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넷|야설|SM 야설-불순한 그 남자와 순정BOY의 프롤로그

소라넷 야설 사이트에서 무료 제공하는 [SM 야설-불순한 그 남자와 순정BOY의 프롤로그] 즐겁게 독서하세요

소라넷: 근친야설, 유부녀야설, 네토라레야설, 겸험담야설, 창작야설, 성인소설, 최신소설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소라넷
불순한 그 남자와 순정BOY의 프롤로그
최고관리자 0 39,118 2023.08.21 13:56
-불순한 그 남자와 순정BOY의 프롤로그-

"너....귀여운 분홍색이군."

벌린 무릎 사이에서 남자의 달콤한 목소리가 속삭인다.

"아...앗. 그만..."

산간의 드라이브웨이를 끼고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성과 같은 호텔방. 그것도 요염한 분홍야광색과 파란야광색의 조명에 둘러싸인 
원형의 침대 위에서 세인트 아서 학원 부속 야마노우에교, 고등부 1학년 A반의 아사카 쥰(오늘 자로 16세가 된다)은 남자의 
시선을 피하려고 딱 한장만 걸친 교복 셔츠자락을 양손으로 잡았다. 

"보지 마세요."
"지금에 와서..?"

가벼운 놀람을 담은 목소리로 남자가 말했다. 그리고 스스로 부끄러운 장소를 가리기 위해 완강하게 셔츠자락을 잡아당기고 
있는 쥰의 양손을 빠르게 들어올렸다.

"아, 안돼요. 그런 거...."

두려운 듯이 뒤로 물러나는 쥰의-아무래도 처음인 듯한 모습은 많이 놀아본 남자의 마음을 더욱 부채질해 버렸다. 

"그런 거...라니?"

남자답고 근사한 모양의 입언저리가 아름답게 웃자, 쥰은 흠칫하면서 몸을 웅크렸다.

"이런 거 말인가?"

길다란 손가락 끝이 쥰의 허벅지 안쪽을 기어올라갔다.

"흐..앗.."

도망치려고 해도 베개가 있는 곳까지 끈질기게 쫓아와서 그 이상 도망칠 곳도 없었다.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아프게 하지 않아, 하고 한숨을 내쉬는 남자의 눈동자는 변함없이 즐거운 듯 웃고 있다. 

"잡아 먹을리가 없잖아. 그냥 귀여워해주는 거야."

잘생긴 얼굴이 달콤하게 미소지었다. 남자는 재빨리 쥰의 나긋나긋한 발목을 눌렀다. 

"앗..."

월라이트가 비춰서 분홍색으로 물든 셔츠자락에서, 역시 마찬가지로 음탕하게 물든 쥰의 남성이 드러났다. 

"역시....귀여워."

달콤하게 쉰 목소리로 속삭이고 남자는 쥰에게 일부러 보여주려는 듯이 그것의 끝부분에 입술을 댔다. 

"응..."

그것 만으로도 쉽게 느끼는 쥰의 몸은 휙, 하고 뒤로 젖혀졌다. 

"맛있어..."

그런 말을 들으니까 쥰은 진짜 남자에게 먹혀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따뜻한 혀가 핥는 순간, 쥰은 
뭐가 뭔지 알수 없게 되었다. 

"아아..응.."

이제까지 맛보지 못했던 쾌감에 쥰은 정신없이 헐떡였다. 남자는 포획물을 맛보듯이  부드럽고 귀여운 쥰의 물건에 혀와 
입술을 댔다. 

"앗...안돼...안돼요. 선생님-!"

그렇다. 남자는 쥰이 다니는 학교의 수학교사-라고는 해도 정식은 3일 후의 새학기부터지만-자칭 '사랑의 사냥꾼', 
야기유 류이치로(25세)였다.


======================================================================


-1장 축♥스위트 식스틴-






완만한 커브가 이어지는 산간의 드라이브 웨이를 
오렌지 골드색의 로드스타 한 대가 달리고 있다. 
핑거리스 타입의 검은 장갑은 낀 손으로 역시 
검은 가죽을 씌운 핸들을 우아하게 조종하고 있는 
선글라스를 낀 남자의 이름은 야기유 류이치로. 


쉽게 사람의 눈을 끄는 연예인다운 외모지만, 
그의 직업은 사실 성실한 고등학교의 수학교사이다. 
하지만 모장군의 무술사범의 일족과 관계 있는 듯한 
그는 명석한 두뇌와 단아한 외모, 그리고 만능 스포츠 
감각을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대신에 성격에 조금 문제가 있었다. 


그것이 어떤 것인가는 차차 이야기하기로 하고..... 
눈 앞에 오랜만에 펼쳐진 직선코스에 류이치로는 
재빨리 기어를 올리고, 빛에 드러나서 반짝이는 캐러멜빛
앞머리를 바람에 날리면서 경쾌하게 액셀을 밟았다. 
여름방학도 끝자락에 접어든 한여름의 오후였다. 


디자이너 상표의 시원스런 소프트 상의 속에는 
푸른색의 와이셔츠를 입었다. 넥타이까지 단정하게 
맨 까닭은 휴가 차원에서 드라이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2학기부터 교편을 잡을 예정이 있는 새 학교로 
향하고 있는 도중이었다. 


그 이름은 성 아서 학원 부속 야마노우에 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는 전원 기숙사제의 학교다. 


“그건 그렇고, 꽤나 산 속에 있군.” 


류이치로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지만 산과 연결되어 있는 
도로 사이로 보이는 건물의 수는 셀수 있을 정도였다.
그 전까지도 교사일을 하긴 했었지만, 항구에서 
가까운 마을 중심가의 여학교였기 때문에 새로운 근무처가
이런 산 속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1학기의 종업식에 갑자기 전근 명령을 받아  
*야마노우에를 야마노테정도의 뉘앙스로 받아들였지만,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학원설비가 어떤지 모르지만 
이런 산 속에서는 지금까지의 화려한 방과후 휴식은
일단 희망사항일 것이다. 매일 이런 거리를 왕복운전해서 
도시로 내려간다는 것은 애당초 무리인 이야기다. 


“힘들겠군.” 


매일 밤마다  맛있는 술을 주고 받으며  찰나의 밀고 당기는
로맨스를 즐겼는데....그런 생활도 잠시동안
(도대체 어느 정도의 기간이 될지는 모르지만) 안녕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차츰 우울해졌다. 
그러나, 뭐, 곰이나 원숭이를 가르칠리는 없지 않은가. 
혹시 세상 풍파도 모르고 자라 마음씨 좋고, 아름다운 아가씨만 
있을지도 모른다. 바깥세상과 차단된 전원기숙사제의 여학교라는 것도
비밀의 화원같은 느낌이 들어서 꽤나 기대되는 면이 있었다. 

그렇게 다시 생각을 고쳐먹고, 기분 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린
류이치로였지만, 그는 자신이 갑작스럽게 전근을 가게 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쿠미, 마유미, 사키코....다마키, 나오미, 토모코, 에미, 
노리코, 바루코. 전 학교의 귀여운 제자들과 헤어진 것은 
진짜 섭섭했어."

류이치로는 중얼거렸다.

"유키코, 사치코, 료, 린, 카오리. 모두들 좋은 아이였어. 
기다려 줘, 난 언젠가 반드시 너희들 곁으로 돌아갈 테니까."

놔 두면 백 명이든, 이백  명이든 여자애들의 이름을 
계속 늘어놓을 것 같은 그는 굉장한 박애주의자. 
바꿔 말하면 난잡한 플레이보이였다. 그것도 선천적으로.....

류이치로가 태어난 날 아침, 외할아버지는 말했다. 

"이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사랑의 사냥꾼이다..."

확실히는 모르나 그 날 그 시간의 별자리는 화성과 금성
둘다 걸쳐 있지만, 인마궁 즉, 사수좌에 들어가있었다고 한다. 

"수많은 하트를 사냥하렴."

별점 매니아의 위신을 내세워 이런 불길한 예언을 한 
올해 백세가 되는 류이치로의 할아버지 아사쿠라 소이치로는 
유치원에서 대학까지(예비학교도 포함), 전국 20개의 
분교를 가지고 있는 성 아서학교의 창립자이며, 이사장이기도 하다.

