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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길에 기내에서 - 단편
최고관리자 0 28,482 2022.11.26 00:51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 제가 올렸던 글에 대해서 벌써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들을 남겨주셔서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특히 <중국출장에서 만난 중국아가씨>의 에피소드는 썩 유쾌하지도 즐겁지도 않은 서글픈 에피소드일 뿐인데도,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시고, 또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그 착한 중국아가씨에게 글로나마 힘을 북돋워주시는 모습에 큰 감동을 느낍니다. 솔직히 이렇게 좋은 반응들을 보여주실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제가 그 중국아가씨를 대신해서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또 그 중국아가씨가 부디 꿋꿋하게 자신의 행복을 쟁취해 나갈 수 있도록 저도 다시 한번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달아주신 댓글 중에서 저를 칭찬해주신 분들도 계셨는데, 부끄럽기 그지 없을 뿐입니다. 저는 그저 평범한 젊은 남자일 뿐이고, 지금보다 좀 더 어린 시절에는 나름대로 시행착오도 겪었는데 그 속에는 부끄럽고 창피했던 씁쓸한, 후회되는 기억 역시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건 현재진행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그런 경험들 또한 실제 겪었던 경험이고, 성장해가는 과정 속에서 나타난 진통이었겠죠... 사실 지금 다시 소개하려는 에피소드는 저번 중국 출장 때 중국아가씨와의 에피소드에 이어 연달아 생겼던 일이기 때문에, 어제 같이 이어서 소개하려고 했던 내용입니다. 다만 어제 시간에 쫓기고, 또 다른 경험담도 한편 올렸던 관계로 함께 엮어서 소개하기가 힘들었던 거죠.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란 참 신기하단 생각을 때때로 해봅니다.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고, 어떤 때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끈끈히 이어질 수도 있나 봅니다. "세상이 참 좁다"라는 말을 실감할 만한 일이 그 때의 중국출장에서 돌아오던 길에 있었죠. 중국아가씨와 그런 일을 겪은 후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귀국하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우리나라 모 항공사의 비행기를 이용했죠 (그래봐야 둘 중 하나겠습니다만^^). 전 해외출장을 자주 가는 편인데, 어떤 출장은 길어도 피곤하지 않을 때가 있었고, 어떤 출장은 짧아도 피곤함이 가득한 때도 있었죠. 하지만 어쨌든 출장업무가 모두 끝나고 귀국하는 길에 우리나라 항공사를 이용하게 되면 외항사의 비행기에 비해 비교적 우리 입맛에 더 잘 맞는 기내식으로 니글니글해진 속을 달랠 수도 있고, 또 무엇보다 친근하고 다정한 우리 여승무원들이 정겨운 우리말로 친절하게 건네는 인사말을 받다보면 뭔가 답답했던 기분이 쉽게 풀리곤 하죠. 그리고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스튜어디스들과 인연이 많은 편입니다. 현재의 제 여친이 원래 예전에 외항사 스튜어디스를 했었고, 그 외에도 저와 인연이 있는 현, 전직 스튜어디스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래서 벌어진 여러가지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예전에 이 곳에 써서 올렸던 야설을 읽으신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제목은 "여승무원, 연인, 여자" 였습니다, 혹시 흥미 있으시면 한번 검색해서 읽어보세요) 그 야설 속에 그녀들과 실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적지않게 섞어 넣었었죠. 다음에 적당한 기회가 있으면 하나씩 둘씩 그녀들과의 실제 썸싱을 소개하기로 하고요... 아무튼 귀국길 비행기에 오르면서 또 한번 그런 편안한 느낌을 받기를 바랬습니다. 기내에 들어서니 역시 우리 여승무원들이 정다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더군요. 좌석번호를 확인해 주면서 가리키는 안쪽으로 들어서니 안쪽에서도 역시 몇 명의 여승무원들이 자신이 맡은 존에 서서 반갑게 미소지으며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제 좌석을 향해 안쪽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여승무원 앞을 스쳐 지나가며 어느덧 습관이 된(?) 살짝살짝 곁눈질로 여승무원들의 모습을 훔쳐보며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흠...167쯤 되겠네, 저 아가씨는 키가 크다, 얼굴이 무척 작군. 아이쉐도우가 하늘색이네...피부색을 보니 보라색이 좀더 어울리겠는데...” 두번째 승무원 아가씨가 미소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는데 웬지 미소가 어색합니다. 제가 곁을 스쳐지나가는데 그녀의 눈길이 슬며시 제 뒷모습을 따라옵니다. 웬지 이상하고 어색한 느낌이 들더군요. 자리에 앉으면서 슬쩍 그 여승무원의 뒷모습을 바라봤습니다. 170이 조금 안되어 보이는데 예의 늘씬하면서도 볼륨있는 모습...