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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흔한일 - 하편
소라넷 0 2,244 12.13 01:19

야설:“어딜?”“응, 바람 좀 쐬고 와야겠어.” “오빠, 뭘 했어?” 문가에 앉아있던 경미가 먼저 물었다. “응, 사람구경.” “벗은 사람 엄청 많아서 눈요긴 실컨 했겠네?” 너무 많아선지 죄다 그게 그거더라.” “오빤 복도 많으셔, 종일 여자 구경다녔지, 집에 오면 또 예쁜 여자들이 기다리고 있지.” “하하하, 맞는 말이야.” 여름철 민박집이란 것은 마굿간 보다 못하면 못했지 더 나을 것도 없는터라 방바닥에 주섬주섬 일회용 접시에 꺼내 놓은 반찬을 집어 먹기 위해선 맨 바닥에 앉아 허리를 굽히고 반찬을 집어 들거나 작은 그릇에 퍼다 먹는게 전부였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가 아닌 다른 여자들이 해 주는 밥을 먹게 됐다는 사실이 모든 불편함을 덮어 버릴만 했다. “우와, 이거 누가 한거야?” 매운탕 솜씨가 여간이 아니다 싶어 탄성을 질렀다. “언니 솜씨가 보통이 아니더라.” 경미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언니 얼굴에 들이댔다. “어, 그랬어? 난 매운탕 잘끓이는 사람이 좋던데.” "뭐야? 그럼 난...” 경미가 토라졌다. “걱정마, 몇일 더 있을꺼니까 네가 더 맛있게 끓이면 되잖아.” 순화는 웃으며 토라진 경미의 등을 토닥거렸다. 매운탕 맛이 좋은 탓도 있었지만 바닷가라는 묘한 분위기 탓에 밤새도록 세 사람이 마신 술이 벌써 다섯병을 넘어섰다. 술이 제일 약한 경미가 앉은 자리에서 슬그머니 허리를 펴 더니 골아떨어지고 순화와 단 둘이 남은 잔에 술을 따라 마시고 있었다. 술기운이 오른 탓인지 순화의 얼굴이 유난히 붉어지고 있다. 안주를 집기 위해 기울인 어깨 틈으로 하얀 속살이 환하게 드러났다. 여태까지 보이지 않던 뽀얀 젖가슴살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나는 심호흡으로 마음이 진탕되는 것을 애써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순화의 의도된 노출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아랫도리가 불끈 솟아 오르고 술 잔을 부딪히기 위해 잔을 가까이 하면서 보이는 밝은 얼굴에선 남자를 갈망하는 어떤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진정해야 한다. 세 사람이 있는 곳에서 무슨 생각으로 망둥이 같은 놈이 솟구치고 이다지도 마음이 진탕된단 말인가. 나는 술을 단 번에 비워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가.” “넌 술 많이 먹었잖어.” “자긴 안먹었나 뭐.” “자기? 내가 자기야?” “그래, 자기다 왜?” “그랬구나. 진작에 술 좀 먹일걸 그랬나봐.” “신소리 말구, 술도 깰겸 바닷가엘 나가서 바람 좀 쐬자.” 순화가 겉옷을 걸치고 먼저 일어선 나를 오히려 밀치며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 뒤를 따르며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바람이 분다. 여름이래도 새벽 바닷 바람은 차다. 숄이 바람에 흩어진다. 말없이 그 뒤를 따르는 내 발자국이 백사장에 뚜렷이 찍히고 있다. “나, 졸업반야.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껀데?” 앞서가던 순화가 넉두리하듯 혼자 읖조렸다. “니가 기회를 망친거잖아. 난 단둘이만 여행하고 싶었다구.” “뭐할라구? 몸만 가지면 끝난다고 생각한거니?” “그게 아니구, 둘이서 미래를 설계하려면 경미가 빠져야되잖아.” "넌 돌대가리니? 왜 바닷가에서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데?” “시간이 없었잖아. 널 좋아한다구 말할 시간 말이야.” “태도가 분명하지 않았어. 경미를 좋아하는 건지 나를 좋아하는 건지. 두 사람을 저울질 하면서 나름대로 경쟁을 시킨 야비한 방법을 쓰고 있었잖아.” "아냐, 난 널 좋아했어. 