덧붙여 말하자면 성 아서학교의 이름의 유래는 
원탁의 기사로 유명한 영국의 아서왕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할아버지는 우기지만, 할아버지를 제외한 친척 일동은  
*'아사쿠라니까 아서잖아.' 라고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럼,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왜 류이치로가 
이런 한창 즐길 시기에 인사이동을 통고 받았는가 하면....
사실 그것은 그의 박애주의 탓이었다. 
본인은 전혀 자각을 못 했었는데, 제자인 수많은 여학생들과
지나칠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류이치로는 
그가 없는 임원회의에서 그의 할렘상태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남자교사들의 압력을 받았다. 
박애주의든 뭐든, 단 한명의 여학생과 뒹굴었어도 
처벌 받는 게 당연하다는 거다. 

그렇다면 모두와 뒹구는 쪽이 이익인 건가, 
라고 생각하는 것은 일반인의 생각이다. 
하지만 류이치로는 전에도 말했지만 천성적인 
플레이보이였으므로 그런 시시콜콜한 
이해관계를 따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들 귀엽군. 내가 온 힘을 다해 행복하게 해줄게.' 라든지, 
'다 기분 좋아질거야. 후회시키지 않아.' 같은 식이었다. 
그런 그에게 죄의식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같은 건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온 세상의 귀여운 여자아이는 
모두 나의 연인....'같은 그의 태도가 질투 어린 
주변 동료(거의가 선배)들에게 환영받을리도 없다. 

그런 까닭으로, 결근이라는 비열한 심판의 결과, 
파렴치한 수학교사 야기유 류이치로의 유죄는 
확정되어 버렸다. 당연히 보통이라면 '이제 넌 오지 마.'라고
딱 잘라버렸겠지만 그것은 그거고...류이치로는 학교에
살아있는 법률, 아사쿠라사장의 손자였다. 
멋대로 해고하기라도 하면 당연히 목이 달아날 터였다. 

그래서 목만 달랑 남은 류이치로는 
그의 갑작스런 전근에 의아해하면서 끊이지 않는
꽃다발을 그의 애차(愛車)에 실어주는 여학생들의 
눈물과 키스로 환송을 받았다. 그리고 그가  
쌓아올린 할렘과 안녕, 한 것이었다.

물론, 여름방학 때 이전에 할아버지한테 
생일선물로 받은 별장에 여자아이들을 초대해서 
충분히 이별을 안타까워하긴 했지만.

"후..."

예전을 생각하자, 류이치로는 복잡한 한숨을 내쉬었다. 
열명이상의 여자아이를 상대로 꼬박 일주일간 서비스를 
한 것은 역시 허리에 무리였다. 

휴가도 겸해서 간 하와이 온천여행에선 일본의 미녀 몇명과
뒹굴었다. 그리고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으면, 
영국 배스(주:bath, 영국에 있는 시(市)이름이라네요)로 날아갔다.
미스테리 서클에서도 혼자 쉴 생각이었지만 일본에서 
관광 온 싱싱한 여대생그룹이.....  

이제 연애사건은 신물이 나, 라며 귀국해서는 
온천에 있었는데, 마침 연수여행을 온 
여관의 젊은 여주인들과 만나게 되어 융숭한 
접대를 받게 되었다. 과연 타고난 숙명인가. 
어딜 가든 정사(情事)가 끊이지 않는 류이치로였다. 
뭍남성들이라면 참으로 부러운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꽤나 체력이 딸리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조화인지, 타고난 재주인지는 모르지만 
아름다운 여성을 보면 생각보다 쉽게 꼬셔지는 것이었다. 
당연히 백발백중, 실패는 없었다. 

큰 키에 핸섬하고, 밝으며, 쾌활한 데다 의젓한 듯 우아하고, 
돈도 있고, ‘물건’도 대단하다(아니, 실례)면 굳게 사랑을 맹세한 
그이가 있어도 여자애가 넘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딱딱거리는 여자들도 류이치로가 전신에서 내뿜는 
사랑의 페로몬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결국 몸을 보양하기 위해 여자가 없는 홋카이도의 
산중온천에서 완전히 체력을 회복하고 돌아온 류이치로는
지금 마음도 몸도 120 퍼센트 충전 상태로, 새로운 
사냥터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




“갑자기 비가 오려나...?”

선글라스를 낀 상태에서도 확연히 
알 수 있을 만큼 암운(暗雲)이 몰려와서 
쨍쨍 빛나고 있던 맑은 하늘을 감춰 버렸다. 

“산중 날씨는 변하기 쉽다더니....”

그때까지 높은 산에 올라본 적도 없는 
류이치로는 그럴듯하게 혼잣말을 내뱉고는 
차를 왼편에 멈춰 세웠다. 그리고 부지런히 
차 덮개를 덮었다. 

“이걸로 됐어. 언제 비가 와도 OK.”

컨버터블루가 차 지붕이 된 순간, 똑, 똑 
하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이스 타이밍.”

검은 방수포의 차 지붕을 가볍게 한 번 
만져보고, 류이치로는 다시 차 속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차를 출발시킨 후 커브를 두 번 
돌았을 때에는 주변이 폭포처럼 비가 쏟아졌다.

“이거, 굉장하군.”

류이치로는 짧게 휘파람을 불었다. 

이런 시기에 억수 같은 소나기는 약속처럼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얇은 옷 한 장만 걸치고 
이런 산길을 달리고 있을 때에는 만나고 싶지 않은
순위대상 5위 안에 들 것이다. 그 외에도 갑자기 
앞 유리에 달라붙는 하늘다람쥐나 도로에 누워있는 
커다란 나무, 트럭 짐칸에서 굴러 떨어진 드럼통 등도
마찬가지다. 비에 젖어 곤란해 하고 있는 미녀는 
대환영이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럴 수가, 
바로 앞에 비에 젖은 채 과감하게도 이런 길을 
걸어가는 한명의 미녀가....물론 뒷모습만으로 아직 
확실한 판정을 내릴 수는 없지만, 청바지가 꼭 죄인
허리는 너무 귀여워서 남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류이치로는 가볍게 클랙션을 울리고는 
앞질러 가서 깜빡이를 켠 다음, 차를 왼쪽에 
정지시켰다. 시력 하나는 자신 있는 류이치로는 
난감해하는 보행자가 미인인 것을 옆쪽을 지나치는
순간 알아챘다. 

그는 일단 선글라스를 벗어 두었다. 선글라스 하나로
그의 매력이 가려지진 않지만, 위험한 직종을 가진 
사람으로 착각해서 일을 그르치는 것도 바보 같은 
것이다. 그래서 수상한 느낌이 풍기는 선글라스를 벗은
류이치로는 앗, 하는 사이에 우아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다정하게 빛나는 홍차색의 눈동자. 이마에 나부끼는 
부드러운 캐러멜색의 머리카락. 어딜 봐도 사람 좋게 
보이는 청년이다. 턱에 손가락을 받치고 백미러로 
재빠르게 좌우 옆얼굴을 체크하고는 ‘좋았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몇초도 안 되어 사람 
그림자를 쫓아갔다. 

“탈래요?”

차창을 열고 류이치로는 지나가는 상대에게 
지체없이 말을 걸었다. 이 순간에 ‘절대 수상한 사람은 
아니야.’ 같은 말을 덧붙였다간 오히려 수상하게 여겨 
도망쳐 버리기 일쑤다. 

난 괜찮으니까, 빨리 결정했으면 해, 라는 
류이치로의 눈빛에 일순간 당황스러워하던 
물방울이 떨어지는 미인은 각오한 듯이 로드스타의
옆좌석에 올라탔다. 물론 몸 전체가 흠뻑 젖어서....

하지만 류이치로는 세간에 흔히 있는 
‘차에 탔으면 신발은 벗어.’ 같이 시끄럽게 말하는
속 좁은 남자는 아니다. 마음은 나름대로 
꽤 넓은 편이기에 길에서 주운 상대가 젖은 생쥐 
상태로 그의 애차(愛車) 시트에 앉아도 얼핏 눈썹을
찌뿌릴 뿐이었다. 

“실례합니다. 정말 살았어요.”

약간 높은 톤의 소년 같은 목소리. 어딘가 
비음이 섞여 아양을 부리는 느낌이 기분 좋게
만드는 목소리다. 

