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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월드컵의 추억 - 단편9장
최고관리자 0 35,840 2022.11.04 05:03
프랑스 월드컵의 추억얼마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뭔가 말을 꺼내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여전히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고, 어떤 말도 쉽게 꺼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랬다. 나는 혜미에게 화조차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었다. -후..진짜 장난 아니다..- 한참만에 입을 열었던 것 같다. 혜미는 아직까지 고개를 숙이고선, 나를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고개는 여전히 내 가슴 근처에 머물러 있었고, 그녀의 손은 미세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그 부근을 배회하고 있는 듯 했다. -솔직히..기분은 정말 별로인데..- -....- -잘 모르겠다..지난 일이라서 화를 내기에도 애매한 것 같고..- -....- -게다가...나도 떳떳치 않기도 하고..- 은정이 생각이 떠올랐던 건 사실이었다. 혜미 정도면 충분히 그 부분을 염두해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원했든, 원치 않았던, 그녀가 간접적으로 동기를 제공한거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본다면, 혜미나 나나, 상황이 비슷한 건 분명해 보였다. -우리 다시 만날까?- 그때쯤, 혜미가 고개를 들면서 내게 물어왔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글쎄..- 나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녀가 지금 어떤 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생각을 한 끝에 뱉은 말은 아닐거라는 생각을 했다. 혜미는 그냥 지금 순간의 감정에, 아니 어쩌면 아까전 같이 술을 마시면서부터, 어떤 이끌림에 의해서 그렇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게 내가 아는 혜미였다. - 머릿속이 복잡하다..생각 좀 더 해보자- 나는, 말을 그렇게 하긴 했지만, 정말 확신이 서질 않았다. 모르겠다. 혜미의 마음은 둘째치고라도, 내 스스로가 예전으로 돌아간다는게 자신이 없었다. 그녀를 그전만큼 좋아할수 있을지도 의문이였다. 상처받은 자존심, 내가 그녀에게 가지고 있는 알수 없는 마음, 은정이와의 묘한 만남, 그 모든 것을 떠나서, 그녀와 내가 어쩌면 너무 많이 와버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알았어..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우리..- 혜미는 내 말에 순순히 수긍을 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엔 아쉬움이 느껴지진 않았다. 어째튼 그녀는, 나름대로 지난 6개월 동안 나 몰래 혼자 마음속에 담아 두던 부담감을 떨쳤다. 일단 그것만으로도 만족을 하는 것 같았다. 잠시후, 혜미가 고개를 숙이며 다시 내 품속으로 기어 들어왔다. 그녀의 몸이 감겨오는 느낌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랫쪽의 녀석이, 슬며시 고개를 드는 것 같았다. -아까전에..그냥 조금 이상했어..- 혜미는,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화제를 바꾸며 말을 걸어왔다. -뭐가?- -음..조금 거친 느낌 이랄까?- -섹스할때를 말하는 거야?- -응..- 나는, 그녀가 좋았다고 말하는건지, 싫었다고 말하는건지 궁금하면서도, 옛 생각이 잠시 떠올랐다. 나는, 혜미랑 섹스를 할때면 늘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그녀를 대했다. 내 나름대로는, 그녀가 좋아하는게 뭘까, 어떻게 해야 더 좋아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고, 또 그에 맞춰서 여러 시도를 하긴 했지만, 늘 그 전제 조건은 그녀를 배려하는게 우선이었다. 그녀가 싫다고 하면 그 어떤것도 내 고집대로 시도하진 않았었다. 그녀는 좋고 싫고가 분명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오랫만이라서 그랬던건지, 내 마음이 무언가 불만 스러운게 있어서 그랬는지, 그녀를 배려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마도, 혜미는 그 부분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녀 역시도 그걸 느꼈던 것 같았다. 잠시후, 혜미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며 내 물건을 다시 어루만지는 듯 했다. 이미 커질대로 커져있던 녀석은 그녀의 부드러운 손놀림을 반겼다. 이윽고, 혜미의 고개가 살며시 내려갔다. 잠시후 짜릿함과 함께 촉촉한 그녀의 입안이 녀석을 부드럽게 감싸왔다. 혜미의 고개가 연속해서 움직여댔다. 어느새 나는 방금전까지의 생각들은 모두 날려버리고, 그녀의 움직임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후, 나는 거칠게 혜미를 잡아 댕겨 내 위로 올려 않혔다. 그리고 잠시의 틈도 없이, 성난 물건을 그녀의 계곡 사이로 들이 밀었다. 녀석은 또다시 무언가를 그녀의 몸 어딘가에 쏟아내고 싶어 하는 듯 했다. 이번에도 머릿속엔, 그녀를 위한 배려는 없었다. 더 이상 나는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그 시절의 남자친구는 아니었다. 그저 내겐, 순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격한 몸 놀림만 존재할 뿐이었다. 한껏 거칠어진 내 움직임에 혜미가 또 다시 울부 짖기 시작했다. 그녀의 신음 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문득, 그녀의 입에서, 내 이름과 함께 사랑해 라는 말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전혀 설래지 않았다. 아니 개의치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나에겐, 혜미의 몸 속에 들어가 있는 내 물건의 움직임과, 순간의 쾌락이 중요할 뿐이었다. 그날밤, 우리는 그렇게 또 다시 서로의 육체를 탐하며, 긴 새벽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날 밤이, 우리가 보내는 마지막 밤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날이 아마.. 7월의 어느날 밤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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