경미는 니가 부른거잖아.” “흥, 요즘엔 내가 불렀지만, 예전엔 니가 경미를 먼저 불러냈잖아.” “그건, 마음의 결정이 안된 때 였구, 지금은 다르단 말야.” "그래서, 이젠 일방적으로 마음의 결정이 됐으니까 나랑 여행하자고 한거였니?” “그래, 널 사랑하니까.” “난 널 사랑하지 않아. 그냥 친구로 사귄 것 뿐이야. 적어도 내가 묻기 전에 대답하지 못한 너를 사랑할 순 없어.” 이 것은 분명 앙탈이다. 마음속의 모든 것들과 반대의 말을 해 대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토라진 여자의 마음을 달래는 방법은 어쩌면 가볍게 손을 잡아주거나 허리를 안아주기만 하면 될 것이다. 나는 걸음을 빠르게 걸으며 떨어진 간격을 메우곤 살며시 순화의 손을 잡았다. 몇 년을 사귀면서 처음 잡아 본 손이었다. 순화는 가볍게 떨고 있었다. 차가운 바닷바람 때문에 떨고 있는 것은 확실히 아니었다. 서로 갈망하면서도 온갖 굴레에 씌워진 세속을 탓하며 가까이 하지 못했던 손길을 이렇게 잡아낸 것에 대한 환희의 몸 짓임을 모르진 않았다.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백사장을 걸어나가며 살짝 그 녀의 허리를 잡았다. 순간 음찟하며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잡은 허리를 바짝 조이며 내 몸 앞으로 그 녀가 돌아서게 하곤 그대로 입맞춤을 시작했다. 강한 힘으로 내 어깨를 밀쳐대는 힘을 느꼈지만 모른 척하며 서서히 닫힌 입술사이로 혀를 밀어 넣었다. 딱딱한 잇몸으로 닫혔던 입술이 서서히 열리며 미친 듯이 휘젖고 싶어하던 내 혀는그 녀의 입속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허리에 강하면서도 약한 두 팔이 감겨졌다. 아마도 그녀는 내 키스를 받기 위해 약간 뒷꿈치를 들어올렸을 것이다. 그렇게 모래판에 두 사람이 쓰러졌다. 아무도 없었다. 새벽 바람만이 두 사람의 어깨 위를 덮으려 몰려오고 있을 뿐이었다. “안돼. 거긴 안돼.” 그 녀는 내 손이 아랫배를 타고 내려갈 때 쯤엔 완강한 저항을 했다. 나도 그 소리에 퍼득 정신을 차리고 더 이상의 진행을 멈출 수 있었다. “아직, 준비가 안됐단 말야.” “그래, 미안하게 됐다.” “아냐, 여기선 모래두 들어갈테고 너무 불편하잖아.” “그럼, 집엘 갈까?” 두 사람이 바닷가를 빠져나와 다시 민박집엘 들어왔지만 경미는 술먹다 엎어진 상태로 그대로 골아 떨어져 있었다. 그녀가 먹다 남은 음식을 한 쪽으로 치우고 바닥에 떨어진 찟거리들을 닦아내는 사이에 요를 펴고 그 위에 경미를 안아 눞혔다. “여기가 경계선인거 알지?” 그 녀는 경미 쪽으로 몸을 눞히며 내가 침범할 수 없는 선을 그어 보였다. 보이지 않더라도 경계선이라고 선언하면 내가 침범하지는 않을 것이란 믿음은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아까 백사장에서 일을 끝내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됐지만 경계에 따라 등을 붙이고 눈을 감아 본다. 하얀 속살이 굽혀진 어깨 틈으로 듬뿍 보였던 아스라한 순간들, 처음으로 손이며 허리며 입술을 훔쳐보던 느낌들을 생각하며 그렇게 밤은 지나가고 있었다. 잠이 깜빡 들었나. 허벅지에 무거운 힘이 느껴지는 것이 아무래도 가위에 눌린 것 같았다. 애써 잠을 깨려고 허부적 거렸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눈을 떠야 한다. 온 몸이 탈진한 듯 무기력한 이 느낌은 무엇인가? 이를 악물고 잠에서 깨어 나려고 무진 애를 쓴 끝에 겨우 실눈이 떠졌다. 내 몸 위엔 경미가 포개져 있었다. 엉크러져 보이는 머리 속에서 밝은 경미의 얼굴이 일그러진 채 그렇게 내 몸 위에 포개져 있었다. 너무 놀란 마음에 어떻게 몸을 일으켰는지 모르겠다. 나는 정신없이 내 몸에 올라 탄 경미를 밀쳐내며 그녀의 돌변한 태도를 의아해했다. “너, 뭐하는거니?” 순화가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를 내며 경미를 질책했다. “오빠, 난 오빠 여자가 되고 싶었어.” 