“아니. 서로 소매만 스쳐도 전생의 인연이 있다는데, 뭘.”

백미러를 살짝 바꾸는 척하면서 류이치로는 
남몰래 상대를 훔쳐 보았다. 미인지지만 
왠지 남자애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가슴도 전혀 없고....
따위의 생각을 류이치로가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는 것을 알 리가 없는 상대는 어딘가 어린티가 
남은 아름다운 얼굴을 들고 류이치로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뭔가에 놀란 듯이 긴 속눈썹을 깜빡거렸다. 

“저기...전에 어디에서 만난 적이 있나요?”

귀여운 소녀가 갑자기 그런 말을 묻자,
류이치로의 입주위에 씨익, 하고 미소가 머금어졌다. 

“뭐? 그거 날 유혹하는 건가?”
“그럴 리가, 아니에요.”

하얀 볼이 진홍색으로 물들어서는 
부끄러운 듯이 머리를 숙인다. 

“농담이야....”

류이치로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럼 진지하게 듣지. 나와 어디에서 만났다고?”
“그걸 모르니까 물어본 건데....”
“그래?”

비로 도로면이 미끄러지기 쉬운 탓에 
주의 깊게 속도를 줄이면서, ‘어디였을까?’하고
류이치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그만 됐어요.”

  고개를 숙인 채 조심스레 중얼거리는 
상대를 곁눈으로 바라보며 류이치로는 반대로 질문을 던졌다. 

“그건 그렇고, 왜 이런 데를 터덜터덜 걷고 있었지?”
“버스가 고장나서...도중에 내려야 했거든요.”
“아, 과연...그런 거였군.”

류이치로는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드라이브 코스로는
최적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산으로 둘러싸인 곳을 
걸어서 넘는 별종은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2킬 정도 
부근에서 멈춰 있던 버스를 한 대 지나쳤던 기억이 있다. 

“그거 큰일날 뻔했군. 그런데 어디까지 가면 돼?”

류이치로는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게....전 이 앞에 있는 세인트 아서 학원의
학생인데요. 가는 데까지 가서 내려주시면 돼요.”
“세인트 아서? 야마노우에학교?”
“네. 아세요?”
“응? 아...”

알고 말고. 지금 바로 거기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렇게 얌전하고 예의도 바른데 자기를 
‘おれ(’나‘를 가리키는 남성용어. 쥰을 여성으로 착각하고
있는 류이치로는 쥰이 남성어를 쓰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라고 하다니, 특이했다. 
지금까지 사귀었던 여자애들과는 다른 취향이다. 
한마디로 재미있을 듯하다. 류이치로의  속에서 
식욕이 꿈틀댄다. 그의 수호천사인 장난 치기 
좋아하는 큐피트가 분홍색 활에 사랑의 화살을 당길 예감....

차가 터널에 접어들자, 헤드라이트를 켜면서 
류이치로는 물었다. 

“그런데 학교로 돌아오기엔 빠르잖아? 
여름방학도 아직 3일이나 남았는데.”

류이치로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 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만난 것은 지금 옆에 
앉아있는 아름답게 젖은 이 아이 뿐이다. 
그런 질문을 하는 류이치로에게 상대는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산 속까지 와야 하고, 
귀성조가 기숙사에 돌아오는 건 
보통 개학식 바로 전날인데, 저는 일이 좀 있어서...”
“뭐, 비밀의 데이트라도?”

산 속에 있는 학교의 인기척도 없는 
기숙사에서 사랑스러운 미소녀가 둘...
아니, 혹시 상대는 남자교사인가? 

정말 속된 상상을 하는 류이치로를 
의아한 듯이 올려다보면서 그 아이는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아니라, 화단에 물주기를 부탁받았거든요.”
“물주기?”

생각도 못한 대답에 류이치로는 엉겁결에 되물었다. 

“예...항상 손질을 해주시던 정원사가 
오늘하고 내일 학교를 비운다고 해서, 대신에 정비위원인 제가....”
“그래서 이렇게 일부러?”

그런 건 기숙사에 남아 있는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면 되는데...라고 생각한 류이치로지만, 
간단하게 물주기라고는 해도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가 있을 듯하다. 

“하지만 그래도 허탕이 됐구나. 이런 비 때문에....”

류이치로는 안됐다는 듯이 말하면서 이제부터 
제자가 될 상대를 옆눈으로 슬쩍 바라보았다. 

“예...그렇네요.”

윤기가 도는 흑발이 비에 젖어, 꼭 까마귀의 
젖은 깃털색 같다. 그것이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하는 그 하얀 볼과 목덜미에 촉촉하게 붙어 있다.
긴 앞머리와 빛나듯 크고 아름다운 검은 눈동자.
미소녀지만, 미소년으로 보이기도 하는 요염한 미녀다. 

그러면서도 너무 청순해서 아직 남자를 
모르리라는 것은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맛있겠다....
라고 류이치로 안의 사냥꾼이 미소를 지었다. 
잡혔다, 하고 활을 힘껏 당기면서....

그런 기색을 눈치챈 건지, 아니면 젖은 옷을 말리기 위해
켠 에어컨이 강한 탓인지, 그 미소녀는 스스로를 껴안듯이
양팔로 몸을 감싸고 작게 몸을 떨었다. 

“추워?”

류이치로가 묻자, 기다렸다는 듯 창백한 입술이 들썩인다.

“조금...”
“그럼 저기에서 잠시 쉬어 갈까?”

일단 의문부호는 붙어 있지만 대답을 기다릴 
생각 따위는 전혀 없다. 아무 것도 모르는 
그의 포획물이 ‘예...?’ 하고 얼굴을 올려다 보았을 땐 
이미 오렌지 골드색의 로드스타는 성과 같은 건물의 입구로 
재빠르게 미끄러지듯 들어가고 있었다. 


======================================================================




“젖은 옷은 벗고, 욕실에서 씻고 와도 돼.”

메르헨테이크에 있을 법한 분홍색의 
방에 들어오자, 안심이 되어 류이치로는 
말했다. 차에서 내리자, 내부를 찍은 
사진판넬에서 서둘러 방을 고른 뒤 
망설일 시간도 주지 않고 데리고 들어오는 
솜씨는 역시, 라고 해도 좋을 만큼 능란하다. 

“아, 참. 아직 이름도 안 물어봤네?”
“예? 그게...쥰...이예요. 아사카 쥰.”

정체도 모르는 상대에게 이름까지 가르쳐 줘도
되는 걸까, 일단 이리저리 망설인 끝에 쥰은 
남자의 사람 좋은 미소에 넘어가 그만 솔직하게 
말해버리고 말았다. 

“쥰..? 귀여운 이름이구나. 순정(純情)의 쥰(純)?”

확인하듯이 물어보자, 이상하게 멋쩍어 한다.
쥰은 달짝지근한 남자의 눈빛에서 달아나듯이 
눈을 내리깔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야기유 류이치로. 사실은 2학기부터 네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기로 되어 있어.”
“선생님이었어요?”

안심해서 한 번에 긴장이 풀린 쥰은 휘청거리며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릴 것 같았다.

“이런...”

그것을 뒤에서 받쳐 안으면서 일부러 만진 쥰의
평평한 가슴 감촉에 류이치로는 ‘응?’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몇살이지?”

야마노우에학교는 중고등부 합쳐서 6년제이다. 
지금 팔에 안고 있는 미소녀의 행동은 고교생다운 
느낌이 들지만, 그것에 비해서 가슴은 너무 미발달했다.

“오늘로...16살이에요.”
“그래...”

  류이치로는 매우 슬픈 듯한 눈으로 쥰의 가슴을
뒤쪽에서 들여다보았다. 

“그거 축하할 일이구나. 나중에 둘이서 축배라도 할까?”

귀에 대고 달콤하게 속삭이면서도 류이치로의 
가슴 속은 사실은 사명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내가 잔뜩 공을 들여서 꼭 풍만한 가슴으로 
키워줄 꺼니까, 걱정하지마....라고.

쥰이 들었다면 ‘쓸데없는 관심이에요.’ 라며 
고양이펀치를 날렸을 것 같은 자기 멋대로의 
생각이다. 하지만 쥰에게는 행복인지, 불행인지 
류이치로는 너무나 제멋대로인 생각을 밖으로 
말하지 않았다. 