단정한 뒷모습.... 그렇게 단정한 모습으로 마구 들어서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우연인지 뭔가 등 뒤에서의 시선이 느껴진건지 그 여승무원이 고개를 돌리고 제 쪽을 바라봅니다. 그녀의 고개가 움직이려는 순간 재빨리 시선을 앞좌석 등받이 쪽으로 돌리고선 탑승 전에 골라 온 신문을 펴들었습니다, 여유있고 자연스러운 액션으로요.... 여승무원의 얼굴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그녀는 얼른 고개를 다시 돌리고서 업무에 열중하더군요. 신문의 글귀를 읽으면서 조금전 여승무원의 행동을 떠올려보니 다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죠. 여승무원이 어느 특정한 승객에게 저런 어색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는 실제로 잘 없거든요. 탑승전 공항 화장실 거울에서 꼼꼼히 살펴봤던 제 모습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는데.... 얼굴에 밥풀이 묻은 것도 아니고, 정장이 튿어져서 실이 풀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밸트나 구두가 이상한 것도 아닐텐데....^^;;; 무엇이 그토록 어색해서 저런 모습을 보였을까....틈이 나면 한번 살짝 물어봐야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뭐....잠시 후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생각이 바뀌었는지 귀찮아서 그랬는지, 그냥 조용히 묻혀오고 싶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비행기가 이륙하고 안전벨트 착용신호도 이미 풀렸건만 제가 그 여승무원에게 말을 걸 기회는 좀처럼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앉아있던 상태에서 밀 서비스가 시작되고 승무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승객들이 그날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기에 사실 그렇게 분주한 편은 아니었네요.) 그 여승무원이 동료 승무원과 제 곁을 지날 때 식사를 주문하고, 콜라를 주문했습니다. 캔에 든 콜라를 제게 따뤄주고선 다시 밀칵트 선반 위에 빈 캔을 얹습니다. 그녀의 그런 행동을 잠시 살피다가 그 순간 살짝 한마디 농담을 건넸죠. “안 찌그러뜨리시네요?” 비행기를 많이 타 보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실 겁니다^^ 그 승무원 아가씨 갑자기 살짝 놀라면서 제 얼굴을 바라보더니, “아~~!!! 네!!^^” 하면서 재미있다는 듯이 웃습니다. 맞은 편의 동료여승무원도 피식 웃음 짓고요. 그리고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또 다들 분주하게 빈 그릇이며 빈 잔이며 트레이에 회수해 갑니다. (동료분이나 친구분이 함께 탑승 중이라면 절대로 빈 식기를 함께 포개서 승무원에게 주지 마세요, 편하라는 배려에서 그렇게 주시는 승객 분들이 계신데, 승무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겁니다^^;;;) 면세품 판매도 이뤄지고… 승무원들이 하나씩 둘씩 갤리와 기내 복도를 오가면서 승객들의 요구사항이 없나...슬며시 돌아다니곤 합니다. 그날 저는 가져갔던 책을 꺼내서 읽고 있었죠. 개인적으로 일 욕심이 많은 편인지라, 업무에 관련된 책자를 구해서 읽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한가지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습니다. 그 여승무원이 제 곁을 지나갈 때는 발걸음이 다소곳해지면서 천천히 걷는 것이 느껴집니다. 세 번 정도 그런 기척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네번 째 저 뒤에서부터 그녀가 걸어오는 듯 합니다. 그리고 제 앞을 지날 때 다시 발걸음이 느려졌습니다. 양손을 앞으로 모아서 쥐고선 살금살금 걷듯이 그런 액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제 곁을 스쳐가는 그 뒷모습을 보는순간 귀엽다는 생각이 들면서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저기요!” 하고 제가 살짝 불렀습니다. 그녀가 반사적으로 휙~!하고 제 쪽으로 돌아서더니 “네, 손님.” 그러면서 한조각 미소를 띄웁니다. 그 때 얼굴을 비교적 자세히 볼 수 있었죠. 수줍은 미소를 띈 환한 얼굴. “콜라 한 잔만 갖다 주실래요?” 탄산음료는 유일하게 콜라를 즐겨 마십니다. “네, 알겠습니다.”하고 갤리로 향한 그녀가 잠시 후에 콜라를 제게 가져다 줍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하면서 콜라를 제게 건네주면서 갑자기 쑥스럽다는듯이 웃음을 짓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살짝 제게 한마디 던지더군요. “일곱번 만난 사람....^^” 순간 제 머리 속에서 뭔가가 윙~!!하고 울리는 듯 하더군요. 깜짝 놀라면서 제가 여승무원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봤습니다. 그녀가 쑥스럽다는 듯이 미소지으면서 다시 갤리로 걸어들어갔습니다. 순간 머리 속에서 방금 다시 확인한 그녀의 웃음짓는 얼굴과 그녀가 제게 살짝 건넨 한마디가 계속 맴돌고 있었습니다. “일곱번 만난 사람...” 그리고 동시에 예전의 어떤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여섯번 만난 사람....다시는 기다리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 스튜어디스 아가씨가 제게 살짝 건넨 한마디 “일곱번 만난 사람....”