경미도 순화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고 약간은 부끄러워하며 말을 이었다. “난, 오빨 생각하면서 가끔 몽유병 걸린 사람처럼 자윌 했거든.”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래로 눈을 돌려보니 정말 경미는 아랫도리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로 내 허벅지엘 올라타 있었다. 순간적으로 모든 상황을 알 것만 같았다. 스스로의 행위를 부끄러워하며 마음속으로 질책할 그녀를 위로해 줄 말을 찾기 위해 그렇게 애써 본 적도 없다. 나는 따뜻하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내 몸 위로 그녀를 다시 눞혔다. "경미야, 오빠가 널 힘들게 했었구나.하지만 오빠도 모른 채 이렇게 하면 너만 힘들잖아.“ “아무것도 안했어. 그냥 오빠 살이 닿고 싶었단 말야.” “알았어. 이젠 날이 밝았으니까, 언니 깨기전에 수습하고 모른 척 하자.” 다행히 경미는 내 팬티까지는 벗길 용기가 없었던지 드러난 허벅지 살에 자신의 몸을 문데는 정도로 그날의 일은 마무리 되는 듯 했다. 날이 밝자 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한 채 바닷가로 세 사람은 뛰어 나갔다. 검은 튜브를 두 개 빌려 순화와 경미가 파도타기를 하는 사이에 나는 부표 있는 곳까지 헤엄치며 피부를 검게 태우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 나갔다. "저 아저씨가 널 구해준 사람이야.” 순화와 경미가 아직 물놀이를 하고 있는 동안 백사장까지 헤엄쳐 돌아온 내 귀엔 나를 가르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몸을 물 밖으로 드러내며 일어서자 백사장 언저리에 서 있던 두 여자가 다가왔다. “아저씨,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뇨, 누구나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인걸요.” “정신이 들면서 줄곧 아저씨를 찾았어요. 오늘도 못 찾으면 어쩌나 눈이 빠질 뻔 한걸요.” “하하, 몸이 건강해 보이니 좋군요. 전 일행이 있어서 그만...” 내가 구해준 사람이 건강을 찾은 것 만으로도 만족했다. 적어도 두 여자가 내 움직임을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기 전에는 함께 온 일행과의 행복한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으니까. "저희가 저녁을 대접할께요.” 세 사람이 민박집으로 향하는 뒤통수에 대고 아까 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순화가 물었다. “응, 어제 그럴만한 일이 있었어.” “무슨 일인데?” 경미가 빠질세라 또 물었다.“ “응,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었거든.” “아, 그래서 어제 저녁 먹을 때 늦은거구나?” 경미는 금방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녁 얻어먹자.” 순화가 오히려 나서며 그 일행과 함께 어울려 버린다. 일행이 갑자기 다섯사람으로 늘었다. 그쪽에선 약속한 저녁 외에 야외 나이트클럽까지 몽땅 돈을 대는 바람에 학생신분이라 가진 돈이 없던 우리 일행은 들뜬 밤을 보내고 있었다. “아저씨, 멋지다.” 물에 빠졌던 여자가 말했다. “아직 학생이에요.” 나는 겸연쩍어하며 그 여자의 눈을 피했다. “몇살 인데요?” “네, 스물여섯이요.” “어머, 저희 보담 한 살 많네요.” “그래요? 전 한창 위라고 생각했었는데.” “우리가 화장을 많이 해서 좀 늙어 보이긴 하죠? 일 나가니까요.” "일요? 어떤?” “그런게 있어요. 여름 사냥을 나왔으니까요.” “사냥요?” “호호, 그런게 있어요. 여름엔 멋진 여잘 사냥하는 남자가 있듯이 돈 많은 남잘 사냥하는 우리 같은 직업도 있는 법이죠.” “그럼, 야간업소엘 다니는?” “눈치 빠르네요. 내가 은혜도 갚을 겸 한번 줄게요.” “아닙니다. 전 일행도 있고, 그런 걸로 은혜를 갚았단 얘긴 듣고 싶지 않거든요.” “왜요? 