대신에, 가냘픈 어깨를 잡고 욕실 쪽으로 향하게 했다. 

“젖은 옷은 세탁을 맡겨놓을테니까...”

쥰이 당황해하면서 욕실 문 안으로 사라지자, 
류이치로는 프론트에 전화를 걸어서 세탁을 맡기고, 
뒤이어 케이크와 샴페인도 주문했다. 

그의 계획 속에는 휴식은 곧 숙박이기 때문에 
넘어뜨리기에 조금 시간이 걸려도 큰 문제는 없다. 
탈의실에서 쥰이 벗어서 깔끔하게 개켜놓은 옷 한 벌이
호텔 종업원이 회수할 수 있도록 복도로 나 있는 
세탁바구니로 떨어진다.

그렇게 해서 먼저 처리해야 할 것을 끝낸 류이치로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방의 불을 껐다. 그러자 그때까지
거울에 붙은 벽에 지나지 않았던 욕실이 갑자기 투명하게 변했다.

류이치로는 당황하지도 않고 원형의 음란한 침대에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쥰이 목욕하는 장면을 감상했다. 쥰은 
사람 앞에서 뿐만 아니라, 사람이 없을 때도 얌전할 것 같다.

분홍색의 불빛 아래에서 그 불빛을 강조하는 듯한 
크리스탈형의 타일 위에서 차분하게 정좌하고 몸을 
씻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청순하다.

류이치로는 잘생긴 입 언저리에 즐겁고 
견딜수 없다는 듯한 미소를 떠올리고 
옆에 있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눌러껐다. 
그리고 옷을 벗어 던지고는 망설이지도 않고 
욕실 문을 밀었다.



==================================================================




“우왓! 저기....”

류이치로가 들어오자, 
비누거품을 잔뜩 묻힌 상태의 쥰은 
우스꽝스러울 만큼 허둥댔다.

“괜찮지? 내가 같이 들어가도...”
“아...에? 예...”

소나기 속에서 태워준 은혜도 있고, 
이제부터 학교에서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게 될 
선생님이 말하는 것이다. 쥰은 싫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히엑...”

류이치로의 훌륭한 물건과 마주치자, 
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그러지?”

쥰은 당황해서 눈을 딴데로 돌렸다. 

“저, 이제 나갈게요.”

거품덩어리의 몸으로 역시 크리스탈 소재의 
투명한 욕조 밖으로 다시 나가려는 쥰의 팔을 
류이치로는 웃으면서 붙잡았다.

“편하게 생각해도 돼. 몸...씻겨 줄게.”

류이치로는 젖은 의자에 타올을 깔고 앉은 다음, 
가냘픈 쥰의 몸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무릎 안으로 껴안았다. 

“아....”

엉덩이 아래에 닿은 류이치로의 감촉에 
쥰은 허리를 들어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허리에 감긴 강인한 팔에 손쉽게 다시 끌려갔다. 

“어...?”

정신을 차려보니 류이치로의 커다란 
손바닥이 가슴 언저리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어어?”

거품을 내듯이 느긋하게 손가락을 돌리면서....

‘이럴수가-!’

속으로 놀라움을 외치는 쥰의 귀를 류이치로는
가볍게 깨물었다. 

“귀여운 유두구나.”

뜨거운 호흡을 토해내는 속삭임에
쥰은 움찔, 하고 몸을 움츠렸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만진 적이 없던 가슴의 돌기를
류이치로의 길다란 손가락이 붙잡은 순간, 격렬한 전류가 
몸을 관통했다. 

‘아....뭐지? 이건.’

“응....”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목소리까지 새어나왔다. 
몸 속에 퍼지는 정체모를 달콤한 감각에 쥰은 
입술을 들썩이고 작게 몸부림쳤다. 
그러자, 류이치로는 붙잡은 가슴의 돌기의 밑부분을
주무르면서, 앞부분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응....앗...”

정체모를 욱신거림이 쥰의 몸 속에서 
저릿, 하면서 뜨겁게 퍼져나갔다. 

“아앗....아...”

거부할 수 없는 쾌감에 쥰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리면서 들뜬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 귀여운 목소리에 류이치로는 괴롭히듯이 
손가락의 테크닉을 총동원해서 쥰의 가슴을
애무하고, 꼬집다가 또 문질렀다. 

“응...”

쥰의 선홍색 입술이 귀엽게 비틀리는 순간, 
거품이 뭉쳐있던 허벅지가 드러났다. 
그리고 거품의 꽃잎을 피우듯이, 핑크색을 한 쥰의 꽃술이....

류이치로가 그것도 귀여워해주려고 
쥰의 넓적다리에 손을 뻗친 그 순간....

“말도 안돼...”

류이치로는 숨이 멈출만큼 놀라서 
다시 한 번 쥰의 심벌을 바라보았다. 

“혹시 너 남자?”

지금도 울 것 같은 검은 눈동자를 
깜빡이면서 쥰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가 아니라도 그렇다. 눈 앞에서 증거가 존재를 주장하고 있다. 

“그치만 세인트 아서의 학생이라고....거기 여자학교잖아?”

쥰은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야마노우에는 남자학교예요.”
“그런 빌어먹을....”

그다지 세상사에 신경 쓰지 않는 탓에, 
평상시에 동요하지 않는 류이치로가 욕설을 
내뱉었다. 아마도 여기 25분간의 놀라움을 
한번에 체험한 느낌이다. 왜냐하면 그가 알고 있는
가까운 세인트 아서 계열의 학교는 예비학교를 빼고는
여자학교뿐이어서 당연히 야마노우에 학교도 
여자학교일 것이라고 류이치로는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충격으로 굳어버린 류이치로는 자업자득이라고 해도 
지금 울어야 하는 쪽은 쥰이다. 
류이치로가 흥분시킨 쥰의 남성은 이제 
완전히 부풀어올랐다. 하지만 류이치로의 
손이 멈췄기 때문에 스스로 흥분시키는 것은 왠지 부끄럽다.
그리고 쥰은 섭섭해 하면서 ‘쉬지 말고, 어서 계속...해요.’ 
따위의 재촉하는 성격도 아니다.

“저기...이제...”

굳어있는 류이치로의 무릎 사이에서 
안타까운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한 번 흥분된 쥰의 남성은 어떻게 
해주지 않으면 원래대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이대로 정신이 이상해질 듯했다.  어찌하지도 못하고,
허리를 떨고 있는 쥰을 겨우 생각해낸 류이치로가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그래, 남자학교였나...”

쥰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면서 
조곤조곤 속삭이는 어조는 깊은 좌절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갑자기 개운해진 듯 중얼거리는 류이치로를 
괴이한 듯 쥰이 올려다본 순간, 쥰은 류이치로의 손에 국부를 잡혔다.

“흐앗...”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지.”

쥰의 귀를 깨물면서 류이치로는 웃었다.

“남자아이도 나름대로 안는 기분이 좋고....”

정말 적응이 빠른 남자다. 
우는 아이도 달래는 사랑의 사냥꾼님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완전히 부활되셨다.

“아주..즐겁게 해주지.....”

한숨 섞인 속삭임에 쥰은 몸을 움찔거렸다. 
그것이 아니라도 쥰의 주니어는 위험한 
수학교사의 손 안에 인질이 되어 잡혀 있는 상태였다. 

“너...나와 같이 천국의 화원을 보러가지 않을래?”

쥰은 고개를 흔들면서 거절했다. 
그러나 그런 쥰의 기분 따위 류이치로는 
조금도 상관없는 듯했다.

“부끄러워하니까 더 귀여워 보여. 더 사랑해주고 싶어.”

‘흐엑-!’

쥰은 속으로 외쳤다.

‘사랑 안 해줘도 되니까 날 내버려 두세요. ’

그러나 그런 속삭이는 듯한 쥰의 애원을 
류이치로가 들어줄 리도 없다. 산 속 온천에서 
금욕생활을 하고 온 탓으로, 지금의 류이치로는
굉장히 사랑에 목말라있다. 야마노우에학교생활이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지만, 어차피 남자밖에
없다면 귀여운 남자아이들을 상대로 
금단의 할렘을 만들어야하지 않는가. 그런 계획으로
완전히 눈이 뒤집혀 있는 류이치로에게 클래스에서도 
늦깎이 숫총각 그랑프리의 영예에 빛나는 쥰은 싸움이 안 된다.

