑룡으로 태어난 것이다. 
      알수없는 뿌듯함에 유크렌은 아이를 알에서 꺼내 융텐에게 건내 주었다. 
      만지면 부숴 질 것같은 보석을 안듯이 그렇게 아이를 받은 융텐은 품안에 온전이 있는 존
      재에 조금 얼굴을 붉혔다. 
      유크렌의 품에서 융텐의 품으로 옮겨 질때까지 가만히 있던 아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검은 
      빛을 띈 사내를 바라보고 알수없는 익숙함이 몸속을 흐르자 커다란 눈을 가늘게 휘었다. 
      그 맹목적인 호의에 감탄한 융텐은 어린 헤츨링을 강하게 안아 뒷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
      었다. 
      간지럽다는 듯 품속에서 움찔하지만, 놓아주지 않는다. 
      너무나, 너무나 사랑 스러웠다. 
      유크렌을 품에 안았을 때완 다른 가슴을 복 박치고 올라오는 사랑스러움에 자신이 이런 
      부분이 있었나하며 그 스스로 놀라고 있던 것이다. 

      "이름은 뭘로 지을까?"
      "전에 많이 생각해 뒀잖아. 그중 하나로 짓으면 되지 않을까?"
      "그건 그런데.. 다 잊어 버렸어. 아이를 눈앞에 두니깐.."

      볼을 상기한 유크렌은 융텐에게 안긴 헤츨링의 팔과 다리를 만지며 너무 작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유크렌의 볼에 입을 맞춘 융텐은 손을 입에 대고 구슬같은 눈을 굴리는 아이
      의 볼과 눈과 코에 입을 맞추었다. 
      어떻게 애정을 표현해도 부족할 지경이다. 
      지금의 이 감동을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온전히 보여줄수 있을까 하는 새로운 고민이 시
      작 됨에 행복한 미소를 지은 융텐은 아이와 자신의 몸에 함께 안고있는 유크렌의 입술에 
      입을 마추었다.

      "그동안 수고했어."
      ".....융텐이야 말로....아아- 왠지 모르지만, 너무 행복해."
      "그래."

      사심없이 웃는 유크렌의 볼에 다시 입을 대려던 융텐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기척에 미간
      을 찌뿌렸다. 

      덜컹

      "융텐, 아이가 태어 났다면서?!!"
      "......누가 여기에 들어와도 된다고 했나?"

      반색을 지으며 안으로 달려든 칸과 유헌은 융텐의 서슬퍼럼에 몸을 굳히며 뒤로 물러난
      다. 헤츨링을 외부의 온갖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만든 방인데, 그런 곳에 들어왔
      으니 저런 반응을 보인다 해도 할말이 없다. 
      아직 헤츨링이 태어나기 전엔 문 근처에 얼씬만 거려도 죽일듯이 노려 보았던 것이다. 
      요 근래에 들어 한층 더 심각해 져서 한동안 이쪽으로 걸음도 하지 않았는데, 헤츨링이 태
      어났다는 오브의 말에 앞뒤 생각도 없이 무작정 달려온 것이다. 
      하지만 축하하러 온 사람에게 저렇게 냉대를 하다니- 
      조금 분한 느낌에 입술을 비죽히 내민 칸은 유헌의 어깨를 잡고 방에서 나가려 했지만, 발
      을 잡는 유크렌의 말에 걸음을 멈춘다.

      "괜찮으니깐, 와서들 봐. 정말 이쁘다고-"
      "유크렌, 아직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
      "해가 생겨도 우리가 있는데 무슨 상관이야?"
      "..........어쩔수 없군.."

      웃고 있지만, 저들에게 더 이상의 무례를 저지르지 말라는 듯한 유크렌의 눈빛에 혀를 찬 
      융텐은 아이를 안고 있는 팔에 함을 주며 칸들에게 걸어간다. 
      아직 인지능력이 만들어 지지 않은 어른 용은 융텐과 자신의 머리카락을 비교하며 그 비
      슷한 색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가늘게 휘며 소리내어 웃는다. 꺄르르-라고 표현 
      할수밖에 없는 그 울림에 융텐은 눈을 감고 잠시 황홀경에 빠지다가 이쪽을 주시하는 인
      간들의 시선에 헛기침을 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쳇, 치사 더러워서."
      "칸-"