이라는 한 마디가 머리 속에서 자꾸만 맴돌면서 예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횟수는 달라졌지만, 분명히 제가 뚜렷이 기억하는 한마디였거든요. 이렇게 되자 모른 척 하고 앉아있을 수가 없더군요. 조금 기다리니 또 그녀가 갤리에서 나와서 복도를 걸어 반대 쪽으로 향합니다. 제가 일어서서 슬그머니 뒤따라 갔죠. 그리고 화장실 쪽에 잠시 서 있었습니다. 그녀가 다시 이쪽으로 오더군요. 저를 보고 살짝 미소 짓습니다. 좀 어리둥절 하기도 하고....겸연쩍기도 했습니다. 이런 적 잘 없는데 말이죠.... 잠시 우물쭈물 하면서 그녀의 모습을 재빠르게 뜯어봤습니다. 단정하고 깔끔한 예쁜 모습.... 이제 예전 모습이 조금씩 머리 속에서 오버랩 되기 시작합니다. “생각지도 못했어요, 여기서 또 볼 줄은....세상 정말 좁구나.” “네, 저두요” 그녀가 웃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잘 모르겠더군요.... 잠시 생각을 정리할 틈이 필요했는데....그러질 못했나 봅니다. 그녀가 살짝 웃으면서 다시 갤리 쪽으로 걸어가더군요. 그리고 그 후부턴 저절로 계속 그녀 쪽으로 시선이 향해지더군요. 나중에 착륙할 시간이 다가올 때 그녀는 자기의 승무원 좌석 쪽에 앉아 있었습니다. 가끔씩 저와 눈이 마주 쳤는데, 눈이 마주 칠 때마다 저한테 살짝살짝 미소를 보내 줍니다. 그녀의 맞은 편에는 중년신사 한 분이 앉아 계셨는데, 그 분이 맞은 편의 그녀에게 뭐라고 계속 말을 걸더군요. 그녀가 웃음 띈 얼굴로 신사 분 얘기를 경청하면서 가끔씩 뭔가 질문을 받은건지 뭐라고 뭐라고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무척 호감가는 이미지...그래서 그 분도 계속 얘길 걸고 싶었나 봅니다. 때로는 얘기가 잘 안들리는지 신사분 가까이로 얼굴을 가까이 하고 “네?”하는 모습도 보이고.... 그리고 또 다시 웃으면서 뭐라뭐라 그러고.... 참 밝은 모습....긍정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그렇게 표정 하나하나가 제 눈에 담기더군요. 뭔가 약간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고....뭔가 답답한 느낌도 들고.... 뭔가 알고 싶기도 하고....그렇더군요.... 이윽고 비행기가 착륙하고 승객들이 일어서서 짐을 꺼내들고.... 주저하다가 참을 수 없어서 제가 그녀 곁으로 슬쩍 다가섰습니다. 그녀는 승객들이 내리기 전에 보딩인사 준비를 하고 있고..... 살짝 다가서서 낮은 소리로 말을 건넸죠. “밖에서....기다려도 돼요?” 그녀가 제 얼굴을 보면서 아주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살짝 옅은 미소를 띄어 줍니다. “나오면 제가 보일거에요....” 그렇게 말하고선 게이트를 향해 걸어나갔습니다. 꽤 오래 전 일인데...전시회가 있었습니다. 유명 전시장에서 열린 규모가 큰 전시회였고, 기간 내도록 정말 많은 사람들이 북적북적, 흥청흥청, 들락날락.... 여러 날 동안 계속 열렸었는데, 성공적으로 잘 끝난 전시회였죠. 그 때 저도 그곳에 참가했었죠. 그 곳에서도 새로운 사람들도 적지 않게 알게 되고, 뜻하지 않게 제 친구와 후배도 여러 사람 만났습니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어려서부터 일본에서 자란 알고 지내는 후배였는데, 그 친구는 그 행사에서 일본어 통역을 맡고 있었습니다. 통역요원들은 따로 준비된 부스에서 항상 대기하고 있었는데, 좀 쉴 수 있는 시간이 나면 그 곳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후배와 후배의 동료 선후배들과 어울리곤 했습니다. 그 곳에서 호감가는 성격을 지닌 마음 맞는 친구들도 새로 여럿 알게 되었고요. 그 부스가 위치한 곳 바로 2층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었고, 젊은 남자통역들은 수시로 그 곳으로 가서 음료를 들기도 하고, 그 곳을 담당하는 도우미들과 인사도 주고받고 했습니다. 도우미들은 대부분 알바생들이었는데, 하나같이 키도 크고 늘씬하고 얼굴도 예뻤었습니다. 깔끔하고 단정한 흰색 블라우스와 검은 스커트로 통일하고 대부분 머리를 단정히 올리고 있었죠. 나중에 알게 된 일인데 모두 같은 스튜어디스 학원을 다니고 있었던 승무원 지망생들이었죠. 저도 새로 알게 된 통역 친구들을 따라서 그 곳으로 가서 음료를 들면서 친구와 얘기를 나누곤 했었죠. 그 때는 기본적으로 상당히 바쁜 일정이어서 그다지 눈길을 주진 않았죠. 오히려 새로 알게 된 친구들과 틈틈히 이런저런 한담을 나누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입담이 상당히 좋은 편이어서 이런저런 대화 중에도 상당히 재치있는 유머를 구사하면서 새 친구들에게 호감을 많이 얻었죠. 그 친구들은 대부분 통역이어서 그랬는지, 언어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재치있는 화술을 조리있게 구사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었던 듯 합니다. 그런데 제가 친구들을 재미있게 해 준 경우가 꽤 많았는데, 그럴 때면 인포메이션 센터의 여자 도우미들 (보통 두 명이 함께 근무했습니다)도 곁에서 제 얘기를 엿듣고 웃음을 곧잘 터뜨리곤 했었죠. 나름대로 제가 매너도 좋은 편이었던지, 통역을 하시던 누님(유부녀였습니다)이 한분 계셨는데, 그 분이 다들 있는 곳에서 절 보면서 불쑥 “애인으로 삼고 싶다”고 농담 하시더군요. 여자 통역들 까르르 웃으면서 저더러 “어떡하면 좋아요? 언니가 애인 삼고 싶대잖아요.” 라며 놀리더군요 ㅡㅡ^ 곁에 있던 도우미 아가씨들도 모두 까르르 웃어대고....뭐가 그리들 잼나는지.... 암튼 그 곳에서 잠시잠시 쉬는 순간만큼은 다들 분위기가 매우 화기애애 했습니다. 한번은 혼자서 그 곳을 지나는데 도우미 둘이서 상당히 피곤한 기색으로 멍하니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창 피로를 느끼고 있었나 봐요. 