“다리를 벌려...”

오싹, 하고 등줄기에 전해지는 
명령조의 목소리로 쉽게 느끼는 
쥰의 귀 속에 훅, 하고 열띤 신음을
뱉어내자, 따를 생각도 없었는데 
명령받은 대로 상대에게 다리를 벌려주고 말았다. 

“착한 아이군.”

땅을 꺼뜨릴 것 같이 낮은 목소리는 
계산된 듯이 섹시해서, 쥰은 몸 속이 저도 모르게 
욱씬거리는 것을 느꼈다.

길다란 손가락을 가진 큰 손이 거품으로 
미끈거리는 허벅다리를 천천히 따라 올라가서 
무언가를 찾는 듯이 그 속으로 잠입했다. 

“뭐지?”

류이치로의 의도는 모르고, 그만 튀어나온 의문을
막듯이 류이치로의 입술이 덮쳐왔다.

“음....”

이런 식으로 갑자기 키스를 빼앗는 거....
그 순간, 쥰의 머리 속에 플래쉬백 하듯이 
어떤 사건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것은 3년 반 전,
봄의 일이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쥰은 
세인트아서.야마노우에학교의 중등부에 
입학하기 위해서 역시 같은 세인트아서계열의
예비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무사히 지망한 
학교에 붙은 사실을 알리러 혼자 예비학교로 
간 쥰에게 그 사건은 일어났다.

그렇게 큰 일은 아니지만, 사람 하나 없는
계단의 통로에서 모르는 젊은 남자가 퍼스트 
키스를 빼앗아버렸다. 너, 귀엽다, 하면서 부
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학시험문제를 
한 팔에 안고 있는 걸로 봐서 아마 아르바이트
대학생이나 새로 온 선생님이었을 것이다.

짧은 봄방학을 마치고 학교 기숙사로 
들어간 쥰은 두 번 다시 예비학교에는 
가지 않아서 결국 그 남자의 정체도 
모르게 되었다. 하지만 그 남자의 
목소리와 얼굴은 바로 지금 쥰을 
무릎에 안고 음란한 행동을 하는 이 사람과 
똑 닮아 있었다.

‘설마....겠지?’

쥰은 고개를 흔들고 스스로 의혹을 
떨쳐버렸다. 그런 우연이 겹칠 리가 없다. 
키스 같은 걸 당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남자는 안경을 끼고 있었고...
단 한 순간뿐이었지만, 바람처럼 퍼스트키스를 
훔치고 간 상대도 확실히 넋을 잃을만큼 단정한 
용모를 지니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확실치 않았다. 사실 그 뒤, 
충격으로 기절했었다. 그래서 모두 잊고 없는 일로
할 생각이었다. 그 키스는 그냥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런데 지금 또 세컨드 키스에다가 가슴까지도 남자에게
빼앗겨버려서.....

‘그럴 리가 없어.’

새로운 충격으로 머리 속이 새하얗게 된 
쥰이었지만 다음에는 더 새하얗게 될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류이치로의 손가락이 갑자기 쥰의 
속으로 집어넣은 것이었다. 

“아....싫어...”

저항하려하자 류이치로의 다른쪽 손이 
미묘한 터치로 쥰의 욕망을 부추겼다.
쓰윽, 하고 부드럽게 훓자, 자위의 경험조차 적은
쥰은 그것만으로도 눈 속에 불꽃이 튀는 듯했다.

“아...앙...”

멍하니 힘을 뺀 그 순간에 류이치로의 
손가락이 쥰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시, 싫어...기분 안 좋아요..!”

쥰의 필사적인 외침도 류이치로의 
거친 입술에 막혀버렸다. 목에 닿을 정도까지
깊숙하게 혀를 집어넣어서 어리둥절해진 쥰은 얌전해졌다.

“괜찮아...금방 기분 좋아질꺼야.”

끈적끈적하게 뒤섞인 혀를 아쉬운 듯 
떨어뜨리며 류이치로는 웃었다.

“보증할게. 그러니까 너는 안심해.”

눈을 감고....
허리에 직접 닿은 낮은 목소리에 
이끌려 쥰은 순진하게 눈을 감았다. 

“응...응-”

흥정에 익숙해진 달콤한 키스...
그리고 욕망에 부합하는 뛰어난 손끝애무.

“아...앙.....아아....”

쾌감에 농락당한 쥰은 몸 속의 
류이치로의 손을 졸라버렸다.

“그래그래. 보채는 것도 잘하네.”

아니야, 라고 말하는 것보다 먼저, 쥰의 몸속을 
탐험하고 있던 류이치로의 손가락이 
어느 장소에 닿았다. 순간, 쥰은 이제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아..앗. 아......”

격렬한 쾌감이 성난 파도처럼 덮치고, 
흔들며, 우주로 날려보냈다. 그리고 다시 그를 내던졌다.

“큿....”

본능적으로 방출을 견디려고 했지만 때맞춰
쥰은 아마 오늘이 첫대면인 수학교사의 손 안에 
뜨거운 욕망을 쏟아냈다.



=====================================================================




“응....흠....”

갑자기 입 속으로 차가운 혀가 밀려들어와, 
쥰은 기분 좋은 잠에서 억지로 깨어났다. 
다음 순간, 달콤한 맛의 액체가 흘러들어서
쥰은 조금 사레가 걸렸다.

“다행이야. 깨어났어?”

순간 사태가 파악되지 않아서 도피하려는 듯 
또다시 잠에 빠지려는 쥰의 볼을 가볍게 치면서 
류이치로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너....기절했었어. 아마, 뜨거운 물에 
오래 있어서였을 거야.”

그런 짓을 해 놓고서도 뻔뻔스럽게 
류이치로는 말했다. 그렇지만 쥰은
힘 빠진 머리를 양 손으로 떠받들면서 
욕조에서 정신을 잃었다고 말해주는 
류이치로를 진실되게 받아들였다.

“어....저기...”

쥰은 아직 흐릿한 시선을 두리번거리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류이치로의 무지무지 
잘생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괜찮은 거니?”

류이치로의 물음에 쥰은 고개를 끄덕였다. 
류이치로의 양손에는 스포츠음료가 든 병이 
쥐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병 속에 든 음료를 
입으로 옮겨서 먹여준 듯했다. 류이치로의 
부드러운 입술 감촉이 똑똑히 되살아나, 
쥰의 뺨이 확, 물들었다.

“아, 죄송해요. 전....”

일어나려던 쥰은 다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빈틈없이 밀착된 류이치로의 가슴에 안긴 
쥰은 자신이 전라인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하앗...이건...”

당황한 나머지 몸을 떼어내려다가 류이치로의 
팔을 붙잡는 바람에 더 세게 안겨버린 꼴이 되었다. 
류이치로 쪽은 그의 블루셔츠를 걸치고 있긴 하지만, 
가슴 주변은 풀어헤쳐진 채였다. 맞닿은 살결의 
따스함에 쥰의 심장은 시끄러울 정도로 울려댄다.
드디어 생각이 난 것이다. 의식을 잃기 직전, 
이 사람의 손 안에서 부끄러운 부분을 드러냈던 일을.

“미안해요.”

울듯한 얼굴로 쥰은 주뼛거리며 류이치로를 바라보았다.

“뭐가 미안하단 거지?”
“예? 그러니까....”

싱글벙글 웃고 있는 잘생긴 얼굴을 쥰은 멍하니 쳐다보았다.

“난....그...”
“응? 혹시 그걸 해버렸다는 거?”
“어....”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당황해서 류이치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그런 쥰을 류이치로는 
부드럽게 안아주면서 등을 어루만졌다.

“그런 거 남자라면 평범한 일이잖아? 전혀 마음 쓸 필요 없어.”
“그치만....”
“내가 걱정 말라면 괜찮은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류이치로는 손끝으로 
쥰의 턱을 잡고 들어올렸다. 그리고 우아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뺨을 핑그빛으로 물들인 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부끄러워 할 거 없어. 알았지?”
“선생님....”