우린 가진게 이것 밖에 없는 사람들인데?” “어휴, 오늘 저녁 산 걸루 전 대만족입니다.” “좆 달린 사내치고 날 무시한건 댁이 처음이에요.” “하하,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 정말 아니에요.” “그럼, 호젓한데서 따로 만날래요?” 그 여잔 정말 끈적거렸다. 어서 이 자리를 떠야겠다 싶었다. 나는 기지를 발휘한답시고 서울엘 올라가면 한번 찾아보겠다며 그날의 일들을 정리해 나갔다. “화끈하다. 저 여자들.” 경미가 호들갑을 떨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돈 버는 사람들이랑 학생들이랑은 노는 수준이 다른 법이야.” 순화가 경미를 끌며 민박집으로 향했다. 나는 두 사람이 앞서서 걷는 모습을 보며 터덜터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어제 먹다 남긴 쏘주병이 몇 개 보였다. 자리에 앉자 말자 라면을 끓여 국물에 쏘주 한잔을 따랐다. 순화와 경미도 약간 술이 들어간 탓에 덩달아 자리에 따라 둥그렇게 앉으며 쏘주잔을 입에 대기 시작하며 또 밤이 보내고 있었다. “언니, 오빨 언니 옆에다 재우지 말고 공평하게 가운데 재우자.” 경미는 혀가 조금 돌아간 상태에서 불만을 얘기했다. “아이구 징그럽다. 오빤 저만치 경계선 그어서 떨어뜨려야 해.” 순화는 얼굴까지 찌뿌리며 나를 경계하듯 멀리 손을 휘저어 보였다. “그럼, 오빨 내 옆에 재우자.” 경미도지지 않고 말했다. “안돼, 오빤 니 옆에 두면 사고친단 말야.” “뭘, 내가 뭔 사고를 친다고 그래?” 나는 볼멘 소리를 하고 말았다. “아니야? 남자는 다 늑대라잖아.” “난 남자래도 늑댄 아니다. 어젯밤에도 별탈 없이 보냈잖아.” “별 탈 없긴. 기회가 없었을 뿐일텐데...” 아무튼 그날은 경미가 떼를 쓰는 바람에 두 여자의 가운데에 몸을 눞힐 수 있었다. 여름 밤이 짧기는 하지만 밤은 밤이므로 빨리 잠을 청하는 것이 좋다. 나는 눞자 마자 깊은 잠에 빠지려고 온갖 망상을 떨쳐버리는 방법을 총 동원하며 숫자를 세고 있었지만 눈만 더 말똥 거린다. 순화가 잠이 들었나 보다. 새근거리며 숨결이 차분하다. 경미도 숨결이 고른걸로 봐선 잠이 들었을 것이다. 나는 창살없는 감옥에 갖힌 신세로 두 사람의 살결에 닿지 않기 위해 몸을 자꾸만 움츠리던 끝에 겨우 잠이 들었을 것이다.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아주 부드럽고 가벼운 살결을 느꼈다. 어제같은 황당한 일이 생기기 전에 눈을 떠야 한다. 왼쪽 가슴팍에 보드라운 손길이 닿았다. 오른쪽 아랫배쪽에 더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진다. 귓가에 들리는 가련한 숨소리로 봐선 두 사람 모두 곤히 잠들어 있다는 것을 눈뜨고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두 여자가 몸을 틀어 잠결에 내 몸에 손을 얹었을 것이다. 한 팔을 가만히 순화의 머리 밑에 넣고 조심스럽게 기울어진 그녀의 몸을 잡아 당겼다. 힘없이 구르듯 내게 다가와 코를 가슴팍에 붙이고 잠들어 있다. 또 한 팔을 경미의 머리 밑에 넣은 후 어깨를 감싸며 살짝 끌어 당겼다. 역시 구르듯 다가와 양 팔은 두 여자를 동시에 끌어 안게 되었다. 순화의 다리가 내 허벅지 위에 올라온다. 경미의 다리가 또 다른 내 허벅지 위에 올라온다. 부드럽게 가슴을 문지르는 순화와 부드럽게 아랫배를 만지는 경미를 동시에 안아 들였다.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은 행복감이 머리를 빼곡이 채워나간다. 부드럽게 순화의 입술에 내 입술을 대었다. 입술이 쉽게 벌어지고 따뜻한 입안을 느낄 수 있다.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을 만지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내 가슴에 닿은 그녀의 유두가 오똑 솟아오르며 나를 찌른다. 나는 벌어진 그녀의 가랑이 속으로 한쪽 허벅지를 끼웠다. 경미의 손이 아랫배에서 점차 아래로 내려간다. 우뚝 솟아 저항하는 팬티에 마지막 항거를 하듯 깃발을 세운 좆을 조심스럽게 매만지는 뜨거운 손길을 느낀다. 어떻게 해야할까? 누굴 택해야 하나? 