보기 딱하더군요. 그래서 커피를 들면서 그녀들에게 다가갔습니다. 그 중 무척 귀여운 인상의 한 사람이 반갑게 저더러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네더군요. 나름대로 얼굴이 익었나 봅니다. 그래서 말했어요. “뭘로 주문하시겠습니까?” “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군요. “맛있는 걸로 사 올께요, 뭘로 주문하시겠습니까? 편안하게 주문하세요, 거절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그랬더니 알아차리고선 까르르 웃습니다. “정말 그래도 돼요? 이런이런 것만 사다 주시면 너무 고맙죠.” 이런 얘기를 나누는 중에도 몰래몰래 제 시선은 그녀와 그녀 곁의 동료의 얼굴 요모조모를, 몸매를, 늘씬한 각선미를 살짝살짝 훔쳐보고 있더군요 ㅡㅡ^ 뭐, 저절로 눈이 그렇게 향합디다...쩝... 아무튼 오케바리 하고선 매점으로 또르르 뛰어가서는 그녀가 주문하신 제품에, 다시 패스트푸드 점으로 쭈르르 달려가서는 듬뿍듬뿍 사들고선 돌아왔습니다. 우선 그녀들 몫을 정중히 건네니, “어머! 이렇게 많이 안사주셔도 되는데, 고맙습니다!” 하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합니다. “뭘요, 많이 힘드시죠? 요령있게 지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그리고 다시 통역부스의 친구들에게도 일부 갖다주고, 부스로 다시 나머지를 갖고 돌아왔죠. 그리고 어느 정도 바쁜 시간이 또 지속되었고, 또 다시 어느 정도 한가해졌을 때, 다시한번 부스들 좀 돌아보고 나서, 다시 인포메이션 센터 앞으로 지나게 됐습니다. 새로 알게 된 통역 친구가 마침 그 곳에서 커피를 들고 있었고, 도우미들도 한가한 틈을 타서 제가 원조한 식량(?)을 야금야금 삼키고들 있더군요. 그녀들을 관리하는 여성팀장일 겁니다, 그 분이 저쪽에서 걸어오시더니 “어머, 맛나는 것 먹고있네? 어디서 이렇게 많이 났어?” 그러자 그 예쁜 얼굴의 도우미 아가씨가 저와 친구가 서 있는 곳을 가리키며 밝게 웃으며 말합니다. “저기 계신 잘생기신 분이 사다 주셨어요.” 제가 제 친구를 가리키면서 그 팀장님을 향해 얼른 말했죠. “여기 이 분 아닙니다!” 팀장님과 도우미 아가씨들이 까르르 한바탕 크게 웃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때 분위기는 무척 화기애애 했었네요. 그 귀엽게 생긴 도우미에게 물었죠. “허접한 솜씨로 급히 만든 거였는데....맛있나요?” 그녀가 활짝 웃으면서 “약간 허접하지만, 맛있네요.” 그러더니 저한테 불쑥 “이름이 XX인가요?” 어리둥절한 가운데서도 얼떨결에 대답했죠, “네, 성까지 합치면 XXX에요, 어떻게 아셨어요?” “엿들었어요, 제 귀가 밝아서요.” 그러면서 또 까르르 웃는 모습이 참 귀엽더군요. 그리고 다시 제 자리에 돌아와서 또 열심히 그 날 오후 업무를 봤습니다. 다음 날은 부스에서 하루 종일 제가 지키면서 열심히 업무를 봤죠. 외근도 나가야 했고....기나긴 시간이 정신없이 빨리 지나더군요. 그리고 퇴근하고 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고....핸드폰을 꺼내들었습니다. 처음 보는 번호로 온 문자가 눈에 띄더군요. “여섯번 만난 사람....다시는 기다리지 않도록 해주세요....^^” 잠시 어리둥절 했지만, 이내 누군지 직감적으로 알겠더군요, 바로 그 도우미 아가씨였습니다. 그녀가 바로 얼마 전에 제가 출장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시 만난 그 스튜어디스 그녀였죠. "여섯번 만난 사람...다시는 기다리지 않도록 해주세요...^^" 낯선 이에게서 받은 문자내용을 보고 잠시 어리둥절 했지만, 직감적으로 전시회의 그 도우미 아가씨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폰번호는 어찌 알았을까? 통역부스에 있던 제 친구에게 물어보면 쉽게 알 수 있었겠죠. 그리고 곧 이어 여러가지 느낌이 교차하더군요. 이런 문자를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라는 생각, 신기하기도 하고 약간 설레이기도 하고, 참신하기도 하고, 왜 이런 문자를 보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어떤 분들은 대수롭지 않게 느끼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의 저는 문자내용을 보는 순간부터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여섯번...여섯번...그녀 앞에 나는 여섯번 모습을 나타냈었구나... 그녀의 눈에 비친 나라는 사람은 어땠을까... 그녀는 전시회장에서 나를 본 횟수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세어보고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그 문자 덕분에 저도 그 횟수까지 알게 되었구여. 그러고 보니 그곳에서 봤던 그녀의 모습과 표정이 어느 정도 생각이 나더군요. 그녀의 단정하고 깔끔한 모습, 처음에는 다른 이들과 함께 재미난 듯이 웃고 있다가... 어느 순간...몇번 째였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웃음을 띄우지 않고 웬지 절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그 진지하던 표정과 웬지 조금 빛이 나는듯한 눈빛...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제가 알지 못하던 어느 순간부터...절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걸까요?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조금씩 설레기 시작하더군요, 몹시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착잡한 심정, 복잡한 심정이 들었습니다. 