다정한 류이치로의 말에 쥰은 
목이 메는 듯했다. 뭐야, 좋은 선생님이잖아.

다 젖어서 걷고 있는 것을 친절하게 태워준 것
뿐만 아니라, 그런 무례한 행동을 한 자신을
꾸짖지도 않고, 이렇게 돌봐주기까지 하고...

만약 그런 상황이 다른 교사 앞에서 벌어졌다면 
쥰은 틀림없이 처벌실 행이었을 것이다. 
세인트 아서는 미션스쿨이라서 그런 무서운 방이 
학교 어딘가에 아직 존재한다.

“죄송해요. 전...”

쥰은 물기 젖은 눈으로 류이치로를 바라보았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그렇게 된 것도 다 류이치로가
몸을 건드린 탓인데도 사람 앞에서 알몸이 되었다는 
충격과 강렬한 쾌감의 기억이 너무 강해서 그간의 
경위가 쥰의 머리 속에서 툭, 튕겨져 나가버렸다. 

“귀여운 학생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상관없어.”

한층 더 상냥한 선생다움을 드러내면서 
류이치로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원한다면 더...얼마든지 기분 좋게 해줄게.”
“예.....?”

아무리 멍한 상태의 쥰이라도 그런 말을 
들으면 역시 뭔가가 잘못되어 간다는 것을 눈치챈다.

“선생님?”

약하게 류이치로의 가슴을 밀어내는 
쥰의 귀에 후후, 하고 낮은 웃음소리가 울렸다. 

“그까짓 걸로 부끄럽다고 말하다니, 더욱 더욱 부끄럽게 해줄까?”
“앗..괜찮아요. 나....부끄러운 것, 별로 안 좋아하니까...”

그다지 잘 하지 않는 변명을 하면서 
쥰은 초조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구르듯이 침대에서 내려와,
당황해하면서 입고 왔던 옷을 찾았다. 
침실에는 없는 것 같아서 탈의실에 있나, 해서 
문을 열어봤지만 거기에도 있을리는 없다. 
그러고 보니, 욕실에 들어갔을 때, 류이치로가 
세탁실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났다.

어쩔 수 없이, 소파 위에 놓여 있던 자신의 
스포츠가방을 집어든 쥰은 안에서 가슴부분에 
문양이 붙은 하얀 교복 셔츠를 꺼내서 급히 
알몸을 가렸다. 이어 속옷과 바지를 꺼내려고 했을 때,
쥰은 곧 뒤에 서 있는 류이치로의 기척을 느끼고 움찔, 하고 
몸을 움츠렸다.

“왜 그렇게 급하지?”

덜덜 떨면서 뒤를 돌아보자, 
부드러운 미소가 쥰을 에워싼다.

“빗속을 걸을 일도 없어졌고, 
모처럼이니까 좀 더 천천히 쉬었다 가지.”

상냥하게 류이치로가 타이르자, 
쥰도 일단은 안심했다. 흡혈귀라든가, 좀비처럼 
무서운 얼굴로 덮쳐오는 류이치로를 상상했던 것이다. 

“어차피 급하게 돌아가봤자, 뭐 할일도 없잖아?”

남자가 봐도 반할 만큼 잘생긴 얼굴을 
쥰은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그와 동시에 
다정하게 대해준 선생님을 의심한 자신이 
굉장히 배은망덕하게 느껴졌다. 
아마 그 위험한 말도 쥰이 지나치게 걱정한 것으로,
농담으로 말한 것 뿐이리라...

‘미안해요, 선생님.’

속으로 류이치로에게 양손을 모아 
사과하면서 쥰은 고개를 숙였다.

“저...그럼, 옷을 입는 것만이라도...”
“그럴 필요는 없어.”

잘생긴 입술이 차갑게 속삭였다.

“어차피 또, 금방 벗을테니까.”
“선생님?”

올려다 본 류이치로의 얼굴은
흡혈귀나 좀비처럼 무섭지는 않지만 
어느 의미에서는 더 위험한 미소를 띄우고, 
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주 달콤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움츠러들었다.

“말했잖아? 네 열여섯 살 축하 파티를 하자고.”

생일파티와 옷을 벗는 것이 잘 연결이 
안 되어서 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쥰을, 류이치로는 ‘어쩔 수 없군..’하고 
곤란한 듯 웃으면서 천천히 쥰의 손을 잡았다.

 "파티에는 선물이 필요하지?“
“예...그치만 그런 데까지 신경 안 써주셔도....”
“신경 쓰는 스타일이야.”

류이치로는 속삭이고는 잡은 손을 끌어당겨서 
갑자기 쥰의 몸을 안아 올렸다.

“우왓....!”

놀라서 쥰은 몸을 바둥바둥거렸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류이치로는 쥰의 뺨에
입술을 맞췄다. 일부러 쉬게 한 낮은 목소리가 속삭인다.

“마침, 선물이 없어서 말야. 대신에 몸으로는 어때?”

‘아니...도대체, 뭐지? 몸으로 뭘 할 생각이야?’

쥰은 떨면서 류이치로의 가슴을 밀어냈다.

“저기...됐어요. 친절하게 대해 주신 것만으로 
전 이제 충분하니까....”
“뭐, 편하게 생각하라고. 
젊으니까 아까 정도 가지고는 너무 부족하지 않아?”
“부족하지 않아요. 정말이니까.”

반울음 상태로 부탁을 했지만, 
그것은 깨끗하게 무시하고 류이치로는 
쥰이 손에 쥐고 있는 갈아입을 
속옷을 잡아 떼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방 위에 
던지고는 쥰을 가슴에 안은 채 성큼성큼 침대로 돌아갔다.

“싫어요...싫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려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잘못을 저질러 이제부터 받을 처벌을 기다리는 아이가 
미지의 공포로 난폭하게 굴 듯이 쥰은 양손을 휘둘렀다.

“윽...”

휙, 머리가 고꾸라지고, 눈 앞에 다다미의 융단이 보였다. 

“우앗...떨어진다!”

쥰은 엉겁결에 비명을 지르고 류이치로의 목에 매달렸다.

“괜찮아?”

아직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는 
쥰의 귀에 류이치로가 속삭인다.

“네가 난폭하게 구니까 위험한 일이 생기는 거야.”

걱정스레 말하지만, 눈동자는 웃고 있다. 

“너무...해요.”

덜덜, 어깨를 떨고 있는 쥰을 
류이치로는 말 없이 프릴이 달린 요염한 
핑크색의 시트 위에 던지듯 내려 놓았다.

“앗..”

==============================================================



옷자락이 펼쳐지고, 아직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아랫부분이 요염한 
형광핑크색의 전등 아래에 드러났다.

“아...”

쥰은 무릎을 강하게 오므리고, 아직 단추도 채우지 않은 겉옷 셔츠 자락을
필사적으로 잡아당겼다.

“왜그래? 뭘 창피해 하는 거야? 남자끼린데...”

길다란 손가락이 한층 더 부드럽게 쥰의 손을 잡아당긴다.

“전원 기숙사제의 남학교라면 항상 다른 친구들하고 
같이 목욕탕에 들어가잖아?”

쥰은 엉겁결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방에 욕실 있으니까....”

그것은 사실이었다. 기숙사는 전부 욕실, 화장실, 냉장고가 완비된 화려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것 말고도 대형목욕탕도 있지만, 온천에서....”

그렇다. 세인트 아서. 야마노우에학교에는 각 방에 붙어 있는 개인욕실
말고도 중학생은 출입이 금지된 근사한 대형목욕탕이 있는 것이다. 
인접한 온천에서 끌어오는 온수는 피부미용과 요통에 효과만점. 
사우나실과 거품목욕시설도 붙어 있어서 웬만큼 부끄러움을 타지 않거나, 
몸에 자신이 있는 편이면 대부분의 학생이 시간대와 용도에 맞춰서 방 안에
구비된 개인욕실과 대형욕실을 사용할 수 있다. 

“음...꽤 호화스럽군.”
“그치만 전 들어갈 수가 없으니까...”
“왜지?”

쥰의 무릎 주변을 어루만지며 류이치로가 물었다.

“그건...앗, 안돼요..”