나는 심한 갈등을 느끼며 순화의 입속에 혀를 길게 밀어 넣으며 점차 한 쪽으로 몸을 돌리기로 마음 먹게되자 경미의 머리를 바쳐주던 손을 빼서 좆을 더듬던 손을 조심스럽게 내려 놓으며 순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순화는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바로 눞히며 양쪽 다리를 벌려 계곡 입구를 훤히 열어준다. 이제는 확실히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에 더 이상 주저함이 없이 그런 순화의 몸 위에 나를 싣었다. 너무 쉽게 흘러내리는 팬티를 발끝으로 마져 벗겨내며 미끈거리는 순화의 하얀 속살에 나를 밀어 넣었다. 숨결을 속일 생각도 없었다. 거친 풍랑에 조각배가 출렁이듯이 그렇게 순화의 몸을 탐해 버렸다. 순화의 만족스런 얼굴 표정에서 결코 내가 한 일이 잘못되지는 않았다는 확신을 가지면서. 아침이 밝기도 전에 쨍그렁 거리는 소리가 들려 잠을 깼다. 순화가 먼저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경미는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좀체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밤새도록 순화를 올라타며 휘두르던 좆은 또 한번 긴장하듯 부풀어 올랐지만 애써 팬티의 남은 공간으로 텐트치며 올라온 그 놈을 밀어 넣은 후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피곤했을텐데, 너무 일찍 일어난거 아냐?” “아니요. 날아갈 것만 같아요.” 순화는 어느새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경미가 몸살을 앓나 보네. 좀체 일어날 기미가 없으니.” “잰 냅둬요. 밥 다하고 먹을 때 깨우면 되니까.”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 있었어?” “자기 잠들고 나서 나랑 한판 했잖아요.” “무슨?” “이젠 오빨 탐하지 말라고 한 소리 했거든요.” “경미가 안자고 있었던거야?” “쟤요? 안자고 우리 하는 걸 다 봤데요.” “어떻게 알았는데?” “자기랑 나랑 골아떨어지니까, 나를 깨우더라고요.” “뭐래?” “그런 반칙은 없데요. 오빠가 자길 더 좋아했는데 하면서.” “애구, 죽을 맛이구먼.” “자긴 잘못 없어요. 내가 유혹한거니까.” “그래두 경미 있는데 할 짓이 아니었어.” “흥, 내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그저께 밤에 경미가 뭘 한지 다 안단 말야.” 순간 순화가 토라졌다. 어쩌면 좁은 방에서 생긴일을 덮는다고 단 두사람만의 비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을 것이다. 순화는 졸업하자마자 나랑 결혼했고 경미는 지금의 민규와 결혼했다. 정말 경미와 나 사이엔 아무런 일도 없었다. 다만 경미가 나를 상상하며 자위를 배워 일찍 성에 눈떳을 뿐이고 나 이외에는 어떤 남자와 몸을 섞었다는 것은 상상도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담배 한 대 더 필래?” 나는 민규의 초췌해진 얼굴에 대고 또 한 개피를 내 밀었다. “형님, 그 강도놈이 강간까지 하고 죽였데요.” 민규는 침통해 하며 말했다. “누가 그래?” “감식반에서 나온 사람 첫 마디가 그러더라구요.” “그럼 범인을 더 꼭 잡아야겠네.” “근데, 강간 당하는 동안 좋아서 몸서릴 쳤을까요?” "이 사람아, 아무 좆대가리나 들어온다고 좋아할꺼라고 누가 그러던가?” “워낙 부실하다보니깐 헛생각이 다 드네요.” “말도 안되는 소릴세. 자네는 망자를 욕보이면 안되지.” 길게 또 담배 연기를 내 뿜었다. 그 속에선 바닷가에서 목숨을 건져냈던 미자의 얼굴이 떠 올랐다.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것 같았던 그녀였지만 세상을 살다보니 좁기도 좁았다. 강남의 어느 술집엘 접대차 들어갔닥 미자를 만났다. 그녀는 숯한 남자들을 만났을텐데도 내 얼굴을 또렷히 기억해냈다. 