원래 그 당시 제 마음 속에 어떤 아무런 개인적인 제약이 없었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날 그 곳을 방문해서 그녀와 어떤 접촉을 갖고, 어떤 진일보한 방향으로 전개가 이루어질 수 있었을런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때 제가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 당시 제 마음 속에 점점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여자 (바로 지금의 여친 A입니다) 가 있었거든요. A는 저와 그때도 상당히 절친한 사이...글쎄요...그 때는 그 정도는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만... 인기가 상당한 여자에게 있어서 그 여자에게 호감을 지닌 남자는 자신이 그 여자와 절친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그 여자에게 그 남자는 그냥 잘 아는 오빠 이상의 가치를 지닌 그런 소중한 존재가 아닐지도 모르니까요. 또 지금와서 정리를 해보면 확실히 그 때까진 제가 A에게 있어서 그 정도까지의 존재는 결코 아니었던게 맞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상당한 진전은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또 타이밍이 그다지 좋질 않았습니다. 전시회에서 통역으로 참가하고 있던 일본에서 자란 남자후배는 저와 제가 그리워하던 A의 존재를 알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 때 전시회장의 다른나라 업체부스에서 알바로 참가하던 제 여자후배도 하나 있었는데, 그녀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전시회장에서 저의 동정을 수시로(?)살피고 있었던 겁니다. 당시 저에게는 그들의 존재또한 어떤 면에서는 마치 하나의 구속처럼 느껴졌습니다.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좀 더 어릴 때의 쓸데없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 판단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고개를 갸우뚱 하실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 당시의 저는 여러가지로 상당히 복잡미묘한 상황이었고, 그만큼 제가 그리워하던 A의 존재의 그늘이 저를 강하게 감싸고 있던 그런 처지였습니다. 순애보였을까요.... 혹시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거기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도록 하고요... 이 도우미 아가씨가 저에게 문자를 보낸 것은 어쩌면 단순한 호기심에 의해서일지도, 단순한 친근감에 의한 깜짝선물일지도 장난일지도 모를 일이죠. 그 다음 날 전시회장으로 다시 출근했지만, 오전에만 잠깐 자리를 지키고 다른 일을 처리하러 갔었죠. 오후 4시쯤 됐을 때였던가요, 그녀에게서 다시 문자 한통이 와 있었습니다. "어디 계세요? 보이지 않으시네요? 몹시 찾아보기 힘든 사람...^^" 장난이 아니구나... 장난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는 그녀가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나를 어느정도 마음에 들어하고 있나 보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제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겠죠...하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참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사람에게는 어떤 직감이란게 있잖습니까. 그 당시의 앞서나간 생각으로는... 여기서 액션을 취한다면 잘 풀어나갈 수 있을거다... 적어도 어느 정도까지는...어느 시점까지는...나도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떡할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에 담고 있는 A와는 아직 아무런 시작이 이루어지지 않았죠. 그녀와의 사랑은 당시로서는 공상 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가상일 뿐이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아가씨와는 현재진행형인 현실입니다. 이쪽이 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또 이 아가씨와 잘 안되면 시침 뚝 떼고 다음에 맘에 담고있는 A에게 시도해 볼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 도우미 아가씨에게 결국 답장도 보내지 않았고, 그녀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예전에 어떤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경험이 있었는데 후회했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심사숙고하지 않은 상태의 단순한 충동이 가져온 결과물은 후회였습니다. 사람의 감정을 배반하고 배반당하는 유희는 쓸데 없는 것이라는 방향으로 점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마음 속에 일말의 주저함이 남아있는 상태라면 시작하지 말자고 결심했습니다. 