허벅지를 기어올라오는 류이치로의 손을 피하듯, 
쥰은 양손으로 무릎을 감싸 안았다.

“왜지?”

손바닥으로 쥰의 무릎을 벌리면서 류이치로가 얼굴을 들었다.

“너도 들어가면 좋잖아. 온천....피부도 반질반질해지고.”

지금도 충분히 반질반질하지만....귓전에서 울리는 속삭임에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저도 들어가고 싶지만, 에이가 안된다고....”
“에이? 누구지?”
“혀, 형이예요.”
“네 형이?”

쥰은 고개를 끄덕였다. 쥰도 이번 봄에 중등부에서 고등부로 올라와서 
해방된 기쁨에 대형목욕탕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2학년 위인 형 에이가
웬일인지 갑자기 금지명령을 내려버렸다. 왜 안 되는지 형에게 
물어도 이유는 가르쳐주지 않고, 그냥 안 된다고 일축. 
형의 말은 옛날부터 거역할 수 없는 쥰이었지만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아서 친구들을 따라서 몇 번이나 들어갈 시도를 했지만, 학생회장을 
하고 있는 형의 충실한 추종자들에게 강제 추방되어, 결국 그만두어버렸다. 
그런 까닭으로 쥰은 학교에서 조금은 슬픈 ‘개인욕실 온리(only)파’의
일원이 되었다.

“그런 거였군.”

끝까지 듣지 않았으면서도 류이치로는 다 안다는 얼굴로 끄덕였다.

“알아. 네 형의 기분.”
“예?”

쥰은 신기하다는 듯, 류이치로를 쳐다보았다. 당사자인 자신이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는데, 왜 사정을 잘 알지도 못하는 류이치로가 이렇게 
금방 아는 거지? 혹시 초능력자? 아니면 추리 매니아?

그렇게 삼천포로 빠져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쥰의 가슴 속에 류이치로가
손을 살짝 집어넣었다. 

“아....”

셔츠 아래에 숨겨진 귀여운 유두를 손끝으로 스윽, 하고 스치자, 쥰은 
가볍게 몸을 비틀었다.

“굉장히...감도가 좋군. 웬만한 여자아이보다 낫잖아...”

류이치로는 칭찬의 뜻이었지만, 쥰은 그런 말을 들어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류이치로의 손끝이 가슴을 어루만지자, 몸 안이 
떨릴 만큼 흥분되었다. 

“뭐야, 벌써 이렇게 단단해졌어.”

류이치로는 확인하듯 가슴의 돌기를 눌러보았다. 그 순간, 눈을 감고
달콤한 감각에 빠져있는 쥰의 허술한 틈을 타 류이치로가 접근했다. 

“아...,이건?”

가슴에 거친호흡이 느껴져, 당황스러워하며 눈을 뜬 쥰은 근사한 
류이치로의 입술이 가슴에 닿아있는 것을 목격했다.

“아...안돼요..”

툭 튀어나온 유두를 입술이 감싸안자, 몸에 착 달라붙는 쾌감에
한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입술로 애무당하는 것도 견딜수 없는
느낌인데, 류이치로는 이제 쥰의 유두에 혀를 내밀었다.

“응....”

열이 오른 혀가 할짝할짝 핥자, 몸이 녹을 것처럼 뜨거워졌다. 

“아..아...”

그 바람에 하복부까지 뜨거워져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무방비 
상태였던 쥰의 주니어는 벌써 류이치로의 손아귀에.

당황스런 나머지 류이치로의 몸을 밀어냈지만, 쥰의 그것은 정결한 
교복셔츠 자락 안에서 기세 좋게 일어섰다. 달콤한 웃음이 류이치로의
입술에서 쿡, 하고 새어나왔다.

“네 꺼, 분홍색이라 귀여워.”

쥰은 초조해져, 셔츠 자락으로 가렸지만, 곧 류이치로는 셔츠자락을 
붙잡은 손을 잡아당겼다. 길다란 손가락이 쥰의 그것을 정중하게 
들어올려, 그 끝을 할짝였다. 

“이쪽도...너무 귀여워.”

동시에 유두도 할짝이면서...

“네 형이 다른 남자랑 같이 욕조에 들어가지 말라고 한 
이유는 아마 이것 때문일 거야.”

쥰의 유두가 주는 촉감을 입술로 황홀한 듯 맛보며, 류이치로는 속삭였다.

“네 몸이 너무 귀여우니까...”
“그런거 아니...”

부정하려고 쥰은 몸을 버둥거렸지만 류이치로의 입술이 주는 온기에서
도저히 도망칠수가 없었다.

“사실을 인정해.”

  귀여운 유두 끝을 혀로 핥으면서 류이치로는 타이르듯 계속했다. 

“젊은 청춘을 불사를 데 없는 남학교에서 너 같은 아이의 몸은 마냥 
보고 있기가 힘든 거다. 노말(normal)인 나 조차 사랑하고 싶다고 
할 정도인데....”

이 세상에서 네가 가장 귀여워. 
신음과 뒤섞인 목소리로 안타까운 듯 류이치로는 속삭였다.

‘이건 혹시 사랑고백?’

쥰은 상대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흥분했다. 보통이라면 
립서비스(lip service)는 왜?, 라든지  이 사람 몸이 목적이었잖아, 하고
의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쥰은 전원 기숙사제의 남자학교에 3년
이상이나 있어서 그런 남자끼리의 연애에는 면역이 안되었다.
(이미 말했지만 남녀간의 연애를한적도 없었다) 한마디로 순수 토박이, 
순정BOY였다.

“앗.....아아....”

‘나..대체 어떻게 해야...’

유두를 쪽쪽 빨리면서 쥰은 고민했다.

‘나쁜 사람은 아닌 듯하지만, 역시 안 되는 걸까?’

초면에 호텔로 끌고 와서 아무데나 만져대는데도 아직 쥰은 친절한 
선생님이라고 믿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쥰이 어떻게 하지, 해봤자, 류이치로의 예정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쥰은 모르고있었다. 지금에 와서 아무리 고민해도 
쓸데없다는 것을 깨닫지도 못하고, 쥰은 고속 엘리베이터상태로 
감정의 업 앤 다운에 휘말리고 있었다.

“역시 안돼요. 절대, 안돼...”

겨우 결론이 났는지 쥰은 가슴을 빨고 있는 류이치로의 어깨를 밀어내고
고개를 들었다.

“이런 거 이상...해요.”
“뭐가?”

단정한 눈썹을 불만스러운 듯 찌뿌리고, 류이치로는 눈을 들었다.

“뭐가..라니.”

그거야 남자끼리 라든지, 선생과 제자 라든지, 오늘 처음 만났다든지,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다. 쥰은 빨려들어갈 듯한 부드러운 눈동자와 
마주치자 얼떨결에 눈을 딴데로 돌렸다.

“어쨌든 이런 거...안됩니다.”

쥰은 야한 체리색을 한 새틴 퀼트의 침대시트를 손가락으로 살짝 
들어올려 몸을 가렸다. 하지만, 류이치로는 시트를 잡아서 벗겨버렸다. 

“아직 젊은데 그런 딱딱한 말 하지마..”
“하앗...”

가슴의 돌기가 위를 향한 채 욕망을 부추겨 쥰은 움찔하고 몸을 비틀었다. 

“이제 도망칠 수 없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등 뒤는 이제 벽에 닿아 있었다. 

“부드럽게 해줄 테니까 선생님이 말을 들어.”

이럴 때만 교사 타령이다.
싫다고는 하지만 셔츠 속에 손이 들어와 쥰의 남자의 증거를 잡자, 
쥰은 더 이상은 저항할 수가 없었다. 굳이 누가 만졌던 경험이 
없을 뿐인데, 타인의 손이 부드럽게 그곳을 애무하자, 허리가
자연스럽게 흔들리고는 멈추지 않는다. 마음 속에서는 안된다고 
생각해도 몸은 ‘더욱 더...’하고 자극을 원하고 있었다. 물론 섹스에 
전문가인 류이치로에게는 그런 안타까운 남심(男心) 따위
전혀 전해지지 않았다.

“참지 않아도 돼. 더...욱 느껴...”

잡혀있는 쥰의 그것을 부드럽게 끝에서부터 올라가면서 류이치로는
벌써 흐르기 시작한 그 앞부분을 입술로 핥았다. 