      보물을 안은 듯 새로 태어난 헤츨링을 품에 안은 융텐은 이쪽을 무슨 적보듯 바라보고 있
      었다. 그것에 기분이 나빠 한마디 하던 칸은 옆구리를 찌르며 손가락을 세워 조용히 하라
      는 유헌의 태도에 입술을 비죽히 내밀며 다른 곳에 시선을 둔다. 
      그 어린아이같은 모습에 이마에 손을 집고 한숨을 쉬던 유헌은 그러나 점점 이쪽으로 다
      가오는 융텐과 그 품속의 아이의 존재에 약간의 울렁임을 느낀다. 
      마력의 파동에 예민한 유헌은 아직 무구한 헤츨링의 그 투명한 마력에 매료된 듯 볼을 붉
      히며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융텐의 앞에 선다. 다른 인간들은 몰라도 유헌은 열외였던 모
      양인지 다소 표정이 누구러진 융텐은 품에 안겨있던 헤츨링을 품에서 조심스레 때내 유헌
      에게 내민다. 
      자, 봐-하지만 이번 뿐이니 잘 봐야해-라고 말하는 듯한 그 흑룡의 행동에 입을 가리고 웃
      던 유헌은 이쪽을 바라보는 말간 검은 눈동자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는다.

      ".........흑룡이군요."
      "내 아이니깐- 흑룡의 기를 받았으니 흑룡이 태어난건 당연한거야."
      ".......아아-"

      뭔가 자랑하는 듯한 뿌듯함이 묻어있는 융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유헌은 주먹을 쥔 
      손을 입에 문채로 자신을 바라보는 작은 아이의 모습을 천천히 살펴 보았다. 
      작은 얼굴에 커다란 검은 눈동자라던가, 섬세하게 생긴 코라든가, 주먹에 가려 잘은 보이
      지 않지만 붉은 입술도, 나신인 작지만 긴 팔과 다리를 가린 흑단의 머리채를 멍하니 살피
      던 그는 어느새 융텐의 옆으로 다가온 유크렌이 볼을 붉히며 고개를 작게 끄덕이자, 묘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머뭇거리며 접근하는 유헌의 손까진 뿌리칠 생각이 없었던 듯 가만히 있던 융텐은 아이의 
      볼을 닿은 순간 유헌의 얼굴에 떠오르는 놀라움에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정말 보드라워...... 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럽네요.. 아니 그보다 더- 아,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예쁘지? 내 아이야- 융텐과 같이 만든 아이라고-"
      "이럴 땐 낳은 아이라고 해야하는 건다. 유크렌."
      "쳇- 나도 이젠 아이가 있는 성룡인데 아이 앞에서 타박을 주는 거야? 융텐은-"

      예리하게 노려보는 유크렌의 시선에 금새 꼬리를 만 융텐은 '뭐 굳이 그런건 아니지만-'
      이라며 궁색한 변명을 한다. 
      자신들에게 그렇게 고자세였던 흑룡 융텐이 반려인 유크렌에게 금새 꼬리를 말고 주춤하
      는 모습은 상당이 즐거운 구경거리라 입을 가리고 쿡쿡대던 유헌은 뭔가 불만이라는 듯 
      입술을 내밀고 뾰루퉁해 있는 칸의 손을 잡아 끈다.

      "뭐하는 거예요. 한번 만져봐요. 정말 사랑스럽다고요."
      "...저런게 뭐가 예쁘다고... 내눈엔 네가 더 사랑스러워-"
      "........에."

      그런 말 융텐 앞에서 하면 크게 경을 칠거예요-라는 생각을 하던 유헌은 귓볼을 붉히며 
      시선을 돌리는 칸의 모습에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뒤에서 오브가 '애들 교육에 안좋게 시꺼먼 놈 둘이서 왜 붙어있는 거야-'라고 타박을 놓
      지만, 손을 놓지않은 유헌은 눈을 가늘게 휘며 입모양으로 칸에게 고마움의 뜻을 전한다. 
      괜한 멎적음에 다른 손으로 코를 긁던 칸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
      다 융텐의 아이인 헤츨링이 검은 눈동자를 빛내며 이쪽을 바라보는 것에 한쪽 눈썹을 올
      리다 이내 표정을 지운다. 
      분명, 귀엽긴 하다만- 유헌이 더 사랑스럽다는 말은 철회하지 못한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칸의 손을 아이를 향해 뻗어가고 있었다. 확실히, 유헌의 말대로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저 변태용이랑 덜 떨어진 용 사이에서 태어났다곤 생각할수 없을 정도로- 

      "..이쁘긴 이쁘네.."