그 도우미 아가씨는 저를 주의깊게 살피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다가 나름대로 용기를 내서 낯선 저에게 문자를 보냈을 겁니다. 절 봤던 횟수까지 일일이 마음 속에 새기고 있었던 겁니다. 여자에게는 쉽지않은 결정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섬세한 면을 가진 그녀에게... 아직 제 자신이 마음 속으로 방황하고 있는 그런 상태로 그녀를 탐내며 섣불리 다가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문자를 못본 걸로 하기로 하고 그렇게 끝을 냈습니다. 하지만 그 때의 그 일은 그 후로 얼마동안 계속 제 마음 속에 궁금증으로 참신함으로 자리잡고 있었죠. 제가 굉장히 절친한 제 친구에게 어느날 문득 그 일을 얘기했죠. 친구가 크게 웃으며 그러더군요. "미친 놈!!! 좋겠네!!! 좋다고 달려드는데 얼마나 부러운 일이냐? 부럽기만 하구만, 에레이 미친 놈아 ㅋㅋㅋ" 그런 아련한 추억이 있었던거죠... 그런데...꽤 시간이 지난 후에... 해외출장 갔다가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자꾸만 제 앞에서 이상한 기색을 보이던 스튜어디스가... 그리고 그녀가 저에게 속삭인 한마디... "일곱번 만난 사람...^^" 살짝 속삭인 그녀의 그 한마디가 제 귓 속을 파고들었을 때, 제가 얼마나 놀랬겠습니까. 아련하게 제 뇌 속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던 추억이 다시 밖으로 끄집어 내지는 순간이었죠. 뜻밖의 장소에서,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요... 아직도 저를 기억할 줄이야... 그리고 그렇게 다시만난 그녀에게 자연히 눈길이 끌릴 수 밖에 없었고... 이렇게 다시 또 스쳐지나가기만 하고 싶진 않더군요... 그 때의 일이 궁금하고...호기심이 들고...풀리지 않는 매듭으로만 남겨두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결국 살짝 다가서서는 밖에서 기다려도 되느냐고 물었던 거고... 거절해도 할 말이 없겠죠... 하지만 그녀가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줬던겁니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쏜살같이 밖으로 달려나갔습니다. 어차피 주말이니 회사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고, 바로 집으로 가면 되는 상황...시간도 늦지 않았고... 도착하는 곳으로 나가서 서서 기다렸죠.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면서요... 나중에 승무원들도 밖으로 나옵니다. 저를 봤습니다, 저는 그녀가 절 보는 동선에서 몸을 움직여 곁의 의자로 가서 앉았습니다. 그녀가 동료와 함께 공항 출입구 쪽으로 걸어갑니다. 동료가 뭐라고 얘기하니까 무슨 진지한 얘기를 나누는 중인지 표정이 살짝 굳어진 채 듣고 있고... 잠시 저 쪽으로 멀어져갔다가...조금 있으니 혼자서 제 쪽으로 걸어 오더군요... 늘씬한 몸매와 환한 표정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저도 일어서서 다가갔습니다. "안녕하세요"하고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네길래 저도 웃으면서 인사를 했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이런 일도 다 있구나" 라며 저도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습니다. 공항 1층에 패스트푸드가 있죠, 같이 그곳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감자튀김에 커피를 주문해서는 같이 자리에 앉아서 얘기를 나눴죠. 깜짝 놀랬다, 잘 지냈느냐, 승무원이 됐구나, 더 예뻐진 것 같다, 신기하다 등등... 이런저런 안부인사와 오가는 형식적인 얘기들...그녀와의 첫 대화였습니다. 어떻게 알아봤냐는 질문에 그냥 보는 순간부터 바로 알아봤다고 하더군요. 기억력이 무척 좋다고 칭찬해 줬습니다. 여러가지 얘기를 도란도란 나눴습니다. 참 다행히도 좋은 분위기로 흘러가더군요. 처음의 약간의 서먹서먹한 분위기도 금새 풀어지고... 자연스럽게 좋은 대화가...솔직한 대화가 이뤄졌습니다. 서먹서먹하지 않도록 제 나름대로 친화력을 발휘해서 자연스런 대화가 되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이렇게 예뻤구나... 이런 얼굴이었구나...눈웃음이 참 예쁘다, 표정도 다양하구...여전히 귀여운... 대화방식과 분위기가 이렇구나 등등... 여러가지 그녀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을 처음으로 알게 됐습니다. 이 곳으로 여러 승무원들이 계속해서 들락날락 했고, 서로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결국 장소를 좀 더 편안한 곳으로 옮겨 대화가 꽤 오래 이뤄졌습니다. 나중에 이뤄진 여러 대화들 중에서 중요한 포인트만 빨리 소개하기로 하죠. 사실 그 때 문자를 받았다, 그 땐 어떻게 된 일이었냐고 물었습니다. 마음에 몹시 들었다...그래서 연락했었다...그녀가 대답하더군요. 어째서 그랬을까...잘 알지도 못했을텐데...제가 대화를 유도했죠. 느낌이 참 좋았다...그 때 참 좋은 느낌을 받았다, 낯설지 않았고, 계속 같이 있고 싶은 그런 느낌... 웬지 함께 하고 싶은 그런 느낌이었다... 난 내숭은 떨지 않는다, 아무한테나 그러진 않지만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중요한 순간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녀의 얘기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제 예감이 맞았던 겁니다, 그리고 사실상 첫만남에서 솔직히 그 때의 일을 들려주는 그녀에게 어떤 감동을 받았습니다. 