“앗...아아...”

달콤한 목소리로 쥰이 흐느낀다.

“귀여워....너의 여기, 맛있어.”

류이치로는 쥰의 가냘픈 욕망을 한번에 끝까지 입속에 넣고 혀로 할짝였다. 

“응....그거...아...”

쥰의 반응에 류이치로는 그래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이게 좋다고?”

심술궂게 속삭이고 류이치로는 쥰의 그것을 혀와 윗턱으로 끈끈하게 조였다.

“앗...안돼요...선생님-!”

입으로는 거부하면서도 무의식중에 양손으로 류이치로의 머리를 꽉안고
있는 쥰이 사랑스럽다. 

“앗...아아...”

강렬한 혀로 단단하게 조이자, 쥰은 귀엽게 허리를 흔들고는 
곧 폭발해버렸다. 



===================================================================



“자, 어서 일어나야지..... 해가 중천에 뜨기 전에, 화단에 물을 줘야 한다며?”

축 늘어져서 침대에 매달려 있는 쥰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면서, 류이치로는 속삭였다. 
류이치로는 이미 샤워도 끝난 후였다. 옷도 갈아 입고, 면도도 해서 말끔한 상태였다. 

“쥰...”

귀를 질근 깨물자, 소스라치게 놀란 쥰의 손이 올라가더니, 잠이 덜 깬 눈을 비볐다.

“괜찮아? 화단이 말라비틀어져도.”
“그러면 안 되지만, 못 일어나겠어요.”
“어서.., 부탁받은 일은 꼭 해야 하는 거야.”

그렇게 만든 원인 제공자가 류이치로 자신인 것은 말끔히 잊고, 아직 잠이 덜 깬 쥰에게 류이치로는 설교를 시작했다. 

“아...졸려.”

상대가 류이치로인 것을 아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과 착각한 것인지, 쥰은 응석부리듯이 류이치로를 껴안았다. 

류이치로는 훗, 하고 만족스런 웃음을 떠올리고 쥰을 내려다보았다. 남자 아이와 연애(사냥)는 처음이어서, 
여느 때와 달리 고전할 것을 각오한 그였지만, 의외로 순순히진행되었다. 거기다 여자애들처럼 예민하게 굴지도 않고, 
최상위로 일컬어지는 흑발미인이다. 그리고 속궁합도 잘 맞았다. 

“정말 귀여운 아이로군.”

설마 이 나이에 동성애를 체험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류이치로였다. 그러나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성적 취향까지 바꿔도 좋다,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이제부터 남자들밖에 없는 학교에서 생활할텐데, 
이러는 편도 괜찮을 성 싶었다. 

침대에 앉아서 윤기나는 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어렴풋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류이치로의 귀에 
복도를 걷는 발소리와 말소리가 들려왔다. 류이치로가 음, 하고 얼굴을 들어올린 순간, 찰칵, 하고 문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가 나고, 잠시 후에 열쇠가 꽂혔다.

"야단났군."

전라로 누워있는 쥰의 몸을 얇은 시트로 덮고, 류이치로는 짐짓 모르는 체하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쥰, 일어났어?"

느낌좋은 목소리가 이어지고, 목소리의 이미지와 딱 어울리는 잘생긴 젊은이가 뛰어들어왔다. 머리카락은 약간 길었는데 
거의 금빛에 가까운 황색이었다. 왼쪽 귀에는 루비 같은 진홍색의 피어스가 빛나고 있었다. 칠칠맞게 앞 단추를 채우지 
않았지만, 가슴에 세인트 아서의 상징인 SA라는 마크가 붙어있는 교복 셔츠와 체크바지를 입은 모습은 틀림없이 이 학교의 
학생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쥰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아름다운 남자다.

류이치로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놀라더니, 그 자리에 붙박은 듯 섰다. 

"당신....누구?"
"나?"

붙임성 있게 웃는 류이치로를 수상쩍은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소년의 뒤쪽에서 키가 큰, 또 한 남자가 나타났다. 
물론 아무리 키가 크다 해도 신장이 190센티미터를 넘는 류이치로와는 비교가 안 되지만...

그 남자?(물론 미성년이니까 소년이라고 불러야 할 테지만)도 교복차림이었는데, 이쪽은 맨 윗단추까지 꽉 잠갔다. 
자세도 좋고, 쥰과 똑같은 흑발은 우등생답게 단정했다. 전형적인 미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그래, 리츠? 쥰은?"

문 앞에 서 있던 왼쪽 귀에 피어스를 한 소년에게 뒤쪽에서 들어온 우등생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아, 에이. 여기 모르는 사람이 있어."
"뭐라고?"

리츠라고 불리운 피어스를 한 소년은 에이라는 이름의 정통파 미남을 돌아보더니,류이치로를 가리켰다.

"예의 없는 행동이야."

류이치로를 가리키는 리츠의 손가락을 내리고, 에이는 저벅저벅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침대에 앉아있는 류이치로와 
자고 있는 쥰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실례합니다만, 누구신가요? 왜 제 동생 방에 있는 거지요?"

예의 바르게 질문을 한다.

"동생이라니? 쥰군이?"
"예. 거기에 누워있는 사람이 제 동생, 아사카 쥰입니다만, 당신은요?"

묻고있는 에이의 속이 화염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중하게 말은 하고 있지만,'너 따위 누구야?' 라든지, '동생한테 뭔가
했다간 가만두지 않겠어.' 같은 대사를 속에 품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
사람이 쥰에게 공동욕실 출입금지령을 내린 그 과잉보호를 한다는 형인가?

'그런 거였군...'

류이치로는 그제야 납득을 하고, 천천히 일어났다. 키로는 안 질 거라고 생각했던,
프라이드 높은 에이의 얼굴이 분한 듯이 일그러졌다.

"나는 2학기부터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칠 야기유류이치로다. 잘 부탁해."

신사답게 오른손을 내밀자, 에이도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다.

"세인트아서학원.야마노우에학교.고등부3학년, 학생회장인 아사카 에이입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자기 소개를 한 후 뒤를 돌아보고, 리츠를 눈으로 가리켰다.

"그는 사촌인 아사카 리츠. 쥰하고 동갑이고, 1학년입니다."

리츠에게도 잘 부탁한다며 손을 내밀어 인사를 하고,류이치로는 자신의 상의와 가방을 들어올렸다.

"어제 늦게 도착해서 상황이 여의치 않았는데, 쥰의 도움으로 이렇게 묵게 된거야."

에이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류이치로는 팔에 찬 로렉스시계를 보았다.

"사무실이 슬슬 열 시간이지? 그럼 난 이쯤에서 실례해야겠군."

문을 열고 뒤를 돌아보면서 류이치로는 훗, 하고 미소를 지었다.

"쥰군이 일어나면 나중에 보답하겠다고 전해줘."

비우호적인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에이에게 류이치로는 덧붙였다.

"화단의 물주기도 잊지 말고..."
"걱정 안해도 됩니다. 제가 하고 왔으니까요."

완벽주의에 멋진 타입이다.

'이런 타입도 괜찮은데.'

사냥꾼의 피가 또 끓어오른다.

"그럼 나중에 보지."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매혹적인 미소를 떠올리면서 류이치로는 잰걸음으로 
범행장소를 떠났다. 



<계속>




"뭐야, 저 녀석. 바보에다 낯짝도 두꺼워."

자타가 공인하는 '왕자', 리츠는 신참 수학교사 야기유류이치로에게 라이벌의식을 느낀듯 하다. 
학교에서도 보통 이상의 준수한 외모를 지닌 인물은 꽤 있지만, 리츠가 진정한 의미에서 '미남'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사촌형제인 에이와 쥰 뿐이다. 그런데 그 수학교사는 리츠보다 키가 큰 에이를  냉정하게 
내려다보기까지 하고...그런 모습 전부가 나 잘났다, 같은 것처럼 보여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느낌이 안 좋아. 그렇지 않아, 에이?"

문을 잠그고 뒤를 돌아본 리츠는 이불을 들어올린 채, 경직된 표정을 짓고 있는 에이를 발견했다.

"에이, 왜그래?"
"저...변태 야만인!!"
"뭐..?"

늘 말을 가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