      아무 생각없이 중얼거리며 막 헤츨링의 볼에 손가락을 닿을 찰나 칸은 손을 타고 올라오
      는 기이한 감각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것을 느낀것은 칸의 옆에 있었던 유헌과 헤츨링을 안고 있었던 융텐과 옆의 유크렌도 
      마찬가지로 각각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멍하니 서있는 찰나 융텐의 품에 소중히 안겨있는 
      어린 헤츨링의 몸에 기이한 빛이 감돌더니 이내.....
      ............빛무리에 휩싸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
      "................."
      "................"

      오로지 침묵만이 감도는 상황에서 손을 내민채인 칸은 '학-'하고 정신을 차리며 뻗은 손
      을 수거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모르겠지만, 융텐의 품에 있던 헤츨링이 사라진 것이다. 
      그것도 이쪽이 손을 내밀던 그 빌어먹을 타이밍에- 설마하니 꼬투리를 잡혀 융텐에게 살
      해당하는 것은 아닌가, 유헌을 젊은 나이에 과부를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고 쉴새없이 머
      리를 굴리던 칸은 의외로 조용한 두 용에 슬그머니 시선을 든다.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던 융텐은 마찬가지로 입을 벌리챈 두눈을 땡그랗게 
      뜨고 있는 유크렌에게 시선을 던진다. 
      그리고 칸의 옆에 있던 유헌은 손을 들어 귓가에 대보더니 나지막히 입을 연다. 

      "..............근처에...."
      "있어.. 확실히- 그런데 뭐지 이건?"
      "........뭔가 가만히 둬야 한다는 느낌이..."
      "에? 에? 무슨 일이야?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 거야?"

      알수없는 말을 하는 유헌과 융텐, 유크렌의 모습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오브가 몸을 내
      밀고 물어본다. 마찬가지로 이들의 이런 모습이 상당히 궁금했던 도대체 왜들 이러는 건
      가하고 눈만 굴리고 있다. 
      칸이 지금 상황에서 확실히 알겠는 건, 괜히 덤탱이 쓸일은 없겠구나-라는 것이었다. 
      한때의 피의 제왕, 살해왕이라 불리웠던- 카리스마의 왕도를 걷던 칸크빌레 황제는 이렇
      듯 너무나 대단한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상당히 비굴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본인은 그것
      을 깨닭지 못한 모양이었다. 
      눈만 떼록하니 굴리는 칸을 두고 양손을 귀에 대고 눈을 감던 유헌은 융텐과 유크렌과 시
      선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찾으러 가죠."



          

      "도대체가 여기가 어디란 말이야- 그 유크렌인지 뭔지하는 덜떨어진 용은 어디에 사는거
      란 말인가!!"
      "요크발님, 진정하시는게 몸에 좋습니다."
      ".............너...너한테 그런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사이키의 말에 확하고 얼굴을 붉힌 요크발은 삿대질을 하며 외쳤지만, 홍시같이 붉어진 
      얼굴이라던가 부글거리는 손끝은 그닥 위협적이지 못했다. 
      윽박을 질렀지만,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그윽한 시선으로 자신을 주시하는 사이키의 보라
      빛 눈동자에 시선을 주던 요크발은 점점 표정이 이그러 지더니 이내 몸을 돌리고, 앞을 가
      로막는 풀들을 베며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그런 요크발의 모습에 피식-하고 웃어보인 
      사이키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요크발 덕에 만들어진 길로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요새들어 앙탈을 부리는 수가 많아질걸 보니 꽤나 피로한 모양. 
      이자크에게 가면 숲에서 벗어나 어디 편하게 묻을 곳을 찾자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사
      이키는 씩씩하게 걸어간 요크발이 갑자기 나무에 손을 대고 몸을 구부리자 안색을 달리하
      며 그에게 달려간다.