피곤하다면 피곤했을텐데, 그런 내색도 엿보이지 않고... 지금 애인이 있다고 하더군요, 서로 잘해주겠지? 애인은 행복하겠다 라고 좋은 얘기들을 해주니, 당연히 좋아하니까 만난다고 서로 좋아한다고 그럽니다. 제 애인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길래 솔직히 말해줬습니다. 여러가지 얘기를 솔직히 들려줬습니다...매우 진솔하게 들려줬습니다... 그녀에게 그런 얘기를 들려줄 수 있는 분위기가 이뤄진 것이 참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둘은 그 날 꽤 대화를 오랫동안 가졌습니다, 쉽지않은 일이죠. 꽤 긴 대화를 통해서 그녀는 어느 정도나마 저에 대한 어떤 느낌을 정리할 수 있었겠죠. 처음엔 저의 어떤 면이나 스타일에 대해 다소 낯설어하고 의아해 하기도 했던 그녀였지만, 나중엔 그런 의아함이나 오해도 확실히 자연스럽게 풀려나가더군요. 그녀의 눈빛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저에 대한 반응과 태도도 시간이 갈수록 더 다정해지고 친근해지고... 저도 나름대로 그런 면에서 상당히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대화 중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제게 오빠라고 불러도 되냐고 했고, 그때부터 계속해서 오빠라고 불러주더군요. 그리고 애인에 대한 얘기, 현재 근황에 대한 얘기...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자연히 거기에 엮어서 풀어나가게 된 저의 여성관, 사랑에 대한 생각, 일단의 경험... 거기에 힘을 얻었던지 그녀에게서도 진솔한 얘기들이 많이 흘러나왔고요... 또 하나의 여동생이 생긴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바로 앞의 글을 읽으신 분들은 이해하실 겁니다). 그리고 그녀가 그런 말도 했습니다. 자기가 그때 사람을 잘 봤었나 보다 하고요. 그리고 매우 감동적인 말을 들려줬는데...지금 여기서 밝히긴 좀 그러네요... 제가 그녀에게 매우 매력적이라고, 애인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거라고 칭찬해주자, 고맙다고, 이제서야 자존심 살았다고 농담을 하면서 활짝 웃습니다. 뭔가 마음 속에서 오랫동안 엉켜있던 그 무엇인가가 어느 정도는 풀어진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그녀가 매력적인, 성숙한 면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어떤 기쁨도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고 제가 그녀를 배웅했습니다. 그 때보다 우리 둘 다 좀 더 성숙해진만큼, 더욱 홀가분하고 자연스러워 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피천득의 <인연>에 나오는 구절도 생각나더군요. 어쩌면 뭔가 따라줬다면 아사코와 정말로 함께 살 수 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느끼던 작가의 말이... 그러한 일들이 확실히 저에게도 있었던 겁니다... 혼자서 돌아오는 길에 이번 출장에서 신기한 일이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참 알 수 없는 것이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안타까움도 있었고,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아련함도 있었고, 설레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여친(바로 A죠^^)과 만났을 때, 같이 데이트를 즐기다가 여친에게도 들려줬습니다. 이번 출장에서 있었던 두 여자와의 만남을요. 뜻밖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저는 여친과 거의 대부분의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눕니다. 시쳇말로 못하는 얘기가 없습니다. 물론 어떤 일부의 일은 드러내지 않지만요... 여자에 얽힌 얘기도 합니다. 그렇게 서로 노력합니다. 사랑은 노력이기도 하잖아요, 그 노력 속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이 서로의 오해를 없애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여친은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서로가 다른 개인적인 역사와 경험과 문화와 기억과 가치관이 있죠. 자연히 서로 다름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있는 것이고, 그런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서로간의 교류가 필요한 겁니다. 그리고 그런 교류를 통한 서로간의 이해의 증진과 조화가 서로의 사랑을 더욱 굳게 이어주는 거겠죠. 그리고 그런 교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서로간의 대화입니다. 제 느낌으로는 서로 대화를 하지 않으면,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적지않은 오해가 쌓여가는 듯 하더군요. 어차피 연인이라도 서로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를 모두 제대로 이해하진 못합니다. 