새끼마담이 되어 자신보다 더 싱싱하게 물이 오른 여자들을 공급하는 역할며 돈을 챙기고 있다고 웃으며 모처럼 나를 위해 술판에 직접 자리를 함께 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해 일행은 선약이라도 있었던 양 뿔뿔이 여자들을 꿰 차고 흩어지고 그 자리엔 중늙은이로 변해버린 미자와 나만 남게 되었다. “세상이란 넓은 듯 하면서도 좁지요?” 미자가 먼저 내게 말했다. "참으로 좁은 세상이군요.” “다시는 못 뵐줄 알고 마음에 큰 짐으로 남았었는데.” “짐이랄게 뭐 있나요? 잊어도 될 기억이었는데.” “전 이렇게 살았어요. 남자들을 홀리며 주머니 돈을 빼내면서요.” “저도 별반 다르게 살지 않았지요.” “벌써 몇 년 된거죠?” “삼년? 그쯤됐나?” “바닷가에서 한 약속 아직 잊지는 않았지요?” "무슨 속이었죠?” “다시 만나면 나를 주겠다던 말을 기억 못해요?” “애구, 농담으로 넘겨버렸는걸요.” “세상살이란 농담으로 흘릴 수 있는 것은 없어요. 이 일을 하다보니까 모든 말은 되돌아온다는 진리를 알겠더라구요. 저는 댁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살았는걸요.” 사실 그랬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무심히 내 뱉는 말들은 모두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는 어린 내가 울먹이면서 내 뱉는 말들 조차 나무랐는지도 모른다. 조금만 험하게 운전하는 사람만 만나도 창문도 열지 않은 채 혼자서 온갖 쓰레기 같은 말을 던져 버린다. 넋두리 하듯 푸념하듯 일상에서 던져버린 말들이 화살되어 나를 향해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어찌 상상이라도 할까 만은 미자의 말에는 신뢰할 수 있는 어떤 믿음이 있었다. “난 미자씨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어요.” “어이쿠, 술집 여자랑 하룻밤 자는데 뭘 준빌한다고 난리죠?” “그래도...” “일 없어요. 그냥 오늘은 은혜입은 걸 보답할테니 돈 걱정일랑 말고 내 마음을 받아줘요.” 나는 마누라이외에는 다른 살 맛을 볼 기회를 찾지 않았었다. 이렇게 미자를 만난 것은 하늘이 나를 위해 마련해준 좋은 기회일 것이라고 자위하며 그녀를 따라 나섰다. 뽀얗게 감춰진 속살은 마누라 살맛과 달리 탄력이 넘쳤다. 그 위에 소리죽이며 감정을 숨겼던 마누라완 달리 맘껏 소리치며 섹스의 즐거움을 입으로 표현해 대는 미자와의 하룻밤은 잊을 수 없는 격정으로 나를 섹스에 몰입시켰다. 민규에게도 이런 기회가 있었어야 했었다. 남자와 여자가 단순히 속살을 열고 밋밋하게 아이나 낳고 사는 것 보다는 격정적으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했다. 그런 경험을 통해 민규는 경미를 더욱 사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몸과 마음이 다른 민규와 경미는 섹스에 있어서는 늘상 불만족스러운 생활을 했던 것같다. “일단, 검시가 끝났다면 내일 아침엔 병원으로 옮기자.” “억울해요. 그 사람이 어떻게 갔는지 꼭 밝혀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아요.” “알았어. 그렇지만 마냥 방구석에다 방치할 순 없잖아.” “형님, 제가 뭘 잘못한거죠?” “자네 잘못이 뭐 있겠나. 세상이 험하다 보니 자네에게 그 일이 닥친 것 뿐이지.” “낯선 사람한테 왜 문을 열어 줬을까요?” “요즘은 남편 출근 시간에 맞춰 강도짓하는 사람이 많데. 방심했겠지.” “왜, 반항을 안했는지 모르겠데요.” “그랬데? 설마.” “봐요. 몸에 반항한 흔적이 없다니까요.” 나도 궁금한 생각에 경미의 덮혀진 이불보를 열고 반항한 흔적을 찾아봤다. 손톱끝이 메니큐어로 잔뜩 발라져 있었다. 그 틈엔 살점 하나가 커다랗게 뭍어났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강도의 살점을 이렇게 쥐어뜯어 움켜잡았을까 싶었다. 그 놈이 놀라 살인을 저지른 것 같았다. “감식반이 왔다가긴 간거야?” “네.” “알았어. 내가 낼 다시 검사하라고 말할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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