      "무슨 일입니까? 요크-!"
      "...빌어먹을- 애칭으로 부르지 말라고, 내가 그렇게-!!..아,...........제길."
      "무슨 일이죠? 머리가 아픈 겁니까? 역시 몸이 피곤해서-"
      "그 피곤한 몸을 굴려댄게 누군게 그따위 말을 지껄이고 앉았나!!!"

      버럭하니 외친 요크발은 허리를 쓰다듬는 사이키의 손을 치워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귀엽다는 듯 눈을 가늘게 휘는 보라빛의 눈동자가 왜 저리도 기분 나
      쁜지- 누가 지금의 사이키를 보고 과거의 그를 떠올릴수 있겠는가. 
      농담은 쥐뿔도 모르고 복종만을 하던 그런 착실한 부하였던 인간이 지금은 카일 저리가
      라-할 정도의 느끼남이 되었다니. 좀더 뒷 걸음질을 하던 요크발은 그러나 다시금 가슴을 
      치고 올라오는 묘한 감각에 미간을 찌뿌리며 몸을 숙인다. 
      지금까지 장난스런 태도를 보이던 사이키도 이번의 요크발의 표정의 변화의 심각성을 알
      아차린 건지 안색을 굳히며 그에게 달려가 몸을 부축한다. 
      떨어지려는 몸을 억지로 안아 어깨에 얼굴을 묻게 한 사이키는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
      지만,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감각이다. 
      이건- 마치.

      ".............이상해.. 제길.."
      "뭐가 이상하다는 겁니까? 정말로...어디가 안 좋은 건가?"

      안색을 굳히며 걱정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사이키의 모습에 고개를 저은 요크발은 울렁이
      는 가슴에 팔로 자신을 몸을 껴안고 작게 중얼거렸다. 

      "어째서.. 어째서.. 느껴져서는 안되는 자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야..........그........
      ....................적룡 루드빌의 기운이..."

      자신만 들리도록 작게 중얼거렸지만, 왠지 모를 오한에 부들거린 입술을 깨문 그는 몸을 
      일으켜 아직도 자신을 몸을 안고있는 사이키를 올려다 보았다.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낀다. 
      그런 자신의 나약함에 얼굴을 살짝 붉힌 요크발은 헛기침을 하며 몸에 둘려진 단단한 팔
      을 부드럽게 치워낸다. 

      "정말 괜찮은 건가? 나한테 엎히는 게-"
      "이자크엘님에게 가자."
      "................에?"
      "뭔가 안좋은 기분이 들어- 이자키엘 님에게 가봐야 할 것 같아."

      딱딱하게 굳은 요크발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던 사이키는 허리를 펴고 반대편 그 방향 
      어딘가에 있을 아자크의 모습을 그리며 한숨을 쉬었다. 당분간 평화로운 날들이 이어진다 
      했는데, 또 어떤 일이 벌어지려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창방

      앞으로 넘어온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대충 물기를 짠 이자크는 얼굴을 타고 흐르는 물
      방울에 미간을 찌뿌렸다. 
      볼을 타고흘러내린 물방울은 입술을 종점으로 다시 호수의 표면으로 되돌아 간다. 
      작게 튕겨지는 파문을 바라보던 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물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오랜시간을 걸어다니다 보니 피로를 풀기위해 물속에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오래 있어서
      인지 오한이 든다. 
      빨리 올라가서 옷을 입고 불을 쬐이지 않으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 
      요즘들의 몸 관리에 소홀해 짐을 느끼고 가볍게 혀를 차며 옷가지를 들어 올리던 이자크
      는 치렁거리는 백색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 넘겼다. 
      아직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닦아줘야 겠지만, 엉덩이밑까지 내려오는 장발이기에 있다 
      요크발이 오면 그에게 부탁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바지를 입고 상의를 걸치려던 그는 시선
      을 느끼고 얼굴을 돌렸다. 
      벌써 요크발이 온건가 하고 숲의 저편을 바라보지만, 그 누구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하며 바위위에 올려진 조끼를 잡아들던 그는 어딘가에 찝힌 듯 팽팽
      히 당겨지는 천의 움짐임에 미간을 찌뿌리고 몸을 숙여 잡은 조끼의 밑단을 들어 면을 살
      살 문질러 빼내었다. 
      역시 바위에 그냥 두는 것은 아니였던가-하는 생각을 하며 완전히 조끼를 든 이자크는 바
      위뒤에서 쪼그리고 앉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갖 10살이 된듯한 꼬마의 모습에 숨을 삼
      켰다. 아까 조끼가 잘 들어지지 않은 원흉이라는 듯 한손을 든채인 꼬마은 이자크가 들고
      있는 조끼를 바라보더니 양손을 뻗어 그것을 빼내어 품에 안는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휘며 미소를 짓는 것이다. 