그래서 소통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런 사소한 오해들이 점점 쌓여가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고 마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그런 일을 피하기 위해서, 참 많은 대화를 나누는 편이고, 오해와 의심을 갖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물론 여친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시의적절한 액션과 배려도 많이 필요하고요. 그래서 서로의 성적취향이나 이성관계에 대한 어떤 경험에 관한 얘기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많이 유도했죠. 물론 아직도 일부 적절하게 감춰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요... 암튼 그런 노력 덕분에 나중에 제 여친이 유니폼 섹스에도 응해줬던 것이 아닐까요 ㅡㅡ^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소개할께요) 여친이 저에게 그러곤 하죠. 열 여자 마다할 남자가 있겠냐고요... 자신이 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는 일이라면 상관없다고 합니다. 여친이 이렇게 저에게 말할 수 있는 것도 그 동안의 제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을겁니돠... 이번 일을 얘기해주며 중국업소아가씨와 호텔방으로 들어갔지만 하지 않았어...라고 하니 "왜? 그냥 하지...오빠 선배님이 선심 베푼 일이고, 남들은 기회가 없어서 못하는데...바보.." 라고 합니다. "아, 거야 널 사랑하니깐...선배님이 넣어줬으니 안데려갈 수는 없고...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할 필요는 없잖아? 네가 있는데 왜? 불굴의 의지로 참아야지 당연히" 그러자 여친이 재밌다는 듯이 웃습니다. "암튼 엉뚱해..."라면서요. 여친에게 중국아가씨의 사연을 들려줬습니다. 자세히 들려줬습니다. "화상을 입을 때...그 아가씨의 어머니는 비명을 질렀겠지...너무 아팠겠지... 그 후 자리에 누운 어머니를 보며 그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죽고 싶었겠지..." 여친이 가슴 속에서 뭔가 답답함을 느끼는 듯 몇 번이고 땅이 꺼져라고 한숨을 내쉽니다. "꼭 불쌍한 사람들만 그런 일을 당하더라..." 어느 순간부터 눈물까지 글썽입니다. 저는 그런 제 여친에게 감동을 느끼고 또 한편으로는 행복을 느낍니다. 이렇게 착한 제 여친이니까요, 이렇게 이해심 넓고 다정한 제 여친이니까요. "일곱번 만남 사람..."이라고 속삭이던 그 승무원 그녀에 대한 일도 간략하게 들려줬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어휴, 하여튼 인기많은 남친때문에 난감하다..." 라며 뾰루퉁하니 귀여운 표정을 짓는 여친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덧붙여 제게 이렇게 말해 줍니다. "그게 오빠의 큰 매력이야. 엉뚱한 면은 많지만, 그게 사람을 감동시키니까... 누구나 오빠한텐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말로 스스로 오빠라고 부르도록 만드니까...결국 나도 그랬지만..." 이렇게 귀여운 제 여친이니까요, 이렇게 사랑스럽고...서비스도 좋은 제 여친이니까요 ㅡㅡ^ 사랑스럽고 예쁜 여친에게 살짝 입맞췄고, 그 가벼운 입맞춤이 다시 찐한 키스로 바뀌었고, 그리고...자연스레 애무가 이뤄졌고, 그 다음 동작이...다시 가볍게 저항을 시도하는 여친을 억누르며 그 다음 동작이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이내 격렬하게!!!!! ㅡㅡ^ 여친을 보며, 여친을 껴안으며, 여친을 느끼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다시 만난 그녀는... 그 때 내가 널 그리워하지 않았었다면... 어쩌면 그녀와 그 때의 전시회에서의 만남이 인연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고요. 지금 여기서 내가 껴안고 있는 사람은 네가 아닌 그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요... (물론 제가 몹시 아끼던 친여동생 같은 그녀와 그렇게 됐을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사람의 인연은 결국 따로 있었나 봅니다. 너 때문에 그녀와의 시작을 포기했고... 그리고 그 때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이뤄졌지만... 결국은 너와 이뤄졌으니 결과는 참 바라던대로 잘 된거라고요... 너와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고요... 좋아하는 널 껴안고, 너와 입 맞추고, 널 애무하고, 너와 섹스할 수 있고, 널 사랑할 수 있고, 너와 미래를 함께 꿈 꿀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사람과 사람끼리의 만남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소홀히 대할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이번에 올린 글은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사람의 만남에 대한 신기한 느낌이 들었던 일이어서 쓴 글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라며, 지루한 긴 글을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 여러분 한분 한분이 모두 자신의 만남과 인연을 소중히 여기시며, 꼭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고 또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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