      "...........너-"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 반사적으로 유헌을 떠올리던 이자크는 꼬마의 몸에서 풍
      겨지는 익숙한 기에 얼굴을 이그러 뜨렸다. 
      분명, 루드빌의 기이다. 
      하지만 그 기를 가릴정도로 가득 채운 이것은- 융텐이라는 흑룡의 것. 
      커다랗고 순수한 눈을 깜박이며 이쪽을 올려다 보는 소년의 얼굴을 숨을 죽인채 바라보던 
      이자크는 손을 뻗어 보드러운 볼을 감싸 들었다. 이자크의 손짓에 순순히 얼굴을 든 꼬마
      는 이자크가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은 것이 기쁜지 눈을 가늘게 휜다. 
      무척이나 순수하고 귀여운 그 미소를 본적이 있다. 

      "너- 유크렌시아와 융텐사이에서 태어난 헤츨링..인가?"

      작은 중얼거림에 맞다는 건지 환한 미소를 지은 헤츨링은 바위를 타고 올라와 멍하니 자
      신을 바라보는 이자크의 목에 팔을 둘러 그 품에 안겼다. 
      나신의 부드러운 어린 육체가 몸에 감기는 느낌에 놀라 숨을 들이키던 이자크는 무척이나 
      익숙하고 그리운 마력의 파동에,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품의 존재를 끌어 안았다. 
      그리고 그 순간 숲에서 요크발과 사이키가 나타나 이자크의 이름을 높게 부른다. 

      "이자키엘님!!!"

      당황함에 역력한 요크발의 표정에 그 또한 이 헤츨링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을 짐작할수 
      있다. 갑작스런 높은 소리에 놀란건지 품으로 더 파고드는 검은 머리카락을 지닌 헤츨링
      의 모습에 이자크는 다시금을 입을 열려는 요크발을 저지한다.

      "조용히- 놀란다."
      ".......에?"
      ".......이자크님. 품의 그 꼬마는..도대체 뭡니까?"

      바지와 반쯤 걸쳐 졌지만 상의는 다 잠가지지 않은 이자크와 나신으로 안겨있는 어린 꼬
      마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그런 취미가 있으셨던 겁니까-'라고 묻고 싶었던 사이키는 간
      신히 입을 다물어, 좀 더 긴 목숨을 부지할수 있었다. 
      멍한 표정인 요크발과 의아함이 가득 담신 사이키의 얼굴을 차근히 바라보던 이자크는 마
      지막으로 품에 안긴 헤츨링에 시선을 주었다. 목에 팔을 두른채 약간 각도를 달린한 얼굴
      은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막 태어나 그 어떠한 감정도 인식도 되어있지 않은 검
      은 눈동자가 무구의 빛을 뛰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 시선은 현기증이 날 정도다. 

      "헤츨링이다."
      "...........네?"
      "아마도- 융텐의 헤층링이겠지. 이런 루드빌의 마력까지 지니고 있을 것을 보면-"

      작게 중얼거린 이자크는 어느새 주변을 감도는 서늘한 한기에 눈을 가늘게 뜬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갑자기스런 이자크의 행동에 반사적으로 위를 올려다 본 사이키와 요크발
      은 점점 어둡게 가라앉는 하늘의 모습에 미간을 찌뿌렸다. 
      아직 해가 떨어질려면 한참이 남았건만 벌써 밤이 되려는 건가-하고 생각하던 사이키는 
      그러나 하늘이 검게 물드는 것이 밤이 찾아온 것이 아닌, 인간으로썬 범접할수 없는 거대
      한 존재가 모습을 들어 냈다는 것을 이내 알수 있었다. 
      아니, 알기도 전에 눈앞에 뛰어 들었다는 것이 더 확실한 표현일 것이다.

      "저 융텐이 현신한채 직접 나타난 것을 보면 확실할테지."
      "................흑룡.... 융텐."
      "드아글라 산맥의 지배자가..."

      멍하니 중얼거린 사이키는 하늘을 가리며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흑룡의 등장에 이내 질
      린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숲을 뒤지며 그 난리를 부려도 모습 한번 보이지 않았던 흑룡
      이 자신의 헤츨링을 찾기 위해선 이렇게나 다급히 달려온 것이다. 
      서서히 밑으로 하강하는 흑룡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자크는 손가락을 입에 넣은채 큰눈을 
      굴리는 품속에 안긴 존재를 가만히 바라 보았다. 용의 하강으로 생긴 강풍에 머리카락을 
      날린채 가만히 있던 헤츨링은 금빛의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자 눈을 가늘게 휘며 정말로 
      기쁜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에 이끌린건지 모르지만, 이자크는 저도 모르게 웃고 있는 자신을 이내 깨닭게 되
      곤 어색한 헛기침을 할수밖에 없었다. 




      "나가지 않을 거예요?"
      ".....그냥 여기에 있어."
      "투정부리는 군요. 당신."
      ".........모르겠어." 

      침대위에 양반다리를 한채 고개를 모로 돌린채인 칸의 모습에 유헌은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후쯤에 자르다 만 머리카락의 끝을 들어 입술에 대보인 유헌은 부드러운 감촉
      에 입가를 올렸다. 
      눈을 감고 자신의 머리카락에 입술을 대고 있는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칸은 손을 뻗어 부드
      러운 볼을 만져 보았다. 손안에 퍼지는 이 온기가 너무나 좋았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끼며 유헌을 팔을 잡아 끈 칸은 자신의 머리카
      락에 대고 있던 입술을 들어 혀를 대보았다. 붉은 입술이 타액에 젖어 진한 향을 풍기는 
      것 같았다. 
      입맛을 다시던 칸은 유헌의 허리를 잡아 다리 사이로 끝 다음 깊게 입을 포겠다.

      "아마도-"
      "...응?"
      "이자크에게 귀여운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겠군요."

      유헌의 목에 입술을 부비던 칸은 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다 아아-하는 소리를 내며 
      하던 동작을 마저 이었다. 그런 칸의 머리를 끌어안은 유헌은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리곤 
      미소를 작게 지었다. 
      이자크가 그 어린 헤츨링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보다 융텐이나 유크렌
      이 상당히 고생을 하는구나 싶었다. 그토록이나 애지중지하던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다른 
      사람의 품으로 날라 가다니- '어쩔까나.'하고 작게 중얼거린 유헌은 다른 곳에 신경을 쓴
      다며 투정을 부리며 목을 강하게 깨무는 칸의 행동에 어쩔수 없다는 미소를 지으며 호흡
      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다른 사람을 신경쓰기 전에 품에 안겨있는 이 큰아기를 보살피는게, 유헌에겐 그 어떤 일
      들보다 우선인 것이다. 


      "..이리 오렴."
      ".........."
      "그러니깐, 이쪽이 네 모친이란 말이지. 널 낳아준 존재. 그리고 난 널 만든 존재다!!"
      ".........앙"

      가만히 검은 눈동자를 굴리던 헤츨링은 이자크가 주는 과일을 받아 먹으려 입을 벌렸다. 
      송곳니만 나고 다른 이는 나지도 않은 주제에 잘도 먹는 구나 싶었다. 가만히 주는대로 받
      아먹던 헤츨링이 손가락을 잡아 꽈악-하고 무는 모습에 살짝 미간을 찌뿌렸다. 
      입안의 손가락을 혀로 살살 굴리던 헤츨링은 이자크의 표정 변화에 앙-하고 입을 연다. 
      그리고 자신의 손가락을 빨지만, 벌써 축축하게 타액에 젖은 자신의 손가락을 이자크는 
      무표정으로 바라 보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우리들은 일단 융텐님에게 용건이 있었으니 그것을 말하고 적당한 시기에 물러나는게 좋
      을 것 같군요."
      "그렇다 쳐도 저 헤츨링이 이자크님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안잖아!"

      요크발과 구석에 서서 작은 음성으로 입씨름을 하던 사이키는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
      선을 돌린다.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있는 이자크와 그 품에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이름도 받지 못
      한 헤츨링, 그리고 그 헤츨링의 부모이자 당장에 이자크를 날려버리고 싶어하는 존재는 
      흑룡 융텐과 녹룡 유크렌. 전에는 조금 널널한 느낌이었는데 부모가 된대다 소중한 헤츨
      링이 이상한 자에게 달라 붙어 있자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닌지 얼굴을 구기며 어찌할 바
      를 모른채 안절부절하고 있다. 
      저런 둘에게 용건은 커녕 말을 꺼내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얼굴을 붉인채 흥분을 하며 이자크를 걱정하는 요크발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
      다. 붉은 빛의 눈동자에 걱정이 차오르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사이키는 한숨을 쉬며 세
      용과 이자크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요크발에 숨을 삼키는 것이 들렸지만, 더이상 머뭇거릴수는 없다. 
      뭐라해도 이쪽은 중앙의 황제인 돔의 부탁을 받고 이곳에 있는 것이니, 더 이상의 미적거
      림을 있을수 없다. 

      "이리와라."
      "..........."
      "이리 오라니깐, 난 네 아빠란 말이다!! 부친, 너에게 마력을 구성할수 있께 한 사람-!! 
      당장에 이리 안 와!!" 

      이자크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는 헤츨링의 존재는 융텐을 점점 초조하게 만들어 급기야 소
      리를 지르며 억지로 둘을 떼내려 했다. 
      하지만 이자크의 목에 팔을 두른 헤츨링은 고개를 저으며 발버둥을 친다. 
      아이의 허리를 잡아 억지로 잡아 때려는 융텐과 이자크의 목에 팔을 두르고 떨어지지 않
      으려 해서 허공에 대롱거리는 어린 헤츨링, 그런 두사람을 강건너 불구경하 듯 잡힌 목을 
      앞으로 빼고 조용히 바라보는 이자크의 모습을 바라보던 유크렌은 발을 동동 구르다 융텐
      에게 그만 하라고 입을 연다. 
      하지만 그 순간, 융텐에게 허리를 잡혀있던 헤츨링이 얼굴을 돌려 앙칼지게 외친다.

      "아빠, 싫어!!!"
      "..........."
      "이자크 좋아, 아빠 싫어!! 융텐 싫어!! 진짜진짜진짜진짜~~ 싫단 말이야!!!"
      ".........어머."

      갑작스런 말에 그대로 굳은 융텐의 어깨에 손을 집은채인 유크렌은 손으로 입을 막은채 
      녹색의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태어난지 한시간이 되어있으니 스스로도 언어능력을 깨칠수 있다. 
      좀 더 자세하고 방대한 언어능력을 보이기 위해선 성인 드래곤의 인지능력을 받아야 하지
      만, 아주 간단한 일상회화 정도는 가능한 것이다. 융텐의 어깨를 잡은채 눈을 땡그라니 뜬 
      유크렌은 연신 '어머-어머-'하며 소리를 내며 융텐의 어깨를 흔들었다.

      "들었어? 아빠래- 정말 좋겠다! 나도 나도 듣고 싶어. 엄마라고 해보렴."
      "아빠 싫어-"

      환청인줄 알았던 말에 융텐이 잡고있던 허리를 놓는다. 
      대충 천으로 감긴 몸인채였던 어린 용은 잽싸게 이자크에게 달라 붙는다. 
      다시한번 잡아 떼려하면 이번엔 유일하게 난 송곳니로 물 생각인듯 이를 들어내며 위협이
      란걸 하고 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얼굴을 붉힌 흥분상태인 유크렌이 무릎
      을 꿇어 아이의 볼을 콕콕 찌른다. 

      "아빠말고 엄마라고 해봐."
      ".......이자크 좋아."
      "엄마는?"
      ".........좋아."
      "와-아!! 좋데~ 들었어?!! 좋다잖아~ 너무 기뻐!!!"

      얼굴을 붉힌채 흥분모드인 유크렌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같은 융텐을 잡아 마구 흔들었
      다. 유크